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철수하며 고개숙여 인사하는 군인 영상 화제
현장 지휘관은 '하지마' '뒤로와' 외치며 인명 피해 예방
"진정해야 한다" 특전사 출신 예비역도 후배들 설득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45년 만의 비상계엄 선포로 무장한 군 병력이 국회에 진입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지만, 현장에 투입된 계엄군은 과거의 모습과 달랐다.
국회에 진입하고 시민들과 대치하는 과정에서도 물리력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철수 과정에서는 고개 숙여 사과 인사를 하는 계엄군인도 있었다. 군 내부에서도 명령을 적극적으로 이행할 의지가 없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시민들도 철수하는 군인들에게 길을 내주면서 큰 물리적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현장에서 이런 모습을 촬영한 영상들은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4일 유튜브 채널 TV허재현에는 이날 오후 계엄군이 국회에서 철수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올라왔다.
계엄군이 줄을 지어 국회를 빠져나오던 상황에서 한 군인은 카메라를 향해 여러 차례 고개를 숙이며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유튜버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한눈에 봐도 너무나 반듯하게 생긴 그 계엄군 청년. 안경 너머 비치는 맑은 눈동자에 그만 저는 모든 분노가 사라지며 한없는 안쓰러움과 고마움을 함께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쫓아오는 저에게 한 번, 두 번, 세 번 거듭 절을 하며 '죄송합니다' 말하던 그 짧은 순간, 당신의 진심을 느꼈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같은 편'이라고 말하는 듯한 그 진심을"이라고 언급했다.
계엄군은 국회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국회 보좌진들과 대치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장 지휘관이 부대원들에게 "하지마. 하지마." "뒤로와. 뒤로와."라고 외치며 물리적 충돌을 피하려는 듯한 장면도 화제가 됐다.
현장에 출동한 군인들은 국회 진입을 막는 시민들과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양 손을 드는 등 물리력을 사용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표현했다. 국회 장악보다는 인명 피해를 막는 것에 더 중점을 둔 모습이었다.
유튜브와 틱톡에서는 특수부대 출신 예비역 군인이 후배들을 진정시키는 모습을 담은 영상도 화제가 됐다.
707특수임무단 중사 출신 배우 이관훈은 이날 국회로 달려와 계엄군을 설득했다. 그는 "얘들아 나 707 선배거든. 명령 받아서 온건 아는데 너희들 진정해야 한다. 아무리 누가 명령을 했더라도, 너무 몸쓰고 막지 마라. 너희들도 다 판단할거라고 믿는다."고 당부했다. 이번 비상 계엄이 불법으로 규정될 경우 명령을 이행한 계엄군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린 것이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오후 10시 29분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어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오후 11시23분께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내용의 포고령을 발령했다.
이후 계엄군은 이날 오전 0시 27분 국회 본관 정문 진입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국회 보좌진과 대치하기도 했다. 계엄군은 유리창을 깨고 국회에 진입했지만 이날 오전 1시14분께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안을 선포한 뒤 현장에서 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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