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회복세…환율 1460원선 오가면서 여전히 강세
정치적 불안정성 반영되면 국가신용등급 강등 선례
IB, 韓 성장률 최저 1.4%까지 조정…민간 소비 부진
"장기로 갈수록 환율 불확실성 높아…국내 상황 변수"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12·3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로 정상외교 채널이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 올해 글로벌 경제의 최대 이슈가 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정수반 공백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수출 역량 저하와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정부에 따르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를 주재하고 "최근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점차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대내외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각 기관이 높은 경계심을 유지하면서 금융·외환시장을 24시간 점검·대응해 경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는데 총력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최상목 권한대행은 매주 F4 회의를 주재하고, 금융·외환시장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증시는 지난 8일 코스피가 약 한 달 만에 2500선을 넘어서는 등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향후 트럼프의 정책 리스크와 국내 정치적 혼란 등 상승 억제 요인이 남아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연말 비상계엄 여파로 1480원대까지 올랐다가 최근엔 1450원에서 1460원선을 오가고 있다.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까지 오르게 되면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수출 기업이 타격을 입고, 유가 상승 등의 여파로 물가 상승률도 높아질 수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면 차기 대선까지 최장 8개월이 걸린다. 240일간 대통령 부재는 미 통상 외교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정상 외교 이외의 다양한 수단을 활용한다 할지라도 최상목 권한대행 체제 하에서는 통상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런 국내 정치 불안은 우리나라의 향후 대외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외환 보유고와 경상수지 흑자 규모, 대외 순자산 규모 등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실제 국제신용평가사에서 당장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할 가능성은 작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Aa2)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AA), 피치사(AA-) 모두 한국의 경제를 '안정적'으로 평가해왔다.
하지만 정치적 불안이 장기화하면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는 우려가 크다. 국가신용등급을 매길 때 경제 성장률과 재정 건전성 등 경제적 안정뿐만 아니라 정치적 안정성을 고려한다. 실제 무디스는 지난해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정치적 불안정을 반영해 Aa2에서 Aa3로 강등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한국의 정치적 혼란을 반영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글로벌 IB 8곳의 평균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1.7%다. 전월보다 0.1%포인트(p) 하향조정됐다.
1.7%도 사수가 어려울 것으로 보는 IB들도 다수다. 평균에 포함된 JP모건은 올해 성장률을 1.3%로 전망했고, 시티는 무안 여객기 참사 후 0.1%p 낮춘 1.5%로 수정 전망했다. 민간 소비가 예상보다 부진해 내수 회복이 어려울 거라는 관측에서다.
ING와 캐피털이코노믹스도 정치적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각각 1.4%, 1.5%로 전망했다.
전문가는 국내 정치 상황이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잘 마무리될 것인지에 따라 금융·외환시장의 전망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윤상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 국제거시팀장은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원화의 추가 약세가 발생하고 있다"며 "얼마나 이 사태가 장기화하느냐 혹은 빠른 시간 안에 잘 마무리될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태가 길어지고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우리 펀더멘탈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다. 지금도 원화 환율의 전망 폭이 넓은데, 이는 장기로 갈수록 불확실성이 높다는 뜻"이라며 "환은 그 나라 경제의 기초체력을 반영한다. 원화가 약한 건 정치적 불확실성 외에도 수출이 둔화세로 가는 등 경기적 요인도 반영되고 있다. 사태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영향에 대해서는 향후 관세를 올리거나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등의 과정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윤상하 팀장은 "미국은 무역 적자를 원치 않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에 대한 환 압박이 올 수도 있다. 이 경우 미국이 수입을 줄이고 수출을 늘려야 하면 강달러에서 약달러로 갈 수도 있다. 즉시는 어렵겠지만 그런 과정에서 우리나라 원화가 반사적으로 강세로 갈 가능성도 있다"고 부연했다.
올해 성장률에 대해선 "IB들이 정치적 상황까지 감안해 추가적으로 디스카운트를 해서 밴드가 1.4%까지 나왔다"며 "1.4%까지 내려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나 2%를 달성하기는 쉽지는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