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소비심리의 선행지표로 분류되는 뉴스심리지수가 최근 2년 새 최악으로 떨어졌다. 수출 둔화에 내년과 내후년 1%대 저성장이 예고된 가운데 계엄부터 탄핵사태에 이르기까지 정국 불안에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내려가면서 소비 부진과 성장에 대한 우려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2월 뉴스심리지수는 81.09를 기록했다. 이달 1일부터 8일까지 기간의 누적 평균으로 고금리·고물가와 레고랜드 사태가 겹친 2022년 10월(79.77) 이후 최저치다. 직전 최저치는 코로나19 초창기인 2020년 4월(80.02)다.
뉴스심리지수는 한은이 50여개 언론사의 경제 기사의 표본 문장을 매일 1만개씩 추출해 인공지능(AI)를 통해 각 문장에 나타난 경제심리를 기계 학습을 통해 긍정과 부정, 중립으로 분류해 지수화한 지표다. 100을 초과하면 경제 심리가 과거 평균(2005~2022년)보다 낙관적으로, 100 미만이면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뉴스심리지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2016년 7월 만해도 105.13으로 100선 위였던 지수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기류가 가시화되던 같은해 8월 98.47로 100선 아래로 내려오더니 탄핵이 급물살을 타던 9월에는 90.23까지 떨어졌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이 최종 결정된 3월에야 100선 위로 올라왔다.
이번 지표 하락은 과거와 같은 탄핵 사태 등 연이은 정치 불안 외에도 고물가 및 고금리 장기화까지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내년 1%대의 저성장에 예고된데 다 정치 혼란이 가중되면서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가 더 크게 얼어붙었다는 얘기다.
뉴스심리지수는 소비자심리지수(CCSI)에 1개월 가량 선행하는 특징을 보이는 만큼 소비자 심리에도 크게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소비자심리 지수는 2016년10월(102.7)을 고점으로 11월(96.0)부터 100을 밑돌더니 2017년 1월 93.3으로 저점을 찍고 4월에야 100위로 반등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번 소비자심리지수(CCSI) 조사 기간이 탄핵 불발로 정치 혼돈이 더 높아진 이달 10일부터 17일까지 이뤄진다는 점에서 소비자심리지수는 예상보다 더 악화된 숫자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이달 24일 발표된다.
뉴스심리지수는 소비심리를 통해 경제성장률(GDP)의 선행 지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이번 정치 불안이 올해 성장률에도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일부 국가가 우리나라를 '여행 위험 국가'로 분류하면서 외국인들의 국내 소비 위축 우려도 높다.
한은은 11월 경제전망을 통해 기존 2.4%로 제시했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2%로 내려잡았다. 하지만 12월 소비심리가 계속 악화될 경우 2.2%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1.9%로 제시한 내년 성장률 전망치에도 악영향도 우려된다.
이번 정치 불안이 장기화되면서소비를 깎아먹고 성장 부진으로 이어질 경우 한은의 1월 추가 금리 인하 고민도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11월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회의에서는 2번 연속 깜짝 인하에 나선 바 있다. 1월에도 금리를 낮출 경우 16여 년만의 3회 연속 금리 인하가 된다.
다만 최근 1430원대서 움직이는 환율은 여전히 금리 인하 결정의 발목을 잡는 요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 4일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정치적 사건으로 경기 전망을 변경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글로벌 가치 사슬 등 구조적 변화가 금리 결정에 있어 더 중요하다"며 일단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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