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방만한 교전 수칙이 가자 민간인 희생 늘렸다-NYT

기사등록 2024/12/27 10:03:29

최종수정 2024/12/27 13:12:24

가치 적은 표적 공격에 최대 20명 민간인 희생 위험 허용

"적에게 지옥을 안겨라" 명령…하루 사망 500명 넘기도

대형 폭탄 사용하면서도 민간인 피해 평가 방식은 느슨

[부레이즈=AP/뉴시스]이스라엘이 2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부 부레이즈 난민촌에 공습을 가하면서 건물들이 파괴됐다. 이스라엘이 가자를 공격하면서 교전 규칙을 완화해 민간인 희생이 크게 늘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2024.12.27.
[부레이즈=AP/뉴시스]이스라엘이 2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부 부레이즈 난민촌에 공습을 가하면서 건물들이 파괴됐다. 이스라엘이 가자를 공격하면서 교전 규칙을 완화해 민간인 희생이 크게 늘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2024.12.27.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 하마스 전투원을 폭격하는 규칙을 크게 완화하면서 민간인 사상 피해가 크게 늘어났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해 10월7일 오후 1시 이스라엘 군 지도부가 현대 전쟁사에서 유례가 없는 대규모 폭격 명령을 내렸다.

즉시 발효된 명령에 따라 중간급 이스라엘 장교들은 과거에 주요 공격대상이 아니던 수천 명의 하마스 민병대와 군사 시설을 공격할 권한을 갖게 됐다.

그러나 현재 이스라엘군 장교들은 고위급 하마스 지휘관과 무기고, 로켓 발사대 등 초기의 공격 대상을 넘어 하급 하마스 전투원도 공격할 수 있다는 명령을 받고 있다.

명령은 현재 최대 20명의 민간인 살상 위험을 감수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 같은 명령은 이스라엘군에 한 번도 내려진 역사가 없는 수준이다. 중간급 장교들에게 수많은 민간인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군사적 의미가 작은 수많은 표적을 공격할 재량권을 부여한 것이다.

예컨대 이스라엘군은 사병급 하마스 민병대원이 가족, 친지 수십 명과 함께 집에 머물고 있어도 공격할 수 있다.

기존에는 하마스와 전투에서 장교가 민간인 피해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 뒤에야 공격 승인이 떨어졌었다. 종종 5명의 민간인 피해를 감수할 수할 수 있다는 공격 승인도 있었고 드물게 10명까지 감수하도록 허용한 경우도 있었다. 실제로는 더 많은 피해가 발생한 사례들도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민간인과 전투원을 구분하지 않고 있지만, 14개월 넘게 계속된 전쟁으로 4만5000명 넘게 사망(12월16일 발표)했으며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여성과 어린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 군 지도부는 교전 수칙을 바꿨다. 이스라엘이 생존위기에 처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고 이스라엘군 고위 관계자가 밝혔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침공해 마을과 군 기지를 점령하고, 잔혹행위를 저지르고, 민간인 지역에 수천 발의 로켓을 발사해 1200명을 살해하고 250명을 납치한 직후였다.

이스라엘 영토에서 하마스와 전쟁을 치르게 된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레바논 헤즈볼라가 침공할 것을 우려해 극단적인 군사 행동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고위관계자가 밝혔다.

네타냐후 "하마스 있는 곳 모두 폐허로 만들겠다" 선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해 10월7일 연설에서 “사악한 이 도시 안의 모든 하마스 주둔장소, 하마스가 숨어서 작전하는 모든 장소를 폐허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민간인 보호 규정 체계를 크게 완화했다. 표적 식별방법과 민간인 사상자 위험 평가 규정을 부실하게 만들었고 공격 후 민간인 피해 평가와 그에 따른 장교 처벌이 일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이스라엘군 내부와 고위 미 당국자가 제기하는 경고를 무시했다.

이스라엘 군 기록 수십 건과 공격을 승인하거나 직접 공격한 25명 이상을 포함한 100여 명의 사병 및 장교들을 인터뷰한 결과 이스라엘군이 금세기 최악의 사상자를 낸 전쟁을 벌인 과정이 밝혀졌다.

다음은 조사로 밝혀진 주요 내용들이다.

-이스라엘이 선제 공습 대상 군사 표적을 크게 늘리면서 장교가 공격 판단에서 감수할 수 있는 민간인 희생자 수도 크게 늘렸다. 그 결과 이스라엘은 가자 전쟁 시작 7주 동안 거의 3만 발을 투하했다. 이는 이후 8개월 동안보다 많은 수량이다. 군 지휘부는 하루에 감수할 수 있는 누적 민간인 희생자 상한도 없앴다.

-고위 지휘관이 비전투원 100명 이상의 희생될 위험을 감수하는 공격 명령을 승인한 경우들도 일부 있다. 이는 서방 군대에서 극히 예외적으로 판단하는 상한조차 초과하는 것이다.

-공격을 너무 빠르게 진행해 적법한 표적을 공격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어려웠다. 공격 시작 며칠 만에 전쟁 전 데이터베이스에 있던 표적을 모두 공격한 것은 물론 인공지능을 대대적으로 활용하는, 검증되지 않은 표적 식별 체계를 사용했다.

-이스라엘군은 조잡한 민간인 희생 위험 평가 통계 모델을 사용했으며 표적의 위치를 식별한 뒤 몇 시간이 지난 뒤 공격함으로써 실수할 위험을 높였다. 위험 평가모델은 과거 이스라엘군이 사용하던, 특정 건물에 대한 집중적 정찰 방식이 아닌 넓은 지역의 휴대전화 사용량에 크게 의존하는 것이었다.

-전쟁 첫날부터 이스라엘은 공격이 임박했음을 알려 민간인이 대피할 시간을 주는 경고사격을 크게 줄였다. 정밀 타격 소형 무기를 사용할 수 있었는데도 2000 파운드 폭탄은 물론 “멍텅구리 폭탄”을 사용해 큰 피해를 유발했다.

이스라엘군의 공습은 전쟁 시작 2개월 동안 가장 심했고 당시 숨진 팔레스타인 주민이 1만5000명에 달한다. 이는 가자 보건당국이 밝힌 전체 사망자의 3분의 1에 달한다. 가자 보건당국은 민간인과 전투원 희생자를 구분하지 않는다.

지난해 11월부터 국제적 비난이 쏟아지자 이스라엘이 폭격을 줄이고 교전 수칙도 강화했다. 급박한 위협이 되지 않는 하급 전투원을 공격할 때 감수할 수 있는 민간인 희생자 수를 절반으로 줄였다. 그러나 여전히 전쟁 이전 보다 교전 수칙은 여전히 크게 완화된 상태였고 이후 희생자가 3만 여 명에 달하며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하마스 이스라엘 공격 직후 교전 수칙 크게 완화

이스라엘군은 10월7일 교전수칙이 바뀌었음을 인정했다. 이스라엘군은 교전 수칙 완화가 “전 세계 어느 전장에서도 보기 힘든 전례가 없는 적대행위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공격에 가담한 하마스 연계 민병대 조직 이슬람 지하드의 고위 지휘관 샬단 알나자르의 가족들이 이스라엘의 완화된 교전 수칙으로 피해를 입었다. 9년 전 이스라엘이 그의 집을 공격했을 때는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한 사전 조치가 있었고 알나자르는 물론 가족 모두 희생되지 않았다.

피격 당시 현장에서 있다가 살아남은 알나자르의 동생 술레이만에 따르면 이번에 2개월 된 아기를 포함해 가족 20명이 알나자르와 함께 희생됐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집단 학살 혐의로 기소한 뒤 이스라엘은 국제법에 따라 민간인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모든 사전 조치를 취한다고 밝힌다. 공격하기 전 도시 전체에 소개 명령을 내리고 전단을 뿌리며 공격 대상 지역 지도를 직전 온라인으로 배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또 민간인 뒤에 숨는 하마스의 전략 때문에 민간인 피해가 늘고 있다고 강조한다.

하마스와 달리 이스라엘군과 서방 군대는 공격 작전의 합법성을 평가하는 다층적 감시 체계에 따라 작전한다. 모든 공격 계획을 군 법률가 등이 포함된 장교들이 평가하고 있다. 

국제법에 따라 장교들은 공습으로 감수할 수 있는 민간인 피해가 군사 표적 가치에 상응하도록 지휘해야 하며 민간인 보호를 위한 모든 사전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사전 조치나 과도한 민간인 희생을 규정하는 규정들이 모호한 때문에 장교에 따라 판단 수준이 크게 달라진다.

수십 명의 이스라엘군 장교들이 10월7일 하마스 공격에 대한 반격에서 일부 장교들이 군사 절차를 엄격히 따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5명의 고위 장교들이 “적에게 지옥을 안겨라”라는 내용의 이스라엘 가요 제목처럼 “하르부 다르부(harbu darbu)”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증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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