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원자력 수출 협력 MOU…민간 협력 프레임 제공
3월 본계약 앞두고 지재권 분쟁 美 동의 여건 조성
[세종=뉴시스]김동현 기자 = 한미 양국이 원자력 수출, 민간 원자력 에너지 분야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오는 3월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는 24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지역 신규 원전 2기 건설사업(5·6호기) 수주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평가다.
이번 약정이 민간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체코 원전 수주 과정에서 원천기술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원만한 타협점을 찾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에너지부 및 국무부와 '한·미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기관 간 약정(MOU)'을 체결했다. 이번 MOU는 안덕근 산업부 장관과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 임석 하에 서명됐다.
MOU에는 ▲원자력 평화적 이용 촉진 위한 원전 협력 원칙 재확인 ▲제 3국으로 기술 이전 시 정보 공유체계 마련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제 3국의 민간 원자력 발전 확대를 위한 양측 기관 간 협력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MOU 서명은 '글로벌 포괄 전략동맹'으로서 양국 간 깊은 신뢰에 기반한다"며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양국 간 호혜적 협력을 촉진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관심은 이번 MOU 체결이 체코 원전 수주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여부로 모아진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체코 원전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경쟁을 벌이던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지적재산권 문제로 분쟁이 발생한 상황이다.
웨스팅하우스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카라 원전 수주와 2022년 폴란드 원전 수주 당시에도 지적재산권을 문제 삼은 적이 있었는데 체코에서도 한국형 원전 APR1400이 자사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고 어깃장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체코 원전을 수주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번 약정으로 인해 민간의 '팀 코러스(KORUS·KOR-US)' 차원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APR1400이 웨스팅하우스의 APR1000 모델과의 기술적 차이를 인정받는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APR1400이 유럽 수출을 위해 개발됐으며 유럽 사업자요건(EUR) 인증을 취득한 만큼 독자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약정을 통해 양국 정부기관이 민간 원전 수출에 있어 협력 프레임워크를 구축하기로 한 것은 체코 원전 수주에 있어 웨스팅하우스와의 분쟁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웨스팅하우스가 1970년대에 원전 핵심기술을 한국에 이전한 것과 이후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기술에 대해 차이점을 명확히 하거나 바라카 원천 처럼 일부 기술사용료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분쟁 타결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이번 MOU로 한미 양국간 원전 협력을 위한 우호적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는 만큼 오는 3월 예정된 체코 원전 본계약 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외 원전 수주에 미치는 영향은 낮다고 예상했다. 올해 3월 체코 원전 본계약 체결을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네덜란드 등 한국형 원전 수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체코 2+2기, 폴란드 2기, UAE 2기 등 대형원전 시장 내 수주는 계획대로 진행될 전망"이라며 "한국을 대체할 대안 국각가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체코 원전은 2009년 이후 15년 만의 원전 수주로 유럽에서의 첫 수출인 만큼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원천기술 소유권 주장은 견제구에 가까운 조치로 보인다"며 "본 계약이 완료되면 이런 잡음은 일소될 전망이며 2025년에도 UAE, 네덜란드 등 한국형 원전의 수출 소식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