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렉서스 판매 코로나 이후 최대
하이브리드차 수요 늘며 분위기 반전
혼다도 올해 2000대 이상 판매 전망
내년 경기 침체·정치 불확실성은 변수
[서울=뉴시스]유희석 기자 = 일본 완성차 브랜드의 국내 판매가 일본 상품 불매운동과 코로나 사태로 타격 받기 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 한일 관계 개선과 하이브리드차 수요 확대가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
다만 내년에는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데다, 정권 교체 가능성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일본 차 판매 증가세가 다시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들린다.
20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일본 토요타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8614대를 판매했다. 이미 지난해 전체 수준(8614대)을 넘어섰고, 연간 기준으로 2019년 이후 처음 9000대 이상 판매가 예상된다.
토요타 산하 고급 브랜드 렉서스도 올해 1~11월 1만2849대를 팔았다. 지난해 세운 역대 최다 판매 기록(1만3561대)을 새로 쓸 것으로 예상된다.
토요타와 렉서스의 올해 합산 판매 대수는 지금까지 2만1463대로 지난해 수준(2만2056대)을 넘어설 조짐이다. 양사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도 2019년 이래 처음 9%대를 회복할 전망이다.
토요타·렉서스 판매량은 지난 2018년 3만114대를 팔아 정점을 찍은 뒤 지난 2022년까지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9년 하반기 일본 수출 규제가 촉발한 일본 상품 불매운동에 이어 2020년 코로나 사태까지 터지면서 수요가 대폭 줄었다.
2020년께 두드러지기 시작한 전기차 열풍도 일본 차에 충격을 줬다. 전기차 개발에 뒤처졌던 일본 업체들은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전기차 열풍이 꺾이고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전기차 수요가 줄어든 대신 하이브리드 차 수요가 급증하며 하이브리드 경쟁력이 뛰어난 토요타와 렉서스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은 일찍부터 하이브리드 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세계 최고 수준의 하이브리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토요타는 세계 최초의 양산형 하이브리드 모델인 프리우스를 1997년 선보이며 시장을 선도했으며, 혼다도 독자적인 i-MMD 하이브리드로 고효율과 부드러운 주행 성능을 제공한다.
실제 토요타의 올해 판매 차량 중 하이브리드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은 95% 이상이었다. 렉서스는 이 비중이 99%에 달했다. 특히 렉서스 준대형 하이브리드 세단인 ES300h 모델은 6000대 넘게 팔리며 올해 전체 판매의 절반 이상을 책임졌다.
지난해 1385대 판매에 그쳤던 혼다도 올 들어 지난달까지 2145대를 팔며 반전에 성공했다. 지난해 하반기 투입한 어코드와 CR-V 하이브리드 모델이 판매를 이끌었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와 CR-V 하이브리드는 올해 1~11월 각각 737대, 677대 팔려, 전체 판매량의 65% 이상을 차지했다.
혼다와 닛산이 합병 논의를 시작하면서 지난 2021년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닛산이 다시 진출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혼다와 닛산은 미쓰비시를 포함해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각 브랜드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의 합병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혼다와 닛산이 통합하면 연산 800만대 수준의 세계 3위 자동차 그룹이 탄생한다.
다만 일본 차의 판매 증가세가 내년에도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출범으로 무역 환경 변화, 한국 정치 불안 등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가 많아서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내년 경기 침체로 수입차 시장도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본 차가 강점을 갖는 하이브리드 수요는 견조하겠지만 전체 판매 대수는 많이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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