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잃어버려서 돈 좀"…휴가 나온 군인 '뒤통수' 친 남성

기사등록 2025/01/03 10:17:31

최종수정 2025/01/03 12:42:24

[서울=뉴시스] 본문과 관련 없는 사진. (사진=뉴시스DB)
[서울=뉴시스] 본문과 관련 없는 사진. (사진=뉴시스DB)

[서울=뉴시스]황소정 인턴 기자 = 휴가를 마치고 복귀하는 군인을 속여 사기 행각을 벌인 남성이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군인인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에 따르면, A씨는 휴가 복귀 날이었던 전날 오후 7시께 부산에서 출발해 수원역에 내렸다.

그런데 이때 30대 남성이 A씨를 붙잡더니 "군인한테 죄송한데 제가 휴대전화와 지갑을 잃어버려서 집에 못 가고 있다. 집이 제주도라 비행깃값만 빌려주시면 제가 집 가는 대로 바로 연락드리고 송금하겠다"며 도움을 청했다.

A씨는 고등학생 시절 교통비가 없을 때마다 빌려준 어른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낯선 이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는 남성에게 "15만원이면 되겠냐"고 물었고, 이에 남성은 "턱도 없다"며 "비행깃값이면 30만원은 든다"고 답했다.

이에 A씨는 계좌번호, 연락처와 함께 수중에 있던 현금 30만원을 남성에게 건넸다. 이는 부모님이 휴가 나온 아들의 손에 쥐여준 돈과 교통비였다.

A씨는 "남성분께 '집에 잘 들어가시고 연락 달라'고 말씀드린 뒤 수원역 제주항공 분향소 앞에서 갈라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남성의 사기였다. A씨는 "친구들에게 얘기하다가 이것이 사기 수법 중 하나인 것을 알게 됐다. CCTV가 있는 역에서 전투복을 입은 병사인 제게 이런 사기를 칠 거라고는 생각을 못 한 게 후회스럽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어 "신고하려면 제가 외출이나 외박, 휴가를 나와서 고소해야 한다고 하더라. 하지만 전 일병에 할당된 휴가를 모두 소진했고 외출, 외박이 불가능한 부대"라며 "지금 생각해 보면 당연히 사기인 게 보이는데 당시엔 왜 안 보였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현금 꺼내기 전에 ATM기기 위치까지 꿰고 있더라. 그때 알아야 했다"며 "머리로는 글을 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걸 알지만 답답한 마음에 글 남겨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끝으로 A씨는 "20살의 마지막 날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며 "다음번엔 '죄송합니다' 하고 지나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군인들이 어리고 세상 물정 모른다고 저런 사기 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다 화가 난다" "저런 사기꾼 때문에 착한 일을 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사기 칠 사람이 없어서 군인에게 사기를 치다니"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사회가 따뜻하지만은 않다. 그렇게 배워가는 거다. 나도 겪은 일"이라며 A씨를 위로했다. 이에 A씨는 "저만 겪은 일이 아니라니까 더 슬프다. 제게만 있는 일이었으면 차라리 좋았을 텐데 싶다"며 씁쓸해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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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잃어버려서 돈 좀"…휴가 나온 군인 '뒤통수' 친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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