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서 첫 대규모 개인전
'우아 아오 이아 오 이아 에 이아'
다중 연구 연작 '표해록' 중심 퍼포먼스·출판물까지 전시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우아 아오 이아 오 이아 에 이아'. 전시는 일방적인 발표의 장이 아니라, 상대의 눈을 보며 대화하는 곳이다."
미국 하와이와 뉴욕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고 있는 김성환(49)작가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첫 대규모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서울시립미술관’이라는 장소적 맥락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구한말 때부터 이미 서울시립미술관이 위치한 정동 일대는 정치외교의 요충지였으며, 특히 미술관은 일제와 군사독재시대에 많은 부당한 판결이 이루어진 법원으로서 역사의 증물이자 증인이라 할 수 있다. 미술관의 주요 역할은 역사의 물질적 기록과 소장이기에 문화와 역사의 밀접한 관계를 인식하면서 이 전시를 만들었다.”(작가 김성환)
제도와 지식의 관계를 탐구하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심층적으로 조명하며, 작가가 2017년부터 천착해 온 다중 연구 연작 '표해록'을 중심으로 디자인, 평면, 설치, 영상 등 김성환 작가 특유의 시각 언어를 담은 다채로운 신작들로 구성됐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국내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던 작가의 첫 미술관 대규모 개인전이기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며 “과감한 전시 디자인과 다채로운 신작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동시대 미술관이 지식 생산과 유통, 순환의 장소로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질문하며 동시대 미술관의 역할을 재고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전시는 동시대 한국 작가를 조명하는 연례전의 일환(2021년 이불, 2022년 정서영, 2023년 구본창)으로 기획됐다.
'Ua a‘o ‘ia ‘o ia e ia 우아 아오 이아 오 이아 에 이아'라는 독특한 전시 타이틀에 대해 서울시립미술관은 하와이어와 한국어 표음을 병치한 제목을 달았는데, 작품의 주된 배경이 된 하와이가 의미하는 바와 넓게는 앎의 대상에 접근하는 작가의 방식을 내포한다고 밝혔다. '그가 그에게 배웠다. 배웠다. 그에 의해 가르침을'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두 개의 문화를 상호-비유하여 병치하는 것은 작가가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다. 작가는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은유를 통해 양자 간의 비슷한 점을 강조하는 방법도 있다”며 “한 문화가 다른 문화의 은유일 수도 있고, 그 역 또한 같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하와이는 우리의 역사를 이해하는 은유가 된다.
박가희 학예연구사는 "다방향으로 펼쳐진 앎의 축을 따라 복잡하게 뒤엉킨 시공의 직물을 한올 한올 풀어내듯 주제에 접근했다"며 "세 개의 방을 따라 펼쳐지는 전시는 근대와 식민의 역사를 드러내는 이주 서사에서 시작하여, 그 대상(역사)이 다뤄진 방식과 이를 둘러싼 앎의 형성과 소유, 그리고 유통에 대한 문제들이 방을 따라 구체화된다"고 소개했다.
전시가 진행되면서 작품과 정보가 갱신되고, 제작 과정이 노출 및 공유됨으로써 관객은 완성된 장면의 감상자에서 한 개인(작가)의 사유가 앎(작품)으로 형성되는 과정의 목격자인 동시에 창작 과정에 개입하는 행위자가 되는 양방향 소통 전시다.
김성환 작가는 누구?
건축, 영화, 음악, 문학 등 다양한 요소를 활용하여 사회적 구조와 그 안에 내재된 기억, 역사, 심리적 흔적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업을 선보여왔다. 테이트 모던‘더 탱크스(The Tanks)’개관전(2012)과 뉴욕현대미술관(MoMA, 2021), 반아베미술관(2023/2024) 등 세계 유수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2017년부터 한국 근현대사와 이주 역사를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독창적으로 탐구하는 다중 연구 연작 '표해록'을 통해 일련의 작품을 발표해 왔다. '표해록'(2017~)은 구한말 근대화와 식민이라는 역사적 시간을 태평양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진 한인 이민자의 삶을 다루며, 역사 기록에서 누락되고 소외되었던 이들의 역사를 추적하는 프로젝트다. 2021년 광주비엔날레 커미션 작업을 통해 대중에 처음 공개된 이후, 하와이 트리엔날레(2022), 부산비엔날레(2022), 반아베미술관(2023)의 개인전을 계기로 변주되고 확장되어 왔다.
'표해록'의 세 번째 신작 비디오 설치 '무제'(2024)는 미완결의 현재 진행형인 채로 공개되며 작가가 2월 중순부터 3월까지 전시장에 상주하며 여러 창제작자들과 함께 워크숍 등을 통해 작품을 완성할 예정이다.
'표해록' 연작을 통해 발표된 두 편의 비디오 작품인 '머리는 머리의 부분'(2021)과 국내에 최초 공개되는 'By Mary Jo Freshley 프레실리에 의(依)해'(2023)는 오직 2025년 2월부터 3월 초까지 마련된 스크리닝 프로그램에서만 감상할 수 있다.
다채로운 전시 연계 프로그램과 출판물을 통해 관람객들의 ‘앎에 대한 고찰’을 자극한다. 역사학자 정병준, 미술사학자 목수현, 미디어 역사학자 이용우가 이끄는 강연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모든 프로그램은 사전 신청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전시는 예약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작품 해설은 매일 오후 1시에 제공된다. 전시도슨팅 앱은 구글플레이스토어, 애플앱스토어에서 ‘서울시립미술관’을 검색해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으며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도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다. 2025년 3월30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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