청사과를 좋아하세요?…미세스 그린 애플, '착각의 힘' 매직

기사등록 2025/02/19 17:35:02

최종수정 2025/02/19 21:16:24

[J-팝 정경] 가능태의 씨앗을 보다

[서울=뉴시스] 미세스 그린 애플. (사진 = UNIVERSAL MUSIC JAPAN 제공) 2025.02.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미세스 그린 애플. (사진 = UNIVERSAL MUSIC JAPAN 제공) 2025.02.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아삭아삭.

연둣빛 풋사과인 청사과를 한 입 크게 베어 물어본 적이 있는가. 잘 익은 붉은 사과와 비교해 단맛이 적고, 신맛이 다소 싱긋 나는 경우가 있다. 그건 삶의 아릿함을 간접적으로 맛보는 경험이다.

삶을 그럼에도 살아가는 사람은 그런 알알함 속에서도 단맛을 끌어 올리는 '착각의 힘'을 가진 이들이다.

국내 팬들이 애칭 '청사과 밴드'로 부르는 일본 록 밴드의 현재 '미세스 그린 애플(Mrs. GREEN APPLE)'이 메이저 데뷔 10년 만인 지난 15~16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연 첫 단독 내한 콘서트 'MGA 라이브 인 서울 코리아 2025'은 이런 힘을 습득하는 연습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오모리 모토키(29·보컬·기타)가 16일 연 내한공연 기념 간담회에서 "'우리가 이거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니면 '이건 이렇게 하면 바꿀 수 있을 거 같은데'라는 인식을 가지고 삶을 적극적으로 만들어가는 게 '착각의 힘'"이라고 규정한 것에 대한 운동이라고 할까.

쓴맛을 이길 수 있는 건 상상 아니 더 나아가 망상이라는 착각에 대한 긍정을 노래하는 장면들이 수두룩했기 때문이다.

첫곡인 '안테나'부터 그랬다. "망상은 당연해 / 좋고 나쁨이 아니야 좋아하는 방향으로 / 모든 게 다 기적이야"(妄想は当然だ  / 良し悪しじゃない好きな方角 / どれもが奇跡)라고 오모리 모토키가 노래할 때, 청중들은 "어디까지라도 갈 수 있다는 느낌"(どこまでも行ける そんな気がしてる)이 들었다.

지한파로 한국어에 능통한 와카이 히로토(29·기타)가 "모토키, 마다마다 이케마스카(未だ未だ いけますか·아직 갈 수 있지?). 가자 가자 가자!"라고 외치며 부른 '매직'은 "차라리 즐기자 매직(Magic)으로 매일을"(いっそ楽しもう Magicで日々を)이라는 떼창을 부르는 주문이었다.

이날 본 공연의 화룡점정을 찍은 '라일락'(ライラック)과 앙코르에서 들려준 '케세라세라'(ケセラセラ)는 희망가의 다른 이름이다.
[서울=뉴시스] 미세스 그린 애플. (사진 = UNIVERSAL MUSIC JAPAN 제공) 2025.02.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미세스 그린 애플. (사진 = UNIVERSAL MUSIC JAPAN 제공) 2025.02.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재 일본 차트 상위권을 장악 중인 미세스 그린 애플의 노래는 일본 MZ세대를 칭하는 '사토리 세대(さとり世代)'에겐 응원가가 되고 있다.

이 세대는 일본 경제의 1990년대 이후 '잃어버린 30년'으로 수렴된다. 물질·출세·사랑 등에 대한 욕심을 내던지고 사토리(悟り), 즉 득도하는 경지에 이른 듯 안분지족(安分知足)하는 청춘들의 삶을 부정적으로 대변하는 용어다.

사토리 세대의 가치관은 이 밴드의 모든 곡을 작사·작곡·편곡하는 모토키가 "자신들은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시대에 태어났다"고 말한 대목과 맞닿는다.

하지만 우리가 노래를 듣고 부르는 이유는 좀 더 나은 삶을 위해서가 아닌가.

모토키의 '착각의 힘'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가능태(可能態)와 맞물린다. 가능태는 현실적 존재로 발전하기 위한 무엇, 즉 나무로 자라기 전 씨앗과 같은 것이다. 미세스 그린 애플의 세계관은 사과가 주렁주렁 달릴 씨앗의 잉태 과정이기도 한 셈이다.

패배주의와 싸우는 삶이 아닌, 그것과 더불어 살면서 결국은 패배하지 않는 삶. 이게 계속 착각이면 어떻게 하냐고. 그러면 미세스 그린 애플 같은 노래들이 계속 우리를 위로해주겠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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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과를 좋아하세요?…미세스 그린 애플, '착각의 힘' 매직

기사등록 2025/02/19 17:35:02 최초수정 2025/02/19 21: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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