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주년 '공동경비구역 JSA' 주역 한 자리
박찬욱·송강호·이병헌·이영애·김태우 모여
송강호·이병헌 "당시 박 감독 못 믿었다"
당시 박찬욱 연달은 흥행 실패 벼랑 끝에
박찬욱 "당시 이병헌도 영화 3편 망했어"
"유작 될지 모른다는 절박함으로 찍었다"
"그때 연기 그때만 하는 연기…안 고칠래"
"남북 아직도 안 변해…옛날 얘기 됐으면"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배우 이병헌(왼쪽부터), 이영애, 박찬욱 감독, 김태우, 송강호가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GV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2.04. jini@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2/04/NISI20250204_0020682437_web.jpg?rnd=20250204180851)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배우 이병헌(왼쪽부터), 이영애, 박찬욱 감독, 김태우, 송강호가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GV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2.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감독님을 믿을 수 없었어요."(송강호) "솔직히 감독님에 대한 기대감은 없었죠."(이병헌) "지금 같으면 감독님 이름 보고 바로 했겠지만, 그땐 시나리오가 좋아서 한 거죠."(김태우)
배우 송강호·이병헌·김태우가 입을 모아 믿음이 가지 않았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박찬욱 감독이다. '복수는 나의 것'(2002) '올드보이'(2003) '박쥐'(2009) '아가씨'(2016) '헤어질 결심'(2022) 등 걸작을 만들었고,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최고 중 하나로 손꼽히는 박 감독을 믿지 못했다는 게 어불성설이지만, 그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다.
데뷔작 '달은…해가 꾸는 꿈'(1992)과 두 번째 영화 '3인조'(1997)를 속된 말로 말아먹은 그는 벼랑 끝에 서있었다. 그러다가 1999년 기적적으로 세 번째 작품 연출 제안을 받는다. "이 영화마저 놓치면 유작이 될 수도 있다는 절박한 마음이 있었죠."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박찬욱 감독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GV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2.04. jini@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2/04/NISI20250204_0020682438_web.jpg?rnd=20250204180851)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박찬욱 감독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GV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2.04. [email protected]
◇"유작 될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또 실패할지 모른다는 고통과 불안감 속에서 내놓은 영화가 2000년 9월에 나온 '공동경비구역 JSA'였다. 약 30억원을 들여 만든 이 작품은 전국에서 580만명을 불러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에 더해 빼어난 완성도를 인정 받으며 웰메이드(well-made) 영화의 원조가 됐다. 이후 박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우리가 아는 바로 그대로다.
"이 영화는 두 가지 차원에서 전환점이 됐습니다. 한 가지는 제게 세 번째 기회를 안겨다줘서 저를 살려준 거죠. 또 한 가지는 연출자로서 절 개안(開眼)하게 해줬어요. 이 영화를 기점으로 배우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렇게 이후 제 작품이 시작된 거니까요."
그러면서 박 감독은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런데 절박했던 건 저뿐만이 아니었어요. 이 영화 전까지 이병헌씨도 하는 족족 실패하고 있었거든요."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배우 송강호가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GV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2.04. jini@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2/04/NISI20250204_0020682431_web.jpg?rnd=20250204180851)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배우 송강호가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GV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2.04. [email protected]
◇20대였던 그들이 어느덧 50대
박찬욱·송강호·이병헌·이영애·김태우 등 'JSA' 주역이 4일 서울 용산구에서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이 함께한 건 이 작품 개봉 이후 처음. 그러니까 25년만에 성사된 자리였다. 주요 출연진 중 한 명인 신하균만 개인 사정으로 오지 못했다. 30대 후반이었던 박 감독은 어느덧 60대가 됐고, 당시 30대 초반이었던 송강호를 포함해 20대였던 이병헌·이영애·김태우 모두 50대가 됐다.
"이 행사 오기 전에 다같이 모여서 밥을 먹었습니다. 25년만에 만나서 밥을 먹는데,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저분이 예전에 저렇게 말이 많았나 할 정도로(웃음). 이런 기회가 또 올까요. 참 커다란 울림이 있는 자리이고, 이런 자리가 너무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그런데 찍은지 오래된 영화라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송강호)

이날 행사는 CJ ENM 30주년 기념 비저너리 선정작으로 'JSA'가 꼽히면서 만들어졌다. 올해 CJ ENM은 한국영화사를 바꿔놓은 영화 20편을 선정했는데, 그 첫 번째 작품으로 'JSA'를 택했다. 이 작품이 한국영화 르네상스를 연 작품인 것은 물론이고, 작품성과 흥행 모두에서 인정 받은 최초의 작품이나 다름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 덕에 세월이 흘러 각자 자리에서 최고가 된 배우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만들어졌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배우 이병헌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GV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2.04. jini@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2/04/NISI20250204_0020682444_web.jpg?rnd=20250204180851)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배우 이병헌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GV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2.04. [email protected]
◇망한 감독과 말아먹은 배우들
25년만에 열린 'JSA' 관객과 대화(GV)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배우들은 박 감독 초기 필모그래피 흥행 실패를 언급하며 농담을 주고 받았고, 박 감독 역시 'JSA' 전 이병헌의 흥행 실패를 얘기하며 반격했다. 그렇다고 웃고 떠들기만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송강호·이병헌·김태우 등은 가족을 초대했고, 이 작품을 함께 만든 당시 제작진도 대거 참석했다. 이번 행사가 이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언젠가 제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앞서 두 개 작품을 완벽하게 망한 분과 이미 세 개 작품을 완벽하게 말아먹은 제가 만나서 찍은 영화가 'JSA'라고요. 이보다 더 좋은 조합이 어디있냐고 했었죠."(이병헌)

"오기 전에 엄청 떨렸습니다. 망설이기도 했고요.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25년만에 만나서 이런 저런 얘기하니까 너무 좋아요. 정말 편하고요. 따뜻하고 고마웠습니다. 이런 자리에 자주 올 걸 그랬어요. 아, 저도 'JSA' 하기 전에 '인샬라'라는 영화를 말아먹었어요."(이영애)
"전 처음에 이 영화를 거절했어요. 시나리오가 완벽하게 꽉 짜여져 있더라고요. 이런 한국영화가 있구나, 했다니까요. 그런데 감독님이 두 편을 그렇게…그러니까 이 시나리오를 영화로 구현한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 거절한 겁니다.(웃음) 그런데 감독님과 처음 만남 때 바바리를 입고 탁 걸어들어오는 그 품격이 저를 압도하더라고요. 그 순간 믿음이 갔습니다."(송강호)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배우 이영애가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GV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2.04. jini@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2/04/NISI20250204_0020682432_web.jpg?rnd=20250204180851)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배우 이영애가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GV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2.04. [email protected]
◇"내 연기는 완벽했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2013년에 근 20년 간 세계 영화를 대표하는 한국영화 2편을 꼽았다. 하나가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2003)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JSA'였다. 그만큼 'JSA'는 한국영화계를 뛰어 넘어 전 세계 영화계에서도 손꼽히는 걸작 중 한 편이다. 2000년에 태어나지도 않은 관객이 지금 보더라도 세련됐다고 할 것 같은 연출은 물론이고 이 작품의 이야기는 2025년에도 동시대성을 갖고 있다.
송강호는 "박 감독님 영화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긴 한데, 이 작품에도 지울 수 없는 기품이 있고, 사라지지 않는 깊이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감독은 꼭 고치고 싶은 장면이 있다고 했다. 바로 특수효과가 들어가는 시퀀스들이었다. "당시엔 VFX 기술에 한계가 있었죠. 숲을 불태우는 장면이라든지, 지뢰가 터지는 장면이라든지 일부 장면에 특수효과가 들어갔습니다. 지금 기술이라면 더 볼 만하게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송강호는 당시 연기 중 다시 찍어보고 싶은 장면이 있느냐는 물음에 "완벽했기 때문에 없다"고 농담을 던졌다. 이병헌과 김태우는 "당시로선 최선의 연기였고 가장 적합한 연기였기 때문에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영애는 "지금 하면 훨씬 더 잘할 수 있다. 지금 다시 찍어서 편집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배우 김태우가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GV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2.04. jini@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2/04/NISI20250204_0020682440_web.jpg?rnd=20250204180851)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배우 김태우가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GV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2.04. [email protected]
◇"시대를 앞서 간 엔딩이었습니다"
명화들이 그렇듯 'JSA'에도 명장면이 가득하다. 이수혁(이병헌)과 오경필(송강호)·정우진(신하균)이 처음 만나는 갈대밭 장면, 남북 병사 넷이 함께 모여 닭싸움 하는 장면, 오경필이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를 들으며 "광석이는 왜 이렇게 빨리 갔대니"라고 말하는 장면, 오경필이 초코파이를 먹는 장면 등이다.

이들은 각자 'JSA' 최고 장면을 꼽았다. 타란티노 감독이 그랬던 것처럼 송강호·이영애·김태우는 이수혁·남성식·오경필·정우진 네 사람이 한 장면에 담긴 마지막 사진 장면을 꼽았다. 송강호는 "시대를 앞서간,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엔딩"이라고 했고, 이영애는 "오래도록 뇌리에 남는 장면"이라고 했다.
이병헌은 오경필이 이수혁이 밟은 지뢰를 제거해주는 장면을, 박 감독은 지뢰 사건 이후 눈밭에서 다시 만난 이수혁·오경필·정우진이 상대를 알아 보고 눈을 마주치는 순간을 선택했다. "말 없이 표정으로 드러나는 그 순간 그 교감이 참 좋았고, 당시에 우리 영화가 이대로만 가면 된다고 생각했었죠."

◇"50주년 땐 옛날 얘기 됐으면"
약 1시간에 걸친 행사가 마무리되고 박 감독은 끝인사를 하며 "나온지 25년이 지난 이 영화가 요즘 젊은 관객에게도 똑같은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건 슬픈 일"이라고 했다. 'JSA'가 나온지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남북 관계에 변화가 없다는 걸 에둘러 얘기한 것이다.
"외국에 나가서 이 영화에 관한 질문 중에 꼭 이런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진짜 판문점에서 찍은 거냐고요. 그러면 저는 이렇게 말해요. '판문점에서 이 영화를 찍을 수 있었다면, 이 영화가 필요하지도 않았을 거다'고요. 50주년 땐 이 작품을 옛날 얘기하듯이 말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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