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엔 수요 없는 '필리핀 이모님', 이달 시범사업 종료…확대 가능할까

기사등록 2025/02/03 05:30:00

최종수정 2025/02/03 06:14:25

지난해 사업 시작…서울 185가정 이용·795가정 대기 중

'月238만원' 이용료 도마에…임금체불·무단이탈도 논란

1200명 확대 발표했지만…서울·부산·세종만 수요 제출

최저임금 적용 논란도 지속…김문수 "月100만원 불가"

[인천공항=뉴시스] 공항사진기자단 =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인 가사관리사들이 지난해 8월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2024.08.06. photo@newsis.com
[인천공항=뉴시스] 공항사진기자단 =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인 가사관리사들이 지난해 8월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2024.08.0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워킹맘·대디의 양육 부담을 덜기 위해 지난해 전격적으로 도입됐던 '필리핀 가사관리사(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이 이번 달 말 종료된다.

제도 설계 초기부터 임금, 처우 등을 둘러싸고 숱한 논란이 일었던 가운데, 서울시 내 시범사업을 넘어 전국으로 확대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일 고용노동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시작된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오는 28일부로 종료된다.

높은 이용료·임금체불 등 숱한 논란 이어져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은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 등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홍콩과 싱가포르처럼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공청회 등을 거쳐 필리핀에서 100명을 선발, 고용허가제(E-9) 인력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필리핀은 정부가 공인하는 'Caregiving(돌봄)  NC Ⅱ'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다. 제도 도입 논의 당시 신뢰 문제에 대한 우려가 많아, 정부 발급 자격증 제도가 있는 필리핀을 택한 것이다. 또 영어·한국어 능력 평가와 건강검진, 마약·범죄이력 등 신원 검증 절차를 거쳤다.

당초 오 시장은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국제노동기구(ILO)의 차별금지협약 비준국으로, 차별금지 협약에 따라 내국인과 외국인 간 동일 수준 임금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의 시급은 최저임금에 4대보험료 등 간접비용을 포함한 1만3700만원으로 책정됐다. 서비스는 1일 4시간, 6시간, 8시간으로 분류되며 하루 8시간에 주 5일 근무를 가정하면 월 임금은 238만원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이용료가 너무 높아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신청 가구 43%는 소득수준이 높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집중됐다.

일각에서는 주 40시간이 보장돼 있지 않아 이들이 생활고에 시달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본격적인 시범사업이 시작되고 나서는 교육기간에 대한 수당이 제때 지급되지 않아 '임금체불' 논란이 일어나는가 하면, 2명이 숙소를 무단이탈해 강제출국 조치를 당하는 등 잡음이 이어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98명의 가사관리사가 아이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185가정이 이용 중이다. 이용을 희망하는 대기 가정은 795가정이다. 일단 서울에서 만큼은 수요는 명백히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시범사업 후에도 당분간 대한민국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E-9 인력으로 입국했기 때문에, 3년에서 최대 4년10개월까지 국내 체류가 가능하다.
[서울=뉴시스]필리핀 가사관리사. 2024.09.03. (사진=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필리핀 가사관리사. 2024.09.03. (사진=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200명으로 늘리겠다지만…정부, 본 사업 앞두고 '고심'

저출산고령사회대책위원회(저고위)는 지난해 6월 필리핀 가사관리사 사업을 1200명으로 늘리고, 이미 국내에 입국해있는 외국인 유학생(D-2)과 외국인근로자의 배우자(F-3) 5000명에 대해 가사돌봄서비스 취업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고용부가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서울과 부산·세종 단 3곳에서만 수요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것도 서울(900여명)을 제외하면 부산과 세종에서는 20명 이하 범위의 수요를 제출했다.

최저임금 적용 문제 역시 복병이다. 김문수 고용부 장관은 지난해 9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임금을 500만원 받아 200만원 이상 (가사도우미) 비용으로 주고 나면 아이를 키울 수 있겠냐는 문제가 있고 가정에서 부담이 크다는 것은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100만원 이하로 낮추자는 것은 쉽지 않다. 고용부가 검토한 결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저고위가 이용료를 낮추기 위해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는 '외국인 가사사용인 제도' 도입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김 장관은 "올 때는 100만원에 올 수 있다. 하지만 한 달 뒤에 과연 거기서 계속 근무를 할지, 사라져버릴지 알 수 없다"면서 "월 238만원을 줘도 임금이 적다, 체불이다 말이 많은데 100만원을 준다고 하면 지금보다 몇 배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과연 우리가 싱가포르처럼 이를 통제할 행정이 되느냐 그 점에서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현재 고용부와 법무부 등 관계부처들은 사업 확대를 두고 고심 중이지만, 탄핵 정국으로 인해 사실상 제도 도입 속도는 나지 않는 상황이다.

김민석 고용부 차관은 지난달 9일 기자단을 상대로 진행한 2025년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에서 "참 어려운 이슈라 여러 가지로 고민을 하고 있다"며 "이 정책의 목표는 육아에 어려움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의도대로 되지 않는 점이 있지만,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 자격을 갖춘 사람을 늘려 제도를 확대해봐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28일 시범사업 종료 이후 제도를 면밀히 분석해 상반기 중으로 본 사업에 대한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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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외엔 수요 없는 '필리핀 이모님', 이달 시범사업 종료…확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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