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아기 예수를 탄생하는 기념하는 성탄절이 찾아왔지만 연말 들뜬 분위기는 찾기 힘들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여파는 대한민국을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는 격랑 속으로, 탄핵 찬성과 반대라는 분열의 늪에 밀어 넣었다.
여야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뒤 국정 안정과 통합을 공언했지만 내뱉은 말을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비상계엄이라는 비민주적 수단에 맞서 국회는 2시간30분만에 민주적인 방식으로 계엄을 해제시켰다. 대한민국의 민주적 회복력을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 이후 여야가 탄핵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해 또는 지지층 이반을 막기 위해 양보 없는 대치를 이어가면서 정치적 불확실성과 갈등은 더 증폭되고 있다. 최소한 대화와 타협, 설득과 조정이라는 민주주의 기본 원리가 작동하고 있음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여야는 국정 공백 수습 또는 국정 안정이 아닌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3명 임명 여부를 두고 당력을 집중해 공방을 벌이고 있다. 헌법재판관 구성이 윤 대통령 탄핵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탄핵 심리가 현행 6인 체제 하에서 이뤄지면 1명만 반대해도 탄핵은 인용되지 않는다. 반면 9인 체제에서는 6명만 찬성하면 탄핵이 인용된다. 국민의힘은 6인 체제 유지가, 민주당은 9인 체제 복원이 유리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며 후보 3명의 인사청문회에 모두 불참했다. 야당은 윤 대통령 탄핵 지연 전술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26일 후보 3명에 대한 임명동의안 표결을 예고하면서 한 권한대행이 즉각 임명하지 않으면 탄핵안을 같은날 오후 또는 27일 오전 발의하겠다고 예고했다. 여당은 국정 초토화 시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탄핵 이후 국정 공백을 수습하겠다고 여야가 출범시키기로 한 여야정 협의체는 출범하기도 전에 좌초 위기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 회동에서 여야정 협의체를 26일 출범하기로 합의했지만 뚜렷한 합의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 그사이 일상으로 돌아가 연말연시를 보내는 대신 헌법재판소로, 광화문으로 제각각 나뉘어 시위 현장에서 칼날 같은 겨울바람을 감내하고 있다. 정치적 혼란을 극복하고 안정을 찾는 일은 시위 현장의 시민들의 해야 할 일이 아니라 여야 정치권이 해야 할 몫이다. 성탄절을 맞아 국민들에게 일상 복귀라는 최소한의 선물을 정치권이 하루속히 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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