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시리즈 '조명가게'서 지영 맡아
"확신 크지 않은 타입…이번 연기 만족해"
연인 살리려 발버둥 치는 순애보 보여줘
"어려운 연기에도 시청자 반응 좋아 다행"
내년 서른살…"더 여유가 생기길 바란다"
2019년 후 가수 멈춰 "당분간 연기 매진"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사실 저에 대한 확신이 없는 편입니다. 게다가 이번 작품은 제 확신보다는 보는 분들이 어떻게 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봤어요. 다행스럽게도 반응이 나쁘지 않는 것 같아서 만족해요."
배우 김설현(29)은 2012년 드라마 '내 딸 서영이'로 연기를 시작했다. 그때 다짐한 게 있다고 한다. '매 작품 전작보단 나아지는 것.' 그는 자신의 배우 경력에 대해 칭찬보다 질책을 많이 받은 시간이었다고 자평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내 다짐을 조금씩이라도 지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명가게'는 후반부에서 시청자가 눈물 흘려야 하는 작품이었어요. 제가 연기한 지영이 그 역할을 어느 정도 맡아줘야 했고요. 이 작품이 공개된 이후 매일 검색해서 반응을 찾아봤죠. 제가 맡은 에피소드, 제가 맡은 캐릭터에 대해서요. '너무 슬펐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제가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는데 주변에서 비슷한 피드백을 해줬고요. 지영이 설현인줄 몰랐다는 글도 있었죠. 연기에 대해서는 칭찬을 받아본 경험이 적어서 그런지 그런 말 하나 하나에 힘이 나더라고요."
디즈니+ 시리즈 '조명가게'는 어두운 골목길 끝에 있는 정체불명의 조명가게와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호러물이다. 강풀 작가가 2011년 내놓은 웹툰이 원작이고, 이번에도 강풀 작가가 극본을 썼다. 처음에는 장르물처럼 보이지만, 강풀 작가가 만든 이야기답게 결국엔 대형 교통사고와 얽힌 사람들의 사연과 사랑을 담았다.
김설현이 맡은 지영은 현민(엄태구)의 연인. 두 사람은 사랑하고 결혼을 약속하지만 지영이 농인인 탓에 이들의 인연은 현민 부모 반대에 부딪힌다. 현민이 지영에게 프러포즈 하기로 한 날, 지영에게 가던 현민은 버스 사고로 중태에 빠지고 현민이 죽었다고 오해한 지영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지영은 초반부엔 우리가 흔히 아는 처녀 귀신처럼 등장하나 그 사연이 드러난 뒤엔 현민만은 어떻게든 살리기 위해 발버둥치는 순애보를 보여준다. 김설현은 "지영을 연기하는 데는 제한적인 게 많아 처음부터 끝까지 힘들었다"고 말했다.
"장르적 특색이 있기 때문에 전반부엔 지영의 마음이 숨겨져 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나서 후반부엔 지영의 마음이 확 드러나야 했죠. 그 차이를 두면서 연기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어요. 게다가 지영은 장애를 갖고 있기 때문에 표현 방식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죠. 지영이 감정을 드러낼 때에도 선을 지키는 게 어려웠어요."
이 시리즈는 배우 김희원이 연출했다. 그의 감독 데뷔작이다. 김설현은 현직 배우인 감독의 세심한 연기 조언에 큰 힘을 얻었다고 했다. "처음엔 배우인 감독 앞에서 내 모든 게 다 까발려지는 것 같아 두려웠지만, 막상 같이 해보니 오히려 좋았다"고 말했다.
"감독님은 본인이 모든 장면을 직접 연기해보고 배우와 함께 논의합니다. '난 이런 게 잘 안 되던데 넌 어떠니' '난 이런 동선으로 움직여지지 않던데 넌 괜찮니'라고 묻는 식이죠. 끊임 없이 배우와 함께 고민해줬어요. 감독님은 이 작품이 모든 배우가 만족하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전 이 작품에서 제 연기에 만족해요."
주지훈·박보영·배성우·김민하 등 많은 배우가 출연하는데, 각기 다른 에피소드로 전개되기에 김설현은 대부분 장면에서 엄태구와 함께했다. 두 사람은 영화 '안시성'(2018)에서 짧게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엄태구가 수줍음이 많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얘기다. 하지만 김설현은 어떤 불편함 없이 편하게 연기해준 파트너라고 말했다. "성향이 너무 잘 맞아서 농담 삼아 소울메이트라고 얘기할 정도였다"고 했다.
"저희 둘 모두 말수가 많은 편이 아니에요. 친해지려고 억지로 다가가는 타입도 아니고요. 선배님과는 서로 아무 말도 하고 있지 않아도 편했어요. 서로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그 마음을 알 것 같았거든요. 다른 선배님들은 저희에게 더 대화하라고 하셨는데, 저흰 저희가 해야 할 땐 충분히 얘기도 했죠. 그래서 '저흰 텔레파시가 통해요'라고 장난도 친 겁니다. 저희 정말 친해요."
모두가 아는 것처럼 김설현은 그룹 AOA로 데뷔한 이른바 아이돌 출신 배우다. 다만 2019년 이후 가수 활동은 사실상 멈춰섰다. 그는 "점점 더 연기에 진심이 돼 간다"며 "더 이상 가수를 하지 않는다고 말할 순 없지만, 당분간은 연기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 작품 마치고 나면 연기에 대해 조금은 알 것 같죠. 그런데 작품을 쉬어 버리면 그런 느낌을 잊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쉬지 않고 꾸준히 연기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고등학생 때 데뷔한 김설현도 내년이면 서른살이다. 그는 "실감이 나진 않지만, 30대엔 여유가 생겼으면 한다. 그리고 연기를 더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수 활동할 땐 일을 주도적으로 끌고 나갈 수 있었어요. 앨범을 구성하고 만들고 발표 시기를 정하는 이런 일들을 주도할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배우는 선택을 받지 않으면 할 수 없더라고요. 불러줘야 역할을 맡을 수 있고 촬영 일정에 제가 맞춰야 하죠. 처음엔 이 모든 게 불안했어요. 그래도 조금씩 제 두려움을 다스리는 법을 알게 됐고, 잘 쉴 줄 알게 됐습니다. 올해를 잘 보냈으니까, 내년도 잘 보낼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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