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한 동결 vs 인하 전망…새해 첫 한은 금통위 관전포인트는

기사등록 2025/01/10 10:03:57

최종수정 2025/01/10 14:16:18

소비심리 악화와 고환율 사이 딜레마

시장 전망 인하 vs 동결 6대 4로 갈려

유상대·장용성·이수형 판단에 이목 쏠려

금통위원 3대 3 동수시 이창용이 캐스팅보트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4.10.1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4.10.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한국은행의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며 기준금리 결정을 둘러싸고 새로운 변수들이 등장해 긴장감이 높아졌다. 1500원을 위협하는 고환율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강도 불확실, 정국 불안에 따른 소비 부진 등을 놓고 한은의 금리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관전포인트는 한은이 경제를 끌어올리기 위해 15년 만에 3회 연속 금리를 낮출지 여부다. 연속된 금리인하는 경기 부양 기대를 높이지만 저성장 불안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으로 평가된다. 소비심리 개선과 환율 자극이라는 득과 실 중 어느 것이 더 클 것이냐도 딜레마다.

개별 금통위원의 판단도 관심사다. 지난 회의에선 장용성 위원의 동결에 유상대 부총재의 유지 의견이 더해지며 소수의견은 2명으로 불어났다. 이들이 우려한 환율은 당시보다 50원 넘게 올랐다. 11월 인하 의견을 냈던 이수형 위원은 최근 환율을 경기보다 우선시한다는 발언을 내놨다.

시장에서는 이번에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의견과 유지할 것이라는 의견이 6대 4 가량으로 팽팽히 맞선다. 금통위원 간 의견마저 3대 3으로 갈리면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캐스팅보트(최종 결정권)를 행사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경기냐 환율이냐…팽팽한 금리 전망

10일 한은에 따르면 금통위는 이달 16일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금통위는 지난해 10월 4년5개월 만에 인하에 나선 후 11월에도 깜짝 인하를 단행해 기준금리는 3.0%까지 내려왔다.

금리 인하 전망은 금통위가 성장에 무게 추를 둘 것이란 점을 주요 근거로 삼는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장벽에 따른 수출 타격에 최근 정국 불안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 등의 우려까지 높아지며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 전 서둘러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의견이다.

한은은 11월 경제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1.9%로 제시하면서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이 불거질 경우 1.7%까지 떨어질 것으로 봤다. 이는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 등 국내 정치 불안을 고려하지 않은 수치다. JP모건은 정국 불안까지 반영해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을 1.3%로 제시했다.

금리 동결 주장의 근거는 고환율에 금리를 움직이기 보다는 한 템포 쉬어가며 정책 여력을 남길 것이란 의견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과 연방준비제도의 올해 1월과 3월 동결 전망이 높아진 가운데 한은의 금리 인하는 환율을 그대로 1500원대까지 부추길 수 있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코스피가 전 거래일(2521.05)보다 0.85포인트(0.03%) 상승한 2521.90에 마감한 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719.63)보다 3.89포인트(0.54%) 오른 723.52에 거래를 종료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55.0원)보다 5.5원 뛴 1460.5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2025.01.09.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코스피가 전 거래일(2521.05)보다 0.85포인트(0.03%) 상승한 2521.90에 마감한 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719.63)보다 3.89포인트(0.54%) 오른 723.52에 거래를 종료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55.0원)보다 5.5원 뛴 1460.5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2025.01.09. [email protected]

1450원대 환율 어떻게 읽힐까

한은은 '2025년 통화정책운용방향'을 통해 이례적으로 올해 금리 인하를 시사한 상황이다. 다만 "성장 하방압력이 완화될 수 있도록 하며 금융안정 리스크도 유의하며 경제 상황 변화에 맞춰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금리 인하의 필요성은 높지만 환율이 걸림돌이란 얘기다.

한은 집행부는 이례적으로 타기관까지 거론하며 환율 경계 발언을 내놨다. 이달 초 윤경수 한은 국제국장은 "내부 결정으로 곧 국민연금 환헤지 물량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윤 국장의 발언은 금리 인하 환경을 만들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평가와 함께 인하설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 됐다.

원·달러는 윤 국장의 발언 이후 국민연금 환헤지 추정 물량과 트럼프 관세 완화 기대가 맞물리며 1480원을 위협하다 1450원대까지 내려왔다. 다만 11월 금통위 당시보다 50원 이상 높은 수준으로 "진정세로 갈 것"과 "아직 높다" 등의 평가는 나뉜다.

한편 지난해 10월 피벗(통화정책 변화)에 나서면서도 한은 집행부는 시장에 금리 인하 시그널을 낸 것으로 알려진다. 회의 2주 전 금융안정보고서 간담회 당시 장정수 금융안정국장은 당시 금리 인하 발목을 잡던 가계부채에 대해 "정부 의지가 강해 안정화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11월에는 통화정책을 맡은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가 한 언론 행사에서 금리 결정 우선 순위로 환율보다 경기를 두고 있다는 발언도 한은의 금리 인하 의지로 해석된 바 있다. 이전까지 동결 일색이던 11월 금통위 전망은 박 부총재보의 발언 이후 동결과 인하가 8대 2로 갈리는 계기가 됐다.

동결 주장했던 금통위원들 변심할까

11월 통방에서 금통위원들의 인하와 동결 의견은 4대 2로 갈렸다. 이번 회의에서도 위원들은 어느 때보다 치열한 공방이 펼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분류되는 신성환 위원과 황건일 위원, 김종화 위원은 이번에도 경기 하강 우려에 무게를 싣고 금리를 판단할 가능성을 높게 본다.

소수의견을 냈던 금통위원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시보다 저성장 우려가 커졌지만, 동결 근거로 제시했던 환율이 당시보다 50~70원 가량 높아졌다는 점 때문에 금리 결정의 명분을 뒤집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당시 장 위원은 추가 인하가 외환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킬 것으로 우려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 부총재는 20년 만에 한은 집행부 결정이 소수의견이 되는 소위 '금통위의 반란'이라는 평가를 감수하고도 금리 '유지' 의견을 냈다. 11월 의사록에는 물가에 대해 환율이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과 환율 변동성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이유로 3.25%로 '유지'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담겼다.

이수형 위원의 선택도 관심거리다. 11월 회의에서 시장 예상과 달리 인하를 주장한 이 위원은 최근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물가와 금융안정, 경제성장이 서로 상충되는 경우 물가와 금융안정에 주로 초점을 맞춘다고 언급했다. 시장에선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 원칙론을 언급한 데 그쳤다는 시각과 환율을 우선 고려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평가가 나뉜다.

금통위원 의견이 3대3 동률을 이루게 되면 한은 총재가 금리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이창용 총재가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게 되면 역대 네번째 사례가 된다. 2013년 4월 김중수 전 한은 총재 이후 첫 행사다. 당시 김 전 총재는 정치권의 노골적인 기준금리 인하 공세에도 금리 동결 의견을 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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