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대법서 유죄 확정…'숙명여고 쌍둥이' 사건

[서울=뉴시스]박현준 기자 = '숙명여고 시험 정답 유출' 사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교무부장 부친과 쌍둥이 자매가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은 가운데 5~6년 전 논란이 됐었던 해당 사건에 관심이 모인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24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 자매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20년 3월 A씨 자매의 아버지이자 숙명여고 교무부장 출신 C씨의 상고심에서도 징역 3년의 실형을 확정하기도 했다.

'숙명여고 시험 정답 유출 사건'이란 지난 2018년 2학년 고등학생이었던 쌍둥이 자매가 1년 만에 중상위권에서 각 계열 전교 1등으로 성적이 급상승하자 주변인들의 의혹 제기로 시작된 사건이다.

두 자매의 아버지 C씨 또한 시험 문제에 접근할 권한이 있었던 당시 숙명여고 교무부장으로서 수상한 행적을 의심받는 등 의혹은 더욱 거세게 불거졌다. 이후 수사기관의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며 실상이 드러났다.

경찰의 압수수색 결과 자매의 휴대전화에선 기말고사의 영어 서술형 문제 답안이 나왔는데 포렌식 결과 해당 답안은 시험 3일 전 작성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기말고사 전과목 정답표가 빼곡히 적힌 '암기표'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자매 측은 채점용으로 적었을 뿐, 미리 정답을 알아낸 게 아니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채점을 위해 답안을 적어놓은 것이라면 작은 글씨로 적을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사기관의 수사가 이뤄지는 와중 숙명여고 측은 A씨 자매의 성적을 '0점' 처리하기로 했다. 이후 서울시교육청은 A씨 자매를 숙명여고에서 퇴학처리했다.

애초 검찰은 아버지 C씨를 지난 2018년 11월 구속기소 하면서 A씨 자매는 미성년자인 점을 고려해 소년 보호 사건으로 송치했다. 하지만 서울가정법원은 이들에 대한 형사 재판이 필요하다고 보고 사건을 돌려보냈고, 검찰은 이들을 불구속기소 했다.

결국 C씨는 지난 2017년 9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A씨 자매에게 총 4차례에 걸쳐 시험지와 답안지를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 2020년 3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이후 A씨 자매도 지난 2020년 8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1심은 A씨 자매의 교내 정기고사 성적에 비해 전국 단위 모의고사와 학원 레벨 테스트 성적이 지나치게 낮은 점 등을 지적했다.

하지만 A씨 자매 측 변호인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변호인은 "답안 유출 흔적이나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없는 채로 유죄를 인정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또, 미성년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이 부적법했다며 절차적 위법을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A씨 자매 중 동생은 항소심 첫 재판에 출석하며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느냐'고 묻는 취재진을 향해 손가락 욕을 하며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다만 변호인이 사과의 뜻을 전하며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 자매가 서로 공범이 아니라는 주장을 받아들여 1심보다 다소 낮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항소심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성적을 올리기 위해 노력했던 학생들에게 직접 피해를 줬고, 공교육 등에 심각한 훼손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미성년자였던 A씨 자매의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절차가 적법한지 여부, A씨 자매가 유출된 답안을 이용해 시험에 응시했는지 여부 등을 증거를 통해 살폈고, 원심판결에 잘못이 없다며 유죄 결론을 내렸다.

한편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확정받은 뒤 복역을 마치고 출소한 C씨는 A씨 자매의 재판을 방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항소심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하자 눈물을 흘리며 "말도 안 된다. 아무리 법이 모순적이라도 양심만은 지켜야 한다"고 외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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