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봉 든 MZ세대가 주도하는 탄핵 촉구 시위
'자체 제작 탄핵 (응원)봉', '응원봉 도안'도 등장
시위 도중 '응원봉 맞추기' 퀴즈 진행되기도
[서울=뉴시스]허나우 리포터 = 투쟁가 대신 K팝, 손팻말 대신 응원봉.
최근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사태로 촉발된 윤 대통령의 탄핵 촉구 집회를 젊은 세대가 주도하면서 시위 문화도 예전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특히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응원봉 행렬이다. 응원봉은 자신이 좋아하는 K팝 아이돌의 콘서트나 무대에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번 집회 참가자들은 응원봉을 빛나는 저항의 행렬을 연출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집회 현장 모습을 담은 여러 장의 사진이 곳곳에서 올라왔는데 응원봉 인증샷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실제로 엑스(X·옛 트위터)에는 '아이돌 응원봉'이 실시간 검색어 트렌드 키워드에 오르기도 했다. 이용자들은 다양한 응원봉의 모습을 찍어 올리기도 했으며 자신의 응원봉을 '커스텀(자신의 기호에 맞게 꾸미는 것)'하는 문화도 곳곳에서 등장했다.
특히 탄핵을 촉구하는 구호를 담은 자체 제작 응원봉도 큰 인기다. 이용자들은 '올해의 범죄자상 대통령', '나가라'등의 문구를 직접 삽입해 응원봉을 제작했다.
응원봉을 자체 제작하는 온라인 쇼핑몰에는 "토요일 모임(시위)에 응원봉 못 들고 가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빠른 제작과 배송, 실물 응원봉까지 만족한다"며 "친구들에게 소개해 주겠다"는 구매 후기도 여러 개 달렸다.
한 K팝 아이돌 팬덤은 '응원봉 시위 도안'을 만들고 배포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격려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응원봉 각 면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탄핵' 단어가 적혀있다.
해당 도안을 인쇄한 후 응원봉에 붙이면 탄핵 촉구 집회에서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해당 도안을 인쇄한 후 응원봉에 붙이면 탄핵 촉구 집회에서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시위는 20~30대 여성들의 참여 비율이 높은게 가장 큰 특징이다. 응원봉은 K팝 팬덤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세대의 사회 참여와 연대를 의미하는 하나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
응원봉은 아이돌 팬덤마다 다 다른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집회의 재미를 끌어올리는 소재가 되기도 한다. 한 엑스 사용자에 따르면 지난 8일, 집회에서는 '응원봉 맞추기(외우기) 콘텐츠'를 진행하기도 했으며 해당 응원봉을 흔들고 있는 참가자의 모습을 화면에 비춰주기도 했다.
실제로 다양한 팬덤의 응원봉이 시위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이러한 콘텐츠가 참여자들의 큰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에 누리꾼들은 "탄핵 시위에서 응원봉 외우기 타임이라니… 분위기 정말 유쾌하다", "오늘 시위 참여했는데 응원봉 물어보고 언급해 줘서 감동받았다", "엄마도 이제 내 덕질을 이해해 줄 것 같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아울러 다양한 응원봉 물결과 연대가 이어지고 있다. 한 이용자는 "응원봉은 없지만 상태창"이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해당 게시글에는 '탄핵이 아니면 죽음을'이란 문구가 적힌 발광 소품을 직접 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눔하겠다"는 게시 문구도 눈에 띈다.
다른 게시글에서는 "응원봉 없어서 샤워헤드로 만들었다"며 샤워헤드에 발광 소품을 직접 넣어 제작한 사진을 함께 게시했다. 이들 게시글은 도합 1만, 2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누리꾼들의 큰 웃음을 유발했다.
한편 K팝 문화를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 응원봉이 대통령 탄핵 집회에 활용되며 온라인상에서 응원봉 수요가 급증했다. 11번가와 네이버쇼핑에서는 실시간 쇼핑 검색어 1위에 응원봉이 오르기도 했다. 실제로 유대감을 바탕으로 형성된 아이돌 팬덤은 자신과 본인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모두가 좀 더 나은 사회에서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 정치적인 사안에 기꺼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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