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여파에…금융당국, 시장안정에 총력 대응
우리은행 부당대출 검사 결과 발표, 내년 초로 연기
국민·농협은행 정기검사 결과도 내년 초에 발표할 듯
후속조치인 금융지주·은행 제재 절차도 미뤄질 전망
[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 부당대출 내용이 담긴 주요 금융지주의 정기검사 결과를 내년 초에 발표할 예정이다.
비상계엄 여파에 따른 시장 변동성 대응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이달 중순 목표로 하던 검사 및 제재 일정을 내년 초로 연기한 것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초 금감원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부당대출 내용이 담긴 정기검사 결과를 이달 중 발표하기로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28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은행 불법대출이 현 회장과 행장 재임 시에도 유사한 형태로 발견돼 중점 검사 사항으로 보고 있다"며 "12월 중 검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 부당대출과 관련해 지난 6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수시검사·정기검사를 연달아 실시하며 이례적인 상시 검사를 진행해 왔다.
조병규 은행장 등 현 경영진이 부당대출을 인지했음에도 금융당국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지연한 점을 중점적으로 파악해 왔다.
특히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시스템, 조직문화, 건전성 등 경영관리 전반을 점검하고, 대규모 부당대출이 발생한 근본 원인도 함께 검사했다.
이에 더해 검찰은 조병규 행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불법 대출을 승인한 혐의로 전 우리은행 부행장 성 모씨를 구속 기소했다.
당초 금감원은 우리은행 검사 결과를 발표할 때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의 정기검사 내용도 함께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금융지주·은행들이 각종 금융사고에 연루돼 사회적 논란이 된 만큼,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금감원의 모든 검사 내용을 즉시 외부에 공개하겠다는 취지다.
KB금융·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부실뿐 아니라, 불공정거래·부당대출 등 각종 금융사고가 발생해 논란이 됐다.
농협금융·은행에서는 대규모 배임·횡령 등 금융사고가 잇달아 발생했고, 이에 관련해 농협중앙회의 무분별한 인사·경영 개입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금감원 검사 결과 발표가 미뤄진 만큼 후속조치인 제재 절차도 순차적으로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적 리스크가 발생해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된다고 보고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대외신인도 하락에 따라 환율이 상승하고 외화자금이 이탈하는 리스크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금융사 제재 절차보다는 시장 안정에 감독행정의 방점을 뒀다.
현재 금융당국은 시장 안정조치 일환으로 업권별 릴레이 간담회를 개최하고 시장상황을 실시간으로 점검 중이다.
외화자금 시장이 경색됐을 때를 대비해 업권별 컨틴전시플랜을 마련하고, 외화자금 변동 추이에 대한 점검 주기를 일별로 단축하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또 해외투자자, 해외 금융당국 등과 면담을 통해 정치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펼치고 있다.
금융당국은 영국 대사, 일본 대사, 해외은행 국내 지점, 외환전문가들과 만나 국내 금융시스템은 견고하므로 시장 충격이 제한적이라는 의견을 지속해서 전달하고 있다.
유동성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등 금융사들의 숨통을 트는 규제 개선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금감원은 은행 완충자본 비율 규제와 유동성 비율 산출 기준을 글로벌 규제 수준과 비교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아울러 보험권의 신(新) 건전성 제도 관련해 금융환경 변동시 적용 가능한 경과조치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무제한 유동성 공급 조치도 마련 중이다.
10조원 규모의 증안펀드를 언제든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총 4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와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도 최대한 가동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현 경제 상황과 금융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리은행 등 금융권의 주요 검사 결과 발표를 내년 초로 연기했다"며 "시장과 소통하며 규제 합리화를 위한 다양한 과제도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