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과기부 갈등에 '자율주행 상용화' 장기간 표류

기사등록 2025/01/21 14:00:00

감사원 "성능 검증 없이 결정 무기한 미뤄, 기술격차 확대 초래"

[서울=뉴시스] 변해정 기자 = 정부가 자율주행 신기술 도입 여부를 검토하면서 객관적인 성능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 부처 간 이견을 이유로 의사결정을 장기간 미뤄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선진국과의 기술격차 확대라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게 감사원 판단이다.

감사원은 21일 이같은 내용의 자율주행 인프라 구축 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자율주행이란 차량·선박과 같은 교통수단이 운전자의 조작 없이 스스로 판단하고 운행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정부는 오는 2027년 '완전 자율주행의 상용화'를 목표로 2014년부터 자율주행 구현을 위한 핵심 인프라인 '자율협력주행시스템(C-ITS) 개발·보급을 추진했다.

그런데 2017년 C-ITS 통신에 적용할 수 있는 4세대(롱텀에볼루션·LTE)가 등장하자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9년 10월부터 신기술 도입 여부를 협의해왔다. 당시 과기부는 2020년부터 와이파이 방식보다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LTE 방식으로의 전환을 국토부에 제안했지만, 국토부가 와이파이 방식을 우선 적용하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기획재정부가 와이파이·LTE 방식의 성능을 비교·실증하고 그 결과에 따라 기술을 채택하라는 조정 의견을 제시했으나, 국토부와 과기부는 두 기술 성능을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비교시험을 하지 않은 채 감사원의 감사 착수 시까지 결정을 미뤘다.

감사원은 결국 감사 기간 공동작업반을 구성해 성능 비교시험을 실시했고, LTE 방식이 최소 2배 이상 최대유효 통신영역이 넓은데다 혼잡·비가시 상황에서의 통신 성능도 더 우수하다는 결론을 내린 뒤 이를 채택할 것을 제안했다.

국토부와 과기부는 협의 착수 4년 2개월인 2023년 12월에야 단일 통신방식을 LTE로 확정했고, 국토부는 2025년까지 LTE 방식을 적용한 C-ITS 실증 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감사원은 "핵심 인프라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구축한다는 도전적인 목표를 정하고도 정부 부처 간 의견 차이로 차량 통신방식 결정이 장기간 지연됨에 따라 인프라 구축도 당초 계획과 다르게 최대 6년 이상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감사원은 또 감사 기간 차량이 밀집돼 통신량이 증가하는 '혼잡'과 통신 경로에 대형차량 등의 장애물이 있는 '비가시' 상황에서의 각 통신방식별 성능 보장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모의시험을 실시했다.

미국·유럽 등 주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혼잡·비가시 상황의 통신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없었지만 국토부는 이마저도 마련할 궁리를 하지 않았다. 

감사원의 시험 결과, 와이파이와 LTE 모두 혼잡·비가시 상황 시 통신성능이 저하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혼잡 상황에서 차량과 노변 기지국 간에는 차량 200대의 혼잡도(혼잡환경 조성구간 125m)에서도 통신 성능이 보장됐지만, 차량과 차량 간에서는 혼잡도 40대부터(와이파이) 또는 120대(LTE)부터 통신 성능이 기준에 미달했다.

반면 비가시 상황에서는 와이파이 방식과 LTE 방식 모두 통신 성능이 보장(차량 간 필수통신영역 최대 거리 600m)되지 않았다.

감사원은 "안전한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혼잡과 비가시 상황 모두에서 자율주행에 필요한 정보가 차량에 안정적으로 제공될 필요가 있다"면서 국토부에 한국지능형교통체계협회를 통해 자율협력주행시스템 표준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국토부·과기부 갈등에 '자율주행 상용화' 장기간 표류

기사등록 2025/01/21 14:00:00 최초수정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