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올려도 '유찰'…소규모 재건축 시공사 찾기 힘드네

기사등록 2025/02/11 06:00:00

부동간 경기 침체·고금리·원자잿값 급등…선별 수주 '대세'

유찰 반복에 정비사업 지연…중장기적으로 주택 공급 부족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24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 타워크레인이 설치돼있다. 2024.06.24.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24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 타워크레인이 설치돼있다. 2024.06.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서울에서 소규모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는 단지들이 시공사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건설 원자재 가격이 치솟자 건설사들이 보수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시공사 선정이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거나 입지가 떨어지는 재건축 사업장이 외면받고 있다. 1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삼호가든5차 아파트가 공사비를 상향해 재건축사업 시공자 선정에 나섰다.

지난해 7월 시공사 선정에 나섰지만,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가 없었다. 이에 삼호가든 5차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지난달 9일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냈다. 조합은 지난해 입찰에서 총 공사비를 2129억8800만원으로 책정했지만, 이번 입찰에는 약 240억원 늘린 2369억원 규모로 상향했다. 3.3㎡당 990만원 수준이다.

이 사업장의 입찰 마감일은 내달 5일이다. 입찰에 참여할 건설사는 입찰보증금 300억원을 납부해야 한다. 1986년에 건립된 삼호가든5차는 반포동 30-1 일대에 위치하고, 총 168가구로 구성된 단지다. 재건축사업을 통해 지하 3층~지상 35층 높이 3개 동, 305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짓는다.

시공사를 찾지 못해 수의계약을 전환한 단지도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시공사를 경쟁 입찰로 선정해야 한다. 다만 2회 이상 입찰이 유찰되면 수의계약으로 할 수 있다. 총 316가구를 짓는 방배7구역 재건축도 유찰 끝에 시공사를 찾지 못해 수의계약으로 전환했다. 앞서 방배7구역 재건축조합은 지난해 4월과 6월에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지만,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가 없어 결국 수의계약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입찰 마감일인 지난달 31일까지 수의계약 입찰에 건설사가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수의계약마저 무산됐다.

방배7구역은 지하 4층~지상 19층 6개 동, 316가구 규모의 아파트와 상가 등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재건축사업이다. 소규모 사업지지만, 7호선 내방역과 2호선 방배역이 가깝고, 인근의 서리풀터널에도 바로 진입이 가능할 정도로 입지 조건이 뛰어나다.

또 지난달 시공사 선정 입찰이 유찰된 단지가 줄을 잇고 있다. 구로구 한성아파트 소규모재건축정비사업을 비롯해 ▲중랑구 중화우성타운 재건축정비사업 ▲송파구 잠실우성4차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 등도 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 장기화, 건설 원자재 가격 급등 등이 겹치면서 수익성이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은 사업지는 검토 조차 보류하고 있다”며 “부동산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수익성이 확실하게 검증된 사업장 위주로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심 주택 주요 공급원인 정비사업이 지연돼 중장기적으로 주택 공급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임대 포함)은 지난해 36만 가구에서 올해 27만 가구로 줄어든 뒤 내년에는 15만 7000가구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가 당분간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떨어지는 소규모 재건축 사업지에서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이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무리하게 수주 경쟁을 벌이지 않고, 선별 수주에 나서고 있다"며 "건설 원자잿값 급등과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건설사들이 선별 수주에 나서면서 사업성이 다소 떨어지는 정비사업 단지는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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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올려도 '유찰'…소규모 재건축 시공사 찾기 힘드네

기사등록 2025/02/11 06: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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