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김윤하·미묘(문용민)·박준우 대중음악 평론가는 K-팝을 앓는 사람들이다. 그 발병 원인을 음악학적·인문학적·사회학적으로 심도 있게 스스로 풀어낸다.
김윤하 평론가(한국대중음악상(한대음) 선정위원)는 K-팝 신(scene)의 문화적 현상에서 서사를 탐문할 줄 아는 이다. 올해 탄생 10주년을 맞은 아이돌 음악비평 웹매거진 '아이돌로지' 설립자이자 초대 편집장인 미묘 평론가(한대음 선정위원)는 K-팝 비평에 권위를 부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르 수용 폭이 넓은 박준우 평론가(한대음 사무국장)는 산업 이면의 사람까지도 본다.
이들이 최근 함께 쓴 저서 '케이팝 씬의 순간들 - 지나치게 매력적이고 엄청나게 소란스러운'(미래의 창 펴냄)이 트렌드서(書)를 넘어서는 이유다.
뉴진스를 분석한 대목이 대표 보기다. "현실적인 행동을 하는 아이돌과 비현실적인 미모와 문화사적으로 기록된 과거의 스타일 요소와 문화사적인 정규분포를 배반하는 풍경과 그곳에 있을 리 없는 2004~2008년생 멤버들과 (……) 그래서 이 픽션은 언제든 허공에 흩어져 사라질 수 있는 덧없는 장면임을 상기하게 한다. 그것이 뉴진스라는 환영"(151쪽)이라는 해석은 K팝에 분명히 찍힌 뉴진스라는 지문을 해독한 페이지다.
탄탄한 근거를 기반 삼았기에 과감한 예언도 가능하다. "장담컨대 오랜 시간이 흐른 뒤, K-팝 4세대는 걸그룹으로 시작해 걸그룹으로 끝난 시대로 정의될 것"이라고 예견한 대목이 그렇다.
실제 뉴진스와 함께 4세대 걸그룹 시대의 축들을 저마다 만들어가고 있는 '에스파', '아이브', '르세라핌'도 눈여겨 본다.
김윤하 평론가(한국대중음악상(한대음) 선정위원)는 K-팝 신(scene)의 문화적 현상에서 서사를 탐문할 줄 아는 이다. 올해 탄생 10주년을 맞은 아이돌 음악비평 웹매거진 '아이돌로지' 설립자이자 초대 편집장인 미묘 평론가(한대음 선정위원)는 K-팝 비평에 권위를 부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르 수용 폭이 넓은 박준우 평론가(한대음 사무국장)는 산업 이면의 사람까지도 본다.
이들이 최근 함께 쓴 저서 '케이팝 씬의 순간들 - 지나치게 매력적이고 엄청나게 소란스러운'(미래의 창 펴냄)이 트렌드서(書)를 넘어서는 이유다.
뉴진스를 분석한 대목이 대표 보기다. "현실적인 행동을 하는 아이돌과 비현실적인 미모와 문화사적으로 기록된 과거의 스타일 요소와 문화사적인 정규분포를 배반하는 풍경과 그곳에 있을 리 없는 2004~2008년생 멤버들과 (……) 그래서 이 픽션은 언제든 허공에 흩어져 사라질 수 있는 덧없는 장면임을 상기하게 한다. 그것이 뉴진스라는 환영"(151쪽)이라는 해석은 K팝에 분명히 찍힌 뉴진스라는 지문을 해독한 페이지다.
탄탄한 근거를 기반 삼았기에 과감한 예언도 가능하다. "장담컨대 오랜 시간이 흐른 뒤, K-팝 4세대는 걸그룹으로 시작해 걸그룹으로 끝난 시대로 정의될 것"이라고 예견한 대목이 그렇다.
실제 뉴진스와 함께 4세대 걸그룹 시대의 축들을 저마다 만들어가고 있는 '에스파', '아이브', '르세라핌'도 눈여겨 본다.
곳곳에서 올해의 곡으로 명명되고 있는 에스파의 '슈퍼노바'에 대해 SM엔터테인먼트 그룹의 음악적 특질을 압축한 SMP의 정수라고 짚으며 "여기에 K팝 역사에서 유일하게 특별한 장르명이 붙여진, 4세대에 걸쳐 뚝심 있게 이어지고 있는 SMP의 음악적 유산으로서의 의미까지 더했다"고 부연한다.
아이브에 대해서는 '일레븐(ELEVEN)' '러브 다이브(LOVE DIVE)' '애프터 라이크' 초기 싱글 3부작 그리고 이들과 긴밀히 연관된 작사가 서지음의 섬세한 언어로 정제된 노랫말을 짚으며 '나를 사랑하는 나', 즉 자기애를 자신들의 고유한 정체성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고 봤다.
반면 르세라핌이 그룹과 음악, 퍼포먼스를 통해 세상에 내놓는 '나'는 추상적이거나 상징적인 존재가 아닌, 지금 현실에 두 발을 대고 당신 앞에 서 있는 진짜 '나'였다고 해석한다.
걸그룹만 논의 대상이 아니다. 최근 도래한 보이그룹 '청량의 시대'에 대해선 "어쩌면 H.O.T.가 '캔디(Candy)'를 했을 때부터 청량이라는 콘셉트는 하나의 정해진 길이었다"면서 "다각화된 청량함은 더 많은 팬을 만족시키면서도 경쟁력을 도모하고 갖추게 되었다. 청량이라는 콘셉트는 그렇게 성장했다"고 설명한다.
K-팝 특유의 강렬한 퍼포먼스가 과거의 청량한 프로덕션을 만나 사랑스러움을 얻게 되기도 하고, 똑같이 청량한 프로덕션을 쓰더라도 누군가는 하우스 리듬을, 누군가는 기타 사운드를, 누군가는 드럼앤베이스(Drum n Bass) 리듬을 쓰며 변화를 주는 식이라는 얘기다. "K-팝은 더욱더 구체적으로 눈앞에 청량이라는 그림을 그려낸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그래서 K-팝에, 보이그룹에게 청량은 하나의 소년 청춘물 이상의 역할과 가치를 지닌다"는 분석도 더한다.
아이브에 대해서는 '일레븐(ELEVEN)' '러브 다이브(LOVE DIVE)' '애프터 라이크' 초기 싱글 3부작 그리고 이들과 긴밀히 연관된 작사가 서지음의 섬세한 언어로 정제된 노랫말을 짚으며 '나를 사랑하는 나', 즉 자기애를 자신들의 고유한 정체성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고 봤다.
반면 르세라핌이 그룹과 음악, 퍼포먼스를 통해 세상에 내놓는 '나'는 추상적이거나 상징적인 존재가 아닌, 지금 현실에 두 발을 대고 당신 앞에 서 있는 진짜 '나'였다고 해석한다.
걸그룹만 논의 대상이 아니다. 최근 도래한 보이그룹 '청량의 시대'에 대해선 "어쩌면 H.O.T.가 '캔디(Candy)'를 했을 때부터 청량이라는 콘셉트는 하나의 정해진 길이었다"면서 "다각화된 청량함은 더 많은 팬을 만족시키면서도 경쟁력을 도모하고 갖추게 되었다. 청량이라는 콘셉트는 그렇게 성장했다"고 설명한다.
K-팝 특유의 강렬한 퍼포먼스가 과거의 청량한 프로덕션을 만나 사랑스러움을 얻게 되기도 하고, 똑같이 청량한 프로덕션을 쓰더라도 누군가는 하우스 리듬을, 누군가는 기타 사운드를, 누군가는 드럼앤베이스(Drum n Bass) 리듬을 쓰며 변화를 주는 식이라는 얘기다. "K-팝은 더욱더 구체적으로 눈앞에 청량이라는 그림을 그려낸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그래서 K-팝에, 보이그룹에게 청량은 하나의 소년 청춘물 이상의 역할과 가치를 지닌다"는 분석도 더한다.
세 평론가는 K팝에 대한 부정적인 문제의식도 놓치지 않는다.
팬덤 목소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K-팝 산업 속에서 팬들이 주도하는 기후행동 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의 성과에 인상적인 대목을 보거나, 직원들이 일하기 좋은 기업은 논하되 미성년자가 상당수인 K-팝 아티스트의 노동권이나 건강한 (아티스트로서의) 성장은 지속가능성의 이름으로 거론되지 않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세 평론가는 아이돌의 피땀 눈물을 간과하지 않는다. 멜론보다 빌보드가, '마마(MAMA) 어워즈'보다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가 가까워진 K-팝 아티스트들이 아이돌이라는 단어가 품은 키워드가 십 대와 인기에서 실력과 인정으로 바뀌기까지 많은 노력이 있음을 상기한다.
K팝 마니아는 일종의 불치병이다. 이 불치병의 증상은 호평하거나 비판을 하거나, 기뻐하거나 분노해도 K-팝을 끊임없이 듣고 보는 것이다. 원래 낭만과 현실은 서로 꼬리를 물고 있다.
저자들은 이번 책이 자신들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거나 잠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 닿길 바랐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좋은 K팝을 접하면 어떤 부분인가를 견딜 수 없는 사람들 말이다. "견딜 수 없음을 알기에 애써 외면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도 좋다. 언제나처럼 요란하고 혼란스러운 이 신에서 등장하는 새로운 흐름과 훌륭한 작품들이 그저 트렌드나 시류라는 이름에 떠밀려 가기만 하지 않고, 우리의 마음속에 한 자리를 아주 단단히 차지했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팬덤 목소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K-팝 산업 속에서 팬들이 주도하는 기후행동 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의 성과에 인상적인 대목을 보거나, 직원들이 일하기 좋은 기업은 논하되 미성년자가 상당수인 K-팝 아티스트의 노동권이나 건강한 (아티스트로서의) 성장은 지속가능성의 이름으로 거론되지 않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세 평론가는 아이돌의 피땀 눈물을 간과하지 않는다. 멜론보다 빌보드가, '마마(MAMA) 어워즈'보다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가 가까워진 K-팝 아티스트들이 아이돌이라는 단어가 품은 키워드가 십 대와 인기에서 실력과 인정으로 바뀌기까지 많은 노력이 있음을 상기한다.
K팝 마니아는 일종의 불치병이다. 이 불치병의 증상은 호평하거나 비판을 하거나, 기뻐하거나 분노해도 K-팝을 끊임없이 듣고 보는 것이다. 원래 낭만과 현실은 서로 꼬리를 물고 있다.
저자들은 이번 책이 자신들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거나 잠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 닿길 바랐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좋은 K팝을 접하면 어떤 부분인가를 견딜 수 없는 사람들 말이다. "견딜 수 없음을 알기에 애써 외면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도 좋다. 언제나처럼 요란하고 혼란스러운 이 신에서 등장하는 새로운 흐름과 훌륭한 작품들이 그저 트렌드나 시류라는 이름에 떠밀려 가기만 하지 않고, 우리의 마음속에 한 자리를 아주 단단히 차지했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