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명 대규모 예약 취소되기도"…붐비던 식당, 한산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연말에는 예약 손님이 좀 있을까 했는데 줄줄이 취소됐어요. 연말에 이래 보기는 처음이라 당황스럽네요."
서울 중구 을지로3가역 5분 거리에서 갈빗집을 운영하는 40대 자영업자 남모씨는 연말 장사가 어떻게 되어가냐는 질문에 쓴웃음을 지으며 이같이 답했다.
남씨의 가게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규모 예약이 수차례 취소됐다. 남씨는 "이번 주와 다음 주에 잡혀있던 20~30명 인원의 큰 예약들도 빠졌다. 요새는 전화보다는 온라인 예약이 많다보니 예약자가 (예약) 시간 바로 전에라도 알아서 빼버린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9일 뉴시스가 찾은 을지로3가 일대 식당 거리는 연말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한산했다. 은행, 증권사, 위원회, 각종 기업 등 직원들이 주요 고객층인 을지로가 계엄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가게 문을 잠시 닫고 담배를 피는 사장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 일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에 혹여 구설에 휘말리지 않을까 송년회를 취소하거나, 가벼운 저녁으로 갈음하는 등 '회식 축소'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연말 성수기만 기다려 온 자영업자들에게도 비상계엄과 그 후폭풍은 치명타다. 지난해 9월 영업을 시작했다는 남씨는 "그때랑 비교하면 손님이 20% 이상 빠졌다"며 "갈수록 경기가 힘들어지고 인건비도 오르는데 힘들어 죽겠다"고 토로했다.
최근 벌어지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에는 10대부터 30대까지 청년층의 참여도 활발해 저녁 모임은 더더욱 감소했다는 반응도 나온다. 남씨는 "확실히 거리를 보면 사람이 줄긴 많이 줄었다. 집회에 나가는 사람도 있고 하니 방문하는 손님이 줄은 것 같다"고 추측했다.
을지로역에서 6분 거리에 있는 한식주점 종업원 A씨도 최근 회식 축소 영향을 체감하고 있다며 "많을 때는 예약이 6팀은 있었는데 오늘은 아직 (예약이) 하나도 없다"고 털어놨다.
여행·관광업계는 물론, 해외 고객을 상대하는 서비스업도 매출 감소를 걱정하는 모양새다. 탄핵정국으로 인한 불안감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줄이 여행을 취소한 탓으로 풀이된다.
외국인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사진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B(28)씨는 "외국인 손님을 자주 받는데 계엄사태 이후 불안하다며 예약 일정을 연기하는 손님이 많았다"며 "아무래도 외국인 손님을 자주 받는 입장에서 국내 정세가 불안한 것이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계엄 사태 이후에도 정국이 예측불가능하게 흘러가고 있어 연말 분위기를 내고자 하는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집회를 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람들하고 모여서 회포를 푸는 등 소통할 만한 감정적인 여유는 없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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