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4일 중앙집행위 열고 '尹 퇴진 촉구' 의결
김동명 위원장 "사회적대화 무의미…상대로 인정 못해"
"탈퇴는 아니다"라지만…복귀 1년여 만에 중단 위기
경사노위, 12일 정년연장 대국민토론회 개최도 불투명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비상계엄 선포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이들은 윤석열 정부를 사회적대화 상대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 어렵게 복원된 대화 분위기가 10개월 만에 다시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한국노총은 4일 오후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윤석열 퇴진 촉구를 의결했다.
한국노총은 "국민에게 총을 겨눈 윤 대통령을 그대로 둘 수 없다고 판단했고, 내란범죄를 자행한 윤석열을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뜻을 모았다"며 "전 조직은 대통령 퇴진 시까지 각 조직별 의사결정 기구를 통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결의를 모으고 국회 및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는 퇴진 집회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추가 계엄선포 등에 대비해 국회를 엄호하는 투쟁에도 총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회를 향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즉각 발의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국민의힘은 의원총회에서 내각 총사퇴와 국방부 장관 사퇴, 대통령 탈당을 요구했는데 비상계엄 사태는 대통령의 단순 탈당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며 "우리나라 형법은 내란 주도 수괴를 사형,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바로 그 내란을 주도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사회적대화 상대로 윤 대통령을 인정할 수 없다고도 했다.
한국노총은 "기후위기와 산업전환에 따른 일자리 문제와 정년연장 등 정말 시급한 문제가 눈앞에 놓여있지만, 자격이 없는 정부와의 대화는 무의미하다"며 "국정 혼란을 하루빨리 수습하고 민생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대통령은 하루빨리 결단하라"고 했다.
다만 이 같은 입장이 곧바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중단이나 탈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 그었다. 경사노위에서 법정정년을 연장을 먼저 꺼내면 수긍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한국노총이 참여와 탈퇴를 반복했기 때문에 지금 이 상황에서 중단을 선언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라며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데 대통령 직속기구 참여 중단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별 의미가 없다. 가령 경사노위에서 법정정년을 연장하자고 하면 못 받을 이유는 아니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국노총이 대정부투쟁에 나서면서 올해 들어서야 복원됐던 사회적대화의 잠정 중단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경사노위법에 따르면, 본위원회는 재적위원의 과반이 출석하고 노사정에서 각각 과반 위원의 출석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경사노위에 참여하는 유일한 노동계 파트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1999년 경사노위 전신인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뒤 현재까지 참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경사노위 근로자대표 4명 중 2명은 한국노총 소속이고 나머지 2명도 한국노총이 추천한 인사들이다. 한국노총의 참여 없이는 어느 것 하나 결정지을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앞서 한국노총은 지난해 5월 발생한 산하 노조 간부 강제진압 사태에 반발하며 사회적대화 중단을 선언했다가 같은 해 11월 복귀했다.
당시 한국노총은 "우리 사회는 급격한 산업전환과 기후위기, 저출생·고령사회 문제, 중동전쟁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저성장 쇼크의 장기화 등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며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한국노총은 사회적대화에 복귀해 경제 위기 등에 따른 피해가 노동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노동자의 생존권과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올해 2월에는 노사정 대표자들로 구성된 본위원회가 개최됐고 ▲지속가능한 일자리와 미래세대를 위한 특별위원회 ▲일·생활 균형위원회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위원회 등 3개 위원회 운영에 합의했다. 10월에는 공무원과 교원노조 전임자의 노조 활동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하는 '타임오프제'에 대한 노정 합의도 이뤄졌다.
현재 경사노위는 근로시간 개편안 논의와 고령자 계속고용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고령자 계속고용과 관련해 노동계는 법정정년을 65세로 늘리는 방안을, 경영계는 퇴직 후 재고용을 주장하고 있어 이견이 크지만 회의는 차질없이 진행되는 상황이었다.
권기섭 경사노위 위원장은 10월29일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지금이 사회적대화의 골든 타임이다. 이 시기를 넘기면 (논의를)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니 지금 노동시장 현안들에 대해 합의를 하든 결론을 내야 한다"며 "최소한 내년 1분기까지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게 1차 목표"라고 밝혔다.
경사노위는 오는 12일에 정년연장과 관련한 대국민 토론회를 열고 본격적인 사회적 공론화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이날 한국노총이 사실상 사회적대화 중단을 선언하면서 행사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이 문제는 정치가 아니라 먹고사는 문제인데 정치 불안 때문에 이렇게 돼서는 안 된다고 보고 있다"며 "냉정하게 문제를 수습해나가는 게 중요하지 대화를 안 한다고 하면 문제를 누가 어떻게 해결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토론회를 연기할지 아니면 취소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상황을 좀 더 보고 추후 결정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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