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혐오 조장 불법현수막 거리에 난립
높이 규정 위반 사례도…법규 위반 해당
청주시 "단속 후 시정 요구 또는 철거"
[청주=뉴시스] 서주영 기자 = '뻔뻔한 놈, 가증스러운 놈, 탄핵만이 답이다', '저 미치광이에게 대통령직 1초도 못 맡긴다!', '조국이 깜빵갔다. 재명아 너도가자', '국힘 해체, 메리크리스마스', '탄핵, 내란선동 국민협박 중단하라!'.
최근 충북 청주시 일원에 내걸린 현수막들이다. 비상 계엄과 대통령 탄핵소추 사태로 거리 곳곳이 점령됐다.
현수막 게시 규정 위반과 함께 욕설까지 현수막 문구에 포함된 경우도 적지 않아 시민 갈등과 정치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청주시에 따르면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옥외광고물법)상 대통령 탄핵소추 등 정치적 현안이나 정책에 관련한 현수막은 정당만 내걸 수 있다.
올해 1월12일부터 시행된 개정안에 따라 정당 명칭과 게시자 연락처, 게시 기간 등을 적시한 현수막을 읍·면·동별로 2개씩 달 수 있다. 면적 100㎢ 이상인 읍·면·동은 최대 3개까지 허용된다.
기존에는 정당활동 자유 보장을 이유로 정당 현수막에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았으나 도시미관 저해와 시민 통행 불편이 잇따르면서 2년만에 정당 현수막 규정을 재차 강화했다.
어린이·노인·장애인보호구역 설치나 교통 신호기·도로표지 가림이 금지되고, 교차로나 횡단보도·버스정류장 주변에는 보행자나 차량 운전자 시야를 위해 2.5m 이상 높이에 설치해야 한다. 현수막 규격은 10㎡ 이내, 최대 게시기간은 15일이다.
이를 어기면 청주시 옥외광고물조례에 따라 10㎡ 이하 1장당 80~135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데, 실제 부과 사례는 극히 드물다.
'집회' 꼼수를 쓰는 경우도 많다. 집시법과 옥외광고물에서 예외적으로 허용된 집회 현수막을 실제 집회가 없을 때도 '집회중'이라고 표기해 내거는 방식이다.
개인이 지자체 신고와 지정 게시대 이용 절차 없이 멋대로 내거는 현수막도 모두 불법이다. 규정을 어긴 정당 현수막과 마찬가지로 규격과 위반 횟수에 따라 과태료가 부과된다.
청주시에 접수된 불법 현수막 신고는 2021년 1525건에서 2022년 2029건, 2023년 3768건, 2024년 5609건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시 관계자는 "시국이 아무리 어지럽고 혼란스러워도 시민 안전이 더 우선"이라며 "법에 저촉되는 부분이 있으면 단속 후 시정 요구를 하거나 철거 조치할 것"이라고 전했다.
충북대학교 재학생 김모(20대)씨는 "자극적 문구가 쓰인 현수막을 보면 눈살이 절로 찌푸려진다"며 "이럴 때일수록 더 질서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합법적인 현수막을 훼손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다.
지난 13일 청주시 서원구 사직동 한 사거리에서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가위로 훼손한 50대가 재물손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정당 현수막이나 선거 현수막을 훼손하면 재물손괴나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벌금형에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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