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국내 주식시장에서 넉달 새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이 2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반도체 성장세 둔화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무역 마찰 우려가 맞물리면서다. 지난 11월에는 채권시장 유입도 큰 폭으로 축소됐다.
한국은행에 12일 발표한 '올해 11월 이후 국제금융·외환 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의 증권투자자금은 21억4000만 달러 순유출을 기록했다. 3개월 연속 순유출로 지난 10월(1억2000만 달러 순유출)보다 마이너스 규모가 확대됐다.
11월만 보면 외국인은 주식시장에서만 29억5000만 달러 규모를 팔아치웠고, 채권시장에서는 8억1000만 달러를 사들였다. 채권시장에서 채권 유입은 지난 8월(54억7000만 달러)과 9월(30억4000만 달러), 10월(40억5000만 달러)보다 크게 쪼그라들었다.
이에 따라 지난 8월부터 11월까지 넉달 동안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빠져나간 자금은 145억4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원·달러 환율 1400원으로 환산시 20조356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합계로는 1억6240억 달러 규모가 유출됐다.
한은 측은 11월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에 대해 "주식자금은 국내 반도체기업 성장성에 대한 우려,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순유출됐고, 채권자금은 말을 앞두고 외국인 투자가 둔화된 가운데 단기 차익거래유인 축소 등으로 순유입 규모가 감소됐다"고 분석했다.
원화값은 절하됐다. 원·달러 환율은 9월 말 1307.8원에서 이달 6일에는 1396.2원으로 6.3% 올랐다. 같은기간 100엔당 원화 환율은 922.5원에서 906.6원으로 1.8% 떨어졌고, 원·위안은 3.9% 상승했다.
지난달 원·달러는 10월 말 1379.9원에서 이달 10일 기준 1426.9원으로 3.3% 치솟았다. 견조한 미국 경제 지표에 따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 가능성과 공화당의 상·하원을 일컫는 레드스윕 등에 따른 달러 강세, 비상 계엄과 탄핵 사태 등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영향을 미쳤다.
같은 기간 원·엔은 재정환율은 100엔 당 903.2원에서 944.3원으로 4.4% 뛰었다. 국내 정치 불안이 원화값을 떨어뜨린 가운데 일본 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작용하면서다. 원·위안은 193.58에서 197.0원으로 1.7% 올랐다.
다만 환율 변동성은 전월보다 소폭 감소했다. 11월 중 전일대비 원·달러 환율 변동폭은 4.7원으로 10월(4.9원) 수준이었다. 9월에는 4.8원을 보인바 있다. 변동률은 0.34%로 9월(0.36%)와 10월(0.34%)보다 소폭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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