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한 다툼 뒤 주행 중인 차량에 도움 청하던 여친, SUV 치여 사망
1·2심 "사고 예견 어렵고 제지하거나 신고했더라도 막기 어렵다"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만취 상태로 고속도로에 뛰어드는 여자친구를 막지 못해 차에 치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 받았다.
광주지법 제2형사부(항소부·재판장 김영아 부장판사)는 5일 202호 법정에서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돼 무죄가 인정된 A(31)씨의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와 숨진 여자친구 사이의 격한 다툼이 있었고 사망 사고 발생 시간까지의 시차 등을 고려하면 사고 예견 가능성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자친구를 고속도로에 홀로 뒀을 때 위험하다는 점은 예견 가능하나, 사망 사고까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예측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112신고를 하지 않았으나 신고했더라도 사망 사고를 막을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며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A씨는 2022년 11월 18일 오전 2시 21분께 고속도로변에서 차량을 세운 뒤 다투다가 1차로로 뛰쳐 나가는 여자친구 B씨를 안전한 곳에 있도록 돕지 않아 주행 차량에 치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같은 날 자정 무렵 A씨는 술 마신 B씨를 차량에 태워 이동하다가 다툼을 벌였다. A씨가 B씨의 전 남자친구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탓이었다.
말다툼 도중 A씨는 "전 남친에게 직접 사과하러 가겠다"며 차량을 몰아 고속도로에 진입했고, 운전 중에도 B씨가 경찰에 납치 신고를 하려는 것을 A씨가 거세게 만류하는 등 다툼이 커졌다.
술 취한 B씨가 시동을 끄려 하자 A씨는 고속도로 갓길에 차량을 세웠다. 이후에도 자리를 피하려는 B씨와 이를 만류하는 A씨 사이에 승강이가 벌어졌고 서로 뺨까지 때렸다.
고속도로 위에서 달리는 차량에게 도움을 요청하던 B씨는 다시 다가오는 A씨를 피해 도망가다 결국 SUV차량에 치여 숨졌다.
검사는 "술 취한 B씨가 밤 시간대 매우 위험한 고속도로에서 계속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사고 위험성이 매우 높은 상황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어 A씨에게는 112에 신고하거나 직접 피신시킬 의무가 있었다"며 유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A씨가 막무가내인 B씨를 막아서고 도로에서 끌어내려고 애썼고, 이러한 제지 행동이 차량에 치이는 위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견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여자친구를 폭행하긴 했지만 연인 사이의 관계와 다툼 정도, 만취한 B씨의 위험한 돌발행동 등을 고려해 A씨에게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키는 등 의무가 있지는 않다고 봤다.
1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A씨가 주의 의무를 어겼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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