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선포 당일 방첩사 각 처·실장에 비상대기 당부
[서울=뉴시스] 옥승욱 기자 =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국회의원들의 체포를 지시했다는 증언이 10일 나왔다.
이경민 국군방첩사령부 참모장(육군 소장)은 이날 오전 국회 국방위 긴급현안 질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12월 2일 사령관이 휴가에 돌아와서 북한 도발이 임박했다는 빌미로 대령급 실장들에게 지시대기를 내렸나'는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의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또한 그는 계엄 선포 당일이었던 3일 상황에 대해 "3일 오전 제가 받은 지시는 '북한 오물·쓰레기 풍선 상황이 심각하다. 각 처·실장들은 오늘 음주를 자제하고 통신축선상 대기를 철저히 하라'였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는 11월 28일 이후 지금껏 없었고, 탄도미사일 도발은 지난달 5일이 마지막이었는데 돌연 북한 도발을 이유로 대기 명령을 내린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의 충암고등학교 후배인 여인형 사령관이 계엄 선포 전부터 이를 사전에 인지하고 미리 준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는 대목이다.
김대우 방첩사령부 수사단장(해군 준장)은 계엄 당시 여 사령관으로부터 국회의원 체포 지시를 직접 받았다고 밝혔다. 현역 군인이 국회의원 체포 사실을 밝힌 것은 계엄사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저를 포함해 국회의원 체포 지시를 받았냐'는 조국혁신당 조국 의원의 질의에 "구금시설과 관련된 체포와 지시는 여인형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직접 받았다"고 했다.
이어 "처음 지시받기로는 (수방사) B1벙커 안에 구금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지 확인하라고 지시했다"며 "여 사령관이 밑에 있는 이 실장을 통해 직접 수방사를 가서 B1벙커를 확인하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B1 벙커는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관할 지휘통제 벙커로, 유사시 우리 군의 실질적인 전쟁 지휘부 역할을 맡는 군사상 핵심 시설이다.
앞서 여인형 전 사령관은 지난 9일 저녁 국방부 기자단에 보낸 입장문을 통해 계엄령 사전 인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방첩사는 기무사 해체 트라우마로 부대원 모두가 계엄령에 매우 민감하다"며 "사령관이 미리 알고 준비했다면, 시작도 하기 전에 모두 노출된다"고 밝혔다.
이어 "부대 출동은 새벽 1시가 넘어서였다. 국회나 선관위 근처까지 가다가 복귀했다"며 "이것은 방첩사가 계엄령을 사전에 알지 못하였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강조했다.
여 전 사령관은 "방첩사는 계엄령 선포 후 그 사실을 알았다"며 "그 이후 일련의 조치들은 매우 신중하고 최소한으로 이뤄졌다는 것은 수사를 통해서 곧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심지어 대북작전도 방첩사가 기획했다고 하는데, 이 또한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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