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국가하천 공사구간 유지보수 환경청에"
환경부, 중처법상 안전의무 환경청·시공사 명시
검찰 "청주시 면책규정 없다"…이범석 시장 기소
[청주=뉴시스] 임선우 기자 = 검찰이 지난 9일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책임자로 이범석 청주시장을 기소한 가운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의 근거로 삼은 제방 유지·보수 및 안전의무 주체가 법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은 미호강 제방의 관리책임이 청주시에 있다고 본 반면, 청주시는 하천법과 환경부 지침을 토대로 국가하천 '공사구간'의 관리책임 주체를 하천점용 허가권자인 금강유역환경청으로 꼽고 있다.
청주시 주장의 핵심 근거는 오송 참사 발생 전 환경부가 발표한 '하천분야 중대시민재해 업무 참고자료'다.
이 자료는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하천분야 중대시민재해의 안전확보 의무 대상과 주체를 정하기 위해 환경부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 질의와 법무법인 자문을 거쳐 2023년 3월 각 지자체에 배포했다.
환경부는 하천분야 공중이용시설의 범위를 하구둑, 제방, 보로 나눈 뒤 제방의 경우 5대 강 본류는 환경부에, 그 외 국가하천 위임구간은 지자체에 관리권이 있다고 규정했다.
미호강 제방 유지·보수 관리권한은 하천법에 따라 충북지사에게 위임되고, 충북도 사무위임 조례에 따라 청주시장에게 재위임돼 있다.
다만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정하는 하천 공사구간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주체는 지자체가 아닌 공사의 실질적 지배·운영·관리 여부에 따라 환경부(환경청)나 시공업체에 있다는 게 환경부 판단이다.
오송 참사의 발단이 된 미호천교 확장공사(오송~청주 2구간 도로 확장공사)는 2018년 2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발주하고, 금강유역환경청이 하천 점용허가를 내줬다.
시공사인 금호건설 측은 공사가 진행 중이던 2021년 11월 미호강 제방 일부를 철거하고, 2023년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우기를 대비해 임시 제방을 쌓았다. 이 과정에서 공사를 발주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하천 점용허가를 내준 금강유역환경청의 관리·감독은 없었다.
임시 제방은 그해 7월15일 집중호우로 무너졌다. 붕괴된 제방을 타고 온 강물 6만여t이 300~400m 거리의 궁평2지하차도로 쏟아져 내리면서 14명이 숨졌다. 2019년 개통된 궁평2지하차도의 관리 주체는 충북도다.
시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환경부가 발표한 자료에는 하천 공사구간의 안전확보 의무가 환경부나 시공업체로 명시돼 있다"며 "환경부는 이 자료를 배포하면서 '하천분야 중대시민재해 관련 업무를 이행하는데 참고사항을 정리한 것으로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고 밝혔으나 이를 따르지 않을 지자체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하천법도 하천 공사 준공고시 다음 날부터 위임 구간에 대한 지자체의 유지·보수 업무를 부여하고 있다"며 "미호천교 공사구간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 의무 주체는 금강유역환경청이나 시공업체, 하천법상 유지·보수 의무 주체는 하천 점용허가를 내준 금강유역환경청에 있다"고 항변했다.
반면 검찰은 하천 공사구간을 포함한 제방의 유지·보수 주체를 청주시로 봤다.
국가하천 공사구간에 대한 청주시의 관리 책임을 면책해 주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청주지검 남철우 형사3부장은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국가하천인 미호강은 환경부 장관이 도지사에게 위임하고, 청주시장에게 재위임하게 돼 있다"며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공사하는 구간이라도 제방 유지·보수 주체인 청주시의 관리 책임을 면책해 주는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하천은 어느 한 주체가 독자적으로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빈틈없이 작동하도록 법이 체계화돼 있는데, 각각의 주체가 서로의 책임을 미루고 자신의 책임을 이행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하천법상 제방의 유지·보수 주체로 본 청주시장을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 시민재해치사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중대시민재해 혐의로 기소된 건 이범석 시장이 처음이다.
검찰은 또 이상래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과 시공사 전 대표도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 의무의 주체로 보고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궁평2지하차도 관리 주체인 충북지사는 지하차도 안전·보건관리 체계에 결함이 없었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미호천교 공사 구간 하천점용허가를 내주고 제방 훼손을 묵인·방치한 금강유역환경청과 사고 대응을 부실하게 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충북도, 청주시, 충북경찰청 소속 공무원 등 42명(법인 포함)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인 2020년 부산 초량지하차도 침수 사고 책임으로 기소됐던 부산광역시 동구 부구청장과 재난대응과장 등 일부 공무원은 업무상 과실과 침수사고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단에 따라 무죄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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