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계엄으로 내년도 삭감 예산 되살릴 명분 약화
연말·연초 경제정책방향, 중앙부처인사 등 올 스톱
탄핵 성공시 주요 행정부처 사실상 식물화 전망 多
[세종=뉴시스]김동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시간여 만에 계엄을 해제하며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정치·사회 전반에 큰 혼란이 빚어지는 가운데 국가 거시경제와 금융·외환시장은 물론 재정운용에 있어서도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기획재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진 시점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추진한 감액 예산안을 뒤집을 수 있는 명분이 사라져 내년도 예산 운용에 큰 차질을 빚을 공산이 크다. 연말 또는 연초에 실시되는 중앙 부처 인사나 내년도 경제정책방향 수립에 있어서도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단행되면 행정부 기능이 마비돼 사실상 '식물 정부'로 전락할 수 있다는 걱정도 제기된다. 앞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진 국무위원들을 대신할 차기 내각 구성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5일 관가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10시28분께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에 대해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반대 의견을 냈지만 대통령 권한으로 계엄이 선포됐고 약 6시간 만에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를 받아들여 사태가 일단락됐다.
기재부는 이번 계엄 사태로 인해 직간접적인 영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예비비 2조4000억원, 대통령실·검찰·경찰·감사원 등 특수활동비 760억원을 되살릴 수 있는 명분이 이번 계엄으로 크게 약화된 점은 뼈아프다.
최상목 부총리는 야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감액안의 부작용과 문제점으로 ▲경제 리스크 가중 ▲산업 경쟁력 골든타임 실기 ▲민생·지역경제 지원 계획 차질 등을 지적한 바 있다.
추가적 협상 여지는 있는 상황이지만 계엄사태 후폭풍 영향으로 제대로된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이렇게 되면 4조1000억원의 감액만 반영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그대로 국회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야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정부의 재정 운영 방침과 동떨어진 사업에 증액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말 또는 연초에 실시되는 경제정책방향, 신년 업무보고, 중앙 부처 인사 등도 줄줄이 미뤄질 공산이 크다. 내년 정부의 경제 운용 전략과 정책이 담기는 경제정책방향은 연말에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는 발표 시점이 불투명해졌다.
공직사회 내부에선 대통령실의 업무가 마비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보고가 이뤄져야 하는 국정 과제 등 주요 정책은 사실상 멈추고 일상적인 업무 위주로 처리될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공직사회 내부 균열이 발생할 공산도 크다. 연말, 연초에 실시되는 인사가 미뤄짐에 따라 나타나는 불만과 함께 정권 교체 시기가 빨라질 경우 현 정권에 대한 비판적 기류가 표면화되며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다.
이번 사태는 야당의 탄핵으로 이어졌는데 문제는 탄핵이 성공했을 때 발생한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올때까지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는 만큼 사실상 주요 행정 부처는 식물 정부화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탄핵이 성공하면 한덕수 총리와 현 국무위원들을 대체하는 새로운 내각을 구상할 수 없다. 기존 인물들이 현 정권이 추구하는 경제정책 방향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것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최 부총리 개인으로는 리더십에 대한 의문 부호가 붙게 된 것이 뼈아프다. 국가의 부총리로서 총리와 함께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했는데 국가의 거시경제, 재정정책을 총괄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 여론이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체적인 견해는 최 부총리가 금융·외환시장 안정, 기존 경제정책의 안정적 운영 및 경제 활동에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데 집중하면서 남은 임기를 보낼 수 있다고 모아진다.
계엄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지만 후임자가 정해지기 전까지는 기재부 수장으로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경제 전반 관리·점검에 집중할 것으로 보이지만 운신의 폭이 제한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 4일 총리 주재 회의에서 국무위원 전원이 사의 표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의 표명 취지는 현 상황에서 책임 있는 자세를 표명한다는 차원으로 부총리는 직무를 맡은 마지막 순간까지 경제 상황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