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는 영국 체제 불안정하게 만드는 고약한 인간"

기사등록 2025/01/07 08:13:06

최종수정 2025/01/07 08:19:06

투옥 극우 선동가 석방하라며 스타머 총리 등 잇달아 공격

머스크 대응하느라 야심적 의료 개혁 정책 기자회견 망쳐

X 이용자 감소 반전 노린 듯…트럼프 친분에 직접 비난은 자제

[런던=AP/뉴시스]키어 스타머 영국총리가 6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의료개혁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스타머 총리에 대한 공격 문제가 이날 기자회견을 지배하면서 정부의 야심적 정책 홍보가 엉망이 됐다. 2025.1.7.
[런던=AP/뉴시스]키어 스타머 영국총리가 6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의료개혁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스타머 총리에 대한 공격 문제가 이날 기자회견을 지배하면서 정부의 야심적 정책 홍보가 엉망이 됐다. 2025.1.7.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2억110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이자 세계 최고 부자인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영향력으로 영국 정치를 하이재킹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머스크가 “미국이 영국인들을 독재 정부로부터 구출해야 하는지”를 두고 투표해 달라는 글을 X에 올렸을 때는 농담처럼 들렸다.

그러나 키어 스티머 총리를 공격하고 투옥된 극우 선동가를 석방하라고 요구하고 극우 정당 대표 나이절 패라지와 결별 선언을 하면서 머스크는 영국 정치를 흔들려는 본격적 의도를 가진 것으로 여겨진다.

머스크가 잇달아 올린 글들 때문에 영국은 새해 벽두부터 정치 논쟁에 사로잡혔다.

스타머 총리는 6일 자신이 10년 전 검찰총장일 당시 소년 성폭행 갱들을 처벌하지 않았다는 머스크의 주장을 반박했다. 스타머 총리의 반박은 정부의 의료개혁 관련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뤄졌다. 이 때문에 영국 정부는 핵심 정책인 의료개혁 계획을 제대로 알릴 수 없었다. 

패라지 영국 개혁당 대표도 머스크가 5일 “패라지는 당을 이끌 자격이 없다”고 공격하자 하루 뒤 스타머 총리의 소녀 성폭행 불기소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해 머스크에게 부화뇌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영국 맨체스터대 로버트 포드 정치학 교수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머스크가 영국 정치를 망치고 있다. 일요일 새벽 3시에 머스크가 올린 글 때문에 노동당의 의료보험 개혁 기자회견이 방해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머스크 거리두기' 극우 정치인 망외 소득 올릴 수도

포드 교수는 또 머스크가 패라지 대표와 결별하면서 패라지가 덕을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머스크가 패라지 대표를 공격한 것은 그가 토미 로빈슨 극우 선동가 석방에 반대한 때문이다.

로빈슨은 시리아계 이민자 모욕을 금지한 법원 명령을 어겨 투옥된 상태다. 그는 각종 범죄에 대해 유죄 평결을 받았으며 인종차별 및 이슬람 혐오 발언도 유죄 평결을 받았다.

포드 교수는 “토미 로빈슨은 영국에서 정치적 금기다. 패라지가 그와 관련되지 않으려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패라지 대표가 머스크의 로빈슨 옹호를 거부함으로써 보수당에 환멸을 느끼는 우파 주류 유권자들에게 더 잘 먹혀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타머 총리에게 머스크의 공격은 그렇지 않아도 시작부터 불안한 노동당 정부의 행보에 큰 타격이다. 스타머 총리는 환자의 대기 시간을 줄이는 의료 개혁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에 따라 새해 첫 기자회견을 준비했으나 물거품이 됐다.

머스크는 6일 아침에도 “스타머가 감옥에 가야한다”는 글을 올렸고 기자들은 머스크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머스크는 스타머가 검찰총장이던 2000년대와 2010년대에 파키스탄계 갱단의 소녀 성폭행을 덮었다는 허위 주장을 폈다.

영국 노팅엄 대 스티븐 필딩 정치사 석좌교수는 머스크와 싸우길 피하고 정책에 집중하려던 “스타머 총리가 직접 나서야 해 크게 화가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머 총리는 자신이 검찰총장이던 2008~2013년에 성폭행 갱 기소를 시작했고 어린이 성학대 보고를 의무화했다면서 “정면 대처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여성 및 소녀 보호 주무인 제스 필립스 장관을 머스크가 “강간 대량학살 옹호자”라고 비난한 것을 반박하면서 크게 화를 냈다.

스타머 총리는 필립스 장관이 “성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천 배는 더 많은 일을 했다”고 단언했다.

영국에서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뒤로 X 이용자가 계속 줄어왔다. 이를 두고 머스크가 로빈슨을 옹호하고 나선 것이 X 이용자 감소를 반전시키려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본다. 

런던대 엘리자베스 피어슨 교수는 “머스크의 행위는 외국 정치 개입”이라면서 “머스크는 영국 체제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고약한 인간”이라고 말했다.

"하지 말아야 할 불장난"

필딩 교수는 머스크가 미국을 의식해 발언한 것으로 추정하면서 “제 정신인 미국 정부 인사들이라면 머스크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불장난을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유럽 각국 지도자들은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과 친한 사이임을 의식해 그의 이름을 거명하며 공격하지는 않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6일 “10년 전만 해도 세계 최대 규모의 소셜 네트워크 소유주가 국제 반동 운동을 지지하고 나설 줄 상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스타머 총리도 기자회견에서 “미국이나 머스크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영국 정치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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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는 영국 체제 불안정하게 만드는 고약한 인간"

기사등록 2025/01/07 08:13:06 최초수정 2025/01/07 08: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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