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세에 받은 문해교육 졸업장…"영어 배울 때 가장 즐거웠죠"

기사등록 2025/02/12 16:02:07

최종수정 2025/02/12 17:10:23

12일 서울시교육청 학력 인정 문해교육 졸업식 진행

93세 최고령, 뇌병변 장애, 외국인 등 다양한 졸업생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12일 서울시교육청 학력 인정 문해교육 졸업식에 참석한 최고령 졸업생 김옥순(93)씨. 2025.02.12. gahye_k@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12일 서울시교육청 학력 인정 문해교육 졸업식에 참석한 최고령 졸업생 김옥순(93)씨. 2025.02.1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이 나이에 중학교를 다니게 될 것이라고는 꿈도 못 꾸고 평생 가슴앓이를 했는데 이렇게 졸업을 하게 되다니 너무 기쁩니다. 3년 세월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르겠네요."

집에서부터 챙겨온 영어 필기노트를 펼쳐 "왓 데이 이즈 잇 투데이? 투데이 이즈 휀스 데이(What day is it today? Today is Wednesday)" 등 영어 문장을 직접 읽어보이는 김옥순(93)씨의 표정에 행복이 가득했다.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시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서울시교육청 학력 인정 문해교육 졸업식'에 참석한 김옥순씨는 올해 93세로 이날 졸업식에 참석한 570명의 학생 중 최고령이다.

김씨는 "전업주부로 5남매와 손녀딸 둘까지 다 키운 뒤 이제는 내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공부를 결심했다"며 "3년동안 영어를 가장 즐겁게 배웠다. 영어 시간만 되면 단어를 제일 먼저 대답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다닌 영등포구 소재 늘푸름학교에 따르면 김씨는 고령의 나이에도 수업 뿐만 아니라 수학여행이나 야외학습도 빠지지 않는 모범생이었다. 시험 성적표를 받으면 이를 화장대 밑에 넣어놓고 점수가 떨어진 이유를 고민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녀는 3년 간 중학교 과정을 마칠 수 있도록 도와준 가족과 학교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김씨는 "선생님들도 다 저보다 20살은 어린데 너무 잘 해주시고 '엄마'라고 불러주며 저를 챙겨줬다"며 "이제는 전철, 버스로는 학교 다니기가 어려운 나이인데 아들과 며느리가 3년 간 학교까지 차를 태워준 덕에 (학업을) 잘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고등학교도 가면 좋은데 집 주변에 다닐 수 있는 고등학교가 없어 아쉽다. 기회가 된다면 영어를 더 공부해서 복지관 등에서 불우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주고 싶다"며 "이 나이가 되면 공부를 시작할지 망설이는 이들이 많은데 늙은 사람들도 나를 보고 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가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12일 서울시교육청 학력 인정 문해교육 졸업식에 참석한 뇌병변 및 언어장애 1급 졸업생 김홍자(57)씨. 2025.02.12. gahye_k@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12일 서울시교육청 학력 인정 문해교육 졸업식에 참석한 뇌병변 및 언어장애 1급 졸업생 김홍자(57)씨. 2025.02.1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 졸업식에는 뇌병변과 언어장애 1급 중증 장애를 가진 김홍자(57)씨도 참석했다. 그녀는 장애로 거동이 편치 않아 활동지원사 도움이 필수적이고, 의사소통도 원활치 않지만 매 수업을 성실히 참여한 개근 학생이었다고 한다.

김씨가 지난해 3월부터 다닌 누리평생교육원 측은 "장애에도 불구하고, 매 수업마다 발표에도 적극적이고 학습 의욕도 높아 면학 분위기 조성에 큰 역할을 했다"며 "입학 당시보다 학업 수준이 매우 향상돼 평가 때마다 100점을 기록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매번 성실하게 일찍 등교해 수업을 준비하고 맡겨진 활동이나 과제도 포기하는 일 없이 모두 열심히 수행했다"며 "읽기 표현이 어려울 때도 적극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해 언어표현 능력이 많이 향상됐다"고 밝혔다.

김옥순씨와 김홍자씨는 이날 무대에 올라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으로부터 '서울시 모범학생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12일 서울시교육청 학력 인정 문해교육 졸업식에 참석해 직접 쓴 시를 낭송하는 외국인 졸업생 세르파낭디키씨. 2025.02.12. gahye_k@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12일 서울시교육청 학력 인정 문해교육 졸업식에 참석해 직접 쓴 시를 낭송하는 외국인 졸업생 세르파낭디키씨. 2025.02.1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또 이날 졸업식에서 대표로 시 낭송을 한 네팔 출신 세르파낭디키씨는 스무살에 한국으로 결혼 이주를 와 스물 한 살의 나이에 낳은 아이를 위해 한글을 배우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제 아이가 4살 정도 되는데 제가 한국말도 못하고 한국에 대해서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말을 알려줄 수가 없었다"며 "제가 한국말을 공부하면 저도 알게 되고 우리 아이에게도 가르쳐주기 쉬울 것 같아 (학업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가 점점 말이 트이면서 질문도 하고 대답도 하는데 제가 말을 못 하다 보니 참 힘들었다"며 "다른 나라에서 와 한국에서 하루하루 생활하는 것도 힘든데 짬을 내 교육을 받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세르파낭디키씨는 "그래도 배움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내 아이에게도 물려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현재 중학교 과정을 하고 있다. 가능하다면 고등학교에 이어 대학교까지 가고 싶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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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세에 받은 문해교육 졸업장…"영어 배울 때 가장 즐거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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