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 연휴 경증환자, 전년 대비 43% 감소
"응급실 가도 어차피 진료 못 받는 경험 영향"
경증 줄었어도 의료현장 신음…"중환자실 無"
"전공의 안 돌아오면 펠로우마저 나갈 수도"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로 환자가 이송되고 있는 모습. 2025.01.16. jhope@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1/16/NISI20250116_0020664142_web.jpg?rnd=20250116115533)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로 환자가 이송되고 있는 모습. 2025.01.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전공의 이탈에 따른 비상진료체계가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경증환자들의 응급실 이용이 줄어드는 등 환자들의 의료 이용 패턴도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 기간 응급실에 내원 환자는 일 평균 2만5041명으로 작년(3만6996명) 대비 32.3% 감소했다.
중증도에 따라 환자들을 분류해보면 특히 KTAS 4~5등급에 해당하는 경증·비응급 환자가 2만3647명에서 1만3270명으로 43% 이상으로 크게 줄었다.
반면 KTAS 1~2등급인 중증환자의 수는 작년 설 1414명에서 올해 설 1425명으로 소폭 늘었고, 권역응급의료센터의 KTAS 1~2 비중도 8.7%에서 14.7%로 증가했다.
이처럼 경증환자 중심으로 응급실 내원이 줄어든 현상을 두고 지난 1년간 의료공백 상황을 겪은 환자들이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알아서 줄이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증으로 대형병원 응급실에 갔다가 오래 대기하거나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작은 병원으로 돌려보내지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예전처럼 쉽게 응급실을 찾는 움직임이 줄었다는 것이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과거엔 응급실에서 (경증도) 다 진료를 받았지만 작년엔 전공의가 없어서 제대로 진료를 못 받은 일들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고 좀 참아보자는 경우가 있었을 것"이라며 "일종의 학습효과"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후 정부는 중증·응급 환자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펴왔다. 권역응급의료센터가 경증·비응급환자를 인근 의료기관으로 안내할 경우 정책지원금을 지급했고, 지난해 9월부터는 경증환자의 대형병원 응급실 진료비 본인부담률을 기존 50~60%에서 90% 로 대폭 올렸다.
이와 함께 명절기간 동네 병·의원들이 최대한 문을 열도록 공휴 가산을 올리는 한편 발열클리닉과 협력병원을 운영하면서 경증환자 분산을 유도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 3일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2025.02.03. jhope@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2/03/NISI20250203_0020680580_web.jpg?rnd=20250203140401)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 3일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2025.02.03. [email protected]
이러한 정부 정책을 시민들이 따르게 됐다는 것인데, 이미 작년 2월 비상진료체계 전환 직후부터 응급실 이용 경향이 바뀌었다는 관측도 있다.
한철 이대서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서울시 데이터를 보면 2023년엔 매달 응급실 이용 환자 수가 10만~11만명 정도였다가 2024년엔 (전공의 이탈 이후) 5만5000명 정도로 줄어든다. 그 중 KTAS 1~2(중증)는 변화가 없고 4~5(경증)는 확실히 많이 줄었다"며 "의사 인력이 거의 절반 이하로 줄면서 중증환자를 먼저 받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당장 명절 고비를 넘기긴 했으나 병원 현장에선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시내 일부 대학병원에선 중환자실이 부족해 중증 환자를 받기 어려운 실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교수는 "대형병원의 중환자실은 비어있어야 하지만 우리 병원의 경우 현재 비어있는 중환자실이 없다"며 "복지부의 정책이 경증 환자 유입을 막는 데는 효과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대형병원에 중증 환자들이 못 오게 되는 상황을 보완해주지는 않는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수련을 통해 소수의 전공의들만이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남아있는 의료진의 업무 과중이 장기화되는 것도 문제다.
정 위원장은 "그동안 주니어 스텝(펠로우)들이 당직을 하면서 버텨왔는데 이번에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이 스텝들이 나간다는 뜻이다. 그들이 계약을 하지 않고 병원을 나가면 '전문의 중심'이 아닌 '전문의 없는' 병원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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