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뉴시스]최정규 고석중 김민수 김종효 강경호 기자 = 올 한해 전북은 전라북도라는 이름을 벗어던지고 전북특별자치도라는 명칭으로 새롭게 시작했다. 하지만 전북자치도는 그야말로 다사다난 한 한해를 보냈다. '비상계엄' 선포로 전북에서 다시 촛불이 타올랐으며, 집중호우와 지진 등 자연재난 피해도 막심했다. '전주-완주' 통합을 둘러싼 지역 갈등은 최고조로 달아올랐고, 검찰은 문재인 전 정부를 향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정치권의 공격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한인비즈니스대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졌고, 야구명가 전주고등학교가 3개 대회를 석권하면서 자존심을 다시 세우는 계기도 됐다. 뉴시스는 전북에서 올 한해 굵직한 이슈 10개를 선정했다.
'공포의 6시간'…尹 비상계엄 선포에 전북서 타오른 촛불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지난 3일 긴급 대국민 담화에서 나온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시기를 따져봐도 45년 전이 마지막이던 '비상계엄' 선포 소식에 전북은 물론 전국이 혼란에 빠졌다.
비상계엄은 선포 약 6시간 만에 국회의 해제 요구 결의안과 국무회의를 거쳐 종료됐지만, 큰 충격에 휩싸인 전북도민들은 8년 만에 다시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전북의 시민단체와 정치권은 물론 의료·법조·종교계 등 각계각층에서 한 목소리로 윤 대통령과 함께 여당인 국민의힘을 질타했다.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와 14인의 시장·군수들도 입장문 등을 통해 윤 대통령의 즉각 탄핵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국회에서 가결되자 거리로 모인 시민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모두 환호했다. 촛불집회를 주도하는 윤석열퇴진전북운동본부는 탄핵심판이 인용될 때까지 계속해서 매주 토요일마다 집회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지방자치 2차 진화,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2024년 전북의 가장 큰 변화는 전북특별자치도로의 전환이다. 1995년 관선에서 민선으로의 전환을 통해 지방행정이 자치란 개념으로 1차 진화했다면 전북특별자치도 전환은 전북의 실정에 맞도록 설계된 2차 진화를 뜻한다.
‘전북특별자치도법’에는 ▲농생명산업 ▲문화관광산업 ▲고령친화산업 ▲미래첨단산업 ▲민생특화 산업 등 5대 핵심산업과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인력·제도 관련 조항으로 구성돼 있다. 전북이 가용할 수 있는 정부의 권한을 이양받음으로써 전북자치도의 허가·권한 범위가 대폭 확대된 것이 골자다.
단 필연적 과제도 남았다. 권한의 확대로 수단이 많아진 만큼 이를 뒷받침할 재원마련이다. 이 또한 일부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긴 하다. 그러나 올해 초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가졌던 도민들의 희망이 현실화되려면 행정과 손발을 맞추는 정치권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시되고 있다. 지난 4월 총선을 통해 국회로 입성한 전북 국회의원들의 역할이 앞으로 남은 임기 도민들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제22대 총선, 더불어민주당 10석 석권
지난 4월10일 치러진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결과 전북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0석을 모두 석권했다.
당선 결과 초선부터 5선까지 정치신인부터 중진의원까지 골고루 포진됐다.
전주을에서는 정치신인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과 남원·장수·임실·순창 박희승이 처음으로 여의도를 입성했으며, 군산·김제·부안 갑 신영대, 군산·김제·부안 을 이원택, 정읍·고창 윤준병이 재선에 성공했다. 익산을에는 한병도, 전주갑 김윤덕, 완주·진안·무주에는 안호영이 3선, 익산갑 이춘석이 4선, 전주병에는 올드보이 정동영이 5선에 성공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주을에 이상직 전 국회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무효형이 선고되면서 지난해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사고지역으로 분류', 후보를 내지 않으면서 진보당에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1년만에 대표적 '반윤 검사' 이성윤을 전격 영입하면서 전주을을 탈환했다.
또 남원·장수·임실·순창 선거구의 경우 지난 12년 간 민주당 후보들이 모두 고배를 마시면서 여의도 입성에 번번이 실패했다.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는 통합진보당 소속 강동원 후보가, 2016년과 2020년 제20~21대 총선에서는 이용호 후보(각각 국민의당, 무소속)가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지방선거에서도 시장·군수가 무소속 당선이 잇따른 곳이기도 하다.
이번 22대 총선결과 세번째 도전에 나선 박희승 후보가 12년만에 남·장·임·순 선거구를 민주당에 안겨주면서 텃밭을 되찾았다는데 의미가 있다.
한인비즈니스대회 성공적 개최
올해 10월 재외동포 경제인과 국내 기업인의 교류의 장인 제22차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가 22일부터 24일까지 전북대학교 캠퍼스에서 진행됐다.
이번 대회는 컨벤션센터가 아닌 대학교 캠퍼스에서 처음으로 펼쳐지는 대회였다.
제22차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는 역대 최고의 실적과 흥행을 기록했다.
대회기간 5800만 달러의 수출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미국 애너하임에서 열린 제21차 대회에서 기록한 1900만 달러보다 3배 이상 높은 현장 계약이다.
대회 사상 단일 건으로는 역대 최대 금액도 갱신했다.
대회 마지막 날인 이날 풍림파마텍과 웨일엔터프라이즈가 의료기기 품목 5000만 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했기때문이다.
또 2만150건의 기업미팅을 통해 수출 상담금액만도 6억 3500만 달러에 달했다. 이는 역대 대회 최고 수치로 확인됐다.
직전 대회의 경우 1만7000건의 기업미팅이 이뤄진 바 있다.
전북자치도는 3일간의 실적에 그치지 않고 참가 기업들의 상담 실적이 실질적인 수출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올해 최대 규모…부안 덮친 규모 4.8 지진에 '혼비백산'
지난 8월12일 오전 8시26분, 규모 4.8의 지진이 전북 부안군을 덮쳤다.
올해 최대 규모의 지진이자, 지진에선 그나마 안전하다 여겨지던 전북에서 발생한 이례적 강진인 만큼 그 피해와 혼란은 도내 전역에서 발생했다.
부안군 보안면 흥산마을 인근에서는 지진으로 인해 창고 벽면에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만큼의 균열이 발생했거나 석산의 돌이 떨어졌다. 부안군 계화면에서는 기왓집의 지붕이 골목으로 떨어지며 주차된 차량을 덮치기도 했다.
지진 발생 당시 가동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지진 발생 후 10일동안 시설피해 신고는 모두 1196건이다. 부안에서만 1014건의 신고가 들어왔으며 국가유산 피해 등도 7건 발생했다. 다행히 지진으로 발생한 인명피해는 없었다.
당시 지진은 전북 부안군 남남서쪽 4㎞ 지점에서 발생했다. 진앙은 북위 35.70도, 동경 126.71도이며 진앙 깊이는 8㎞다.
여름 기록적인 물폭탄…피해 속출
지난 7월 7~10일 나흘간 누적 강수량은 익산 함라 411.0㎜, 군산 어청도 363.0㎜, 무주 덕유산 289.5㎜, 진안 주천 265.5㎜, 장수 248.5㎜, 전주 193.2㎜ 등을 기록했다
축구장 면적의 483개에 달하는 농작물이 잠겼고, 25개 축사가 침수되면서 닭과 오리, 한우 등 12만 6000여 마리가 폐사했다.
완주군 운주면에서 제방이 무너져 14세대 23명이 대피했으며, 군산에서도 48세대 71명, 익산 30세대 68명이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다.
특히, 10일 새벽 1시간 만에 146㎜의 폭우가 쏟아진 군산 어청도는 역대 최고 강우량으로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밤사이 완주군 운주면은 146.9㎜의 폭우가 쏟아져 하천 제방과 저수지 사면, 교량 교각이 떠내려가고 도로가 유실되는 등 피해가 극심했다.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완주군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고, 군산시·익산시·무주군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수확철 벼멸구 급습, 이마에 주름만 늘어난 농민들
유난히도 강하고 길었던 여름 폭염이 중국발 벼멸구 증식에 최상의 조건을 만들어 냈다. 벼멸구가 국내 쌀생산의 대표적 농도인 전북의 중산간지역 들녘을 덮쳤다.
수확을 불과 15일에서 30일 가량 남겨둔 시기에 창궐한 벼멸구는 전북의 올해 쌀생산량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고 정도가 심했던 지역에서는 수확을 포기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전북자치도가 벼멸구 확산 시기 발표한 최대 피해면적은 7200㏊에 이른다. 그 결과 정부에서는 처음으로 벼멸구 피해를 농업재해로 인정해 피해 농가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도 농민들이 느끼는 피해의 골은 깊다.
벼멸구 피해로 인한 생산량 감소에도 이어지는 씰값하락, 기초농업의 지속성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명가의 부활' 전주고 야구부, 메이저 등 전국대회 3개 대회 석권
고교 야구의 변방으로 취급받던 전북도가 전주고등학교의 전국대회 석권으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전주고 야구부는 올 여름 전국고교야구 4대 메이저대회 가운데 2개 대회를 석권하며 전북 야구의 중흥을 대내외에 알렸다.
7월 청룡기로 불리는 역사와 전통의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1985년 황금사자기 대회 우승 이후 39년 만에 맛보는 전국 4대 고교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이어, 봉황대기 결승에서 경기상업고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 메이저 2개 대회를 석권하는 저력을 뽐냈으며, 가을에는 경남에서 열린 제 105회 전국체전에서도 우승, 전북선수단에 금메달을 안겼다.
전주고의 약진은 지난 2022년 대통령배 준우승과 지난 4월 이마트배 준우승 등 각종 대회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무시할 수 없는 강자로 성장했다.
뇌물수수 혐의…문재인 전 대통령 정조준 한 검찰
올 한해 전북 법조계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 수사'가 가장 큰 이슈였다. 전주지검이 문 전 정권을 향해 수사의 칼을 겨눠서다.
전주지검은 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로 피의자 입건했다.
문 전 대통령에 적용된 뇌물수수 혐의의 액수는 약 2억원 상당이다. 문 전 대통령의 사위가 취업한 타이이스타젯 항공사에서 받은 월급과 태국이주 비용 일부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이 이상직 전 국회의원을 중소벤기업진흥공단 이사장에 임명하고, 이 전 의원이 그 대가로 문 전 대통령의 사위인 서 모씨를 타이이스타젯 전무로 취직을 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크게 2가지로 보고 있다.
먼저 이 전 의원의 중진공 이사장 임명건이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중진공 이사장에 임명된 것과 관련, 지난 2017년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실이 주관한 비공식 회의를 주목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조국 조국혁신당대표(당시 민정수석),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현옥 전 인사수석, 주영훈 전 청와대 경호처장,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김종호 전 공직기강비서관, 김우호 전 인사비서관, 홍종학 전 중기부장관, 최수규 전 중기부차관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은 당시 회의 참석자 대부분을 모두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으며,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또 다른 사안은 다혜씨의 태국이주 자금 불법 지원 건이다. 검찰이 다혜씨 계좌를 살펴보던 중 다수의 수상한 금전거래 정황이 포착돼 현재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검찰은 다혜 씨의 수입이 불안정해지면서 생계 곤란을 겪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청와대 관계자들이 현금 송금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해당 돈은 다혜씨가 태국이주 과정에서 사용된 돈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전주-완주 통합 논의 본격화…지역간 갈등 심화
지난 7월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14개 시·군 방문 중 마지막인 완주군 방문을 앞두고 돌연 '전주-완주 통합' 추진을 발표했다. 같은달 12일 완주군으로부터 전주-완주 통합 건의서가 접수됐기 때문이다.
법령에 따라 전북자치도는 지방시대위원회에 통합의견을 첨부해 제출했다.
하지만 완주군의 반발이 심했다. 당초 예정됐던 완주군 방문은 김관영 지사가 환영받지 못했다. 완주군의회는 물론 완주군민과의 대화장소에 발을 들이지도 못했다. 군민들과 군의원들이 출입구를 봉쇄하고 진입조차 허용하지 않아서다.
유의식 완주군의장은 최근 김 지사를 향해 "김관영 도지사가 전북특별자치도민을 갈등으로 몰아넣고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며 "김관영 도지사는 제대로 된 청사진도, 주민과의 합의도 없는 통합론 제로섬 게임을 언제까지 지속할 것인가"고 비판했다.
유희태 완주군수도 "일부 찬성단체의 통합 추진 시도는 군민 공감대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정국 혼란으로 시기적으로 맞지 않은 행정통합논의 철회를, 행안부에는 통합 권고시 지방의회 의결 추진을 건의하고자 한다. 행정통합보다는 인접 지자체와 기능, 경제적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반대입장을 재확인했다.
향후 주민투표 일정도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 속에서 전주-완주 통합을 둘러싼 지역간 갈등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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