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법원 “횡령액 75%, 110억 달러 변제하면 사형, 종신형으로 감형”(종합)

[하노이=AP/뉴시스] 구자룡 기자 = 베트남 법원은 3일 천문학적 액수의 횡령과 뇌물수수 혐의로 수감중인 부동산 재벌에게 범죄 금액의 75%인 약 110억 달러(약 15조 5500억 원)를 변제하면 사형을 종신형으로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 호지민 고등법원은 이날 부동산 재벌 쯔엉 미 란에 대한 항소를 기각하고 사형 선고를 유지한다고 밝히면서 이같이 밝혔다.

란은 4월에 125억 달러에 달하는 횡령과 뇌물 수수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았는데, 이는 국가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3%에 해당하며 베트남 역사상 최고액의 금융 범죄다.

그녀의 사기는 다른 은행이나 기업이 유사한 범지를 저지르지 않는지 의문을 제기했고 베트남의 경제 전망도 저하시켰다.

특히 기업들이 베트남을 중국에서 공급망을 전환하는 기업의 본거지로 자리 매김하려고 노력하는 시기에 이같은 사건이 터져 외국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부동산 업체인 반틴팟의 회장으로서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사이공 주식회사 상업은행을 불법적으로 통제했고 2500건의 대출을 허용해 은행에 270억 달러의 손실을 입힌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현지 언론 VN익스프레스 보도에 따르면 그녀의 변호인들은 그녀가 돈을 갚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압수된 재산 중 일부에 법적인 문제가 있고 검찰이 그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는 이유로 법원은 그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란의 변호인은 그가  죄를 인정하고 범죄를 범행을 후회하고 있으며 범죄 금액의 일부를 갚았다며 감형을 요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그녀의 위반 행위가 은행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사회적 혼란을 불러왔으며 은행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 동남아시아연구소(ISEAS-Yusof Ishak) 베트남 연구 프로그램 방문 펠로우인 응옌 크학 기앙은 베트남 법에 따라 사형은 즉시 집행되지 않으며 긴 법적 절차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란이 재심이나 대통령 사면을 요청해 형량을 감형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녀가 횡령한 돈의 4분의 3 이상을 상환한다면 법원은 그녀의 형을 종신형으로 감형하는 것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녀의 체포는 2022년 이후 강화된 베트남의 부패 방지 운동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건 중 하나였다. 소위 ‘불타는 용광로’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반부패 사정으로 국가주석이 낙마하는 등 큰 파장을 일으켰다.

란과 가족은 베트남이 외국인에게 개방된 시장 지향적 접근 방식을 선호한 후인 1992년 반틴팟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고급 주거용 빌딩, 사무실, 호텔, 쇼핑 센터를 갖춘 베트남에서 가장 부유한 부동산 회사 중 하나로 성장했다.

그녀는 금융산업의 핵심 인물이 되었다. 그녀는 2011년 베트남 중앙은행과 협력해 위기에 처한 SCB 은행과 다른 두 대출 기관의 합병을 이끌었다.

법원은 그녀가 이를 통해 SCB에서 현금을 빼냈으며 정부 문서에 따르면 은행의 90% 이상을 소유하고 유령 회사에 수천 건의 대출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국영 언론에 따르면 이 대출금이 그녀에게 흘러들어갔고, 그녀는 흔적을 감추기 위해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었다.

범죄의 규모가 커서 이 사건은 두 번의 재판으로 나뉘었다.

란은 10월에 또 다른 범죄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 재판에서 그녀는 4개 회사를 통해 불법적으로 채권을 발행해 약 3만 6000명 투자자로부터 12억 달러를 모금한 혐의를 받았다.

그녀는 사기를 통해 얻은 180억 달러를 횡령하고, 자신이 통제하는 회사를 이용해 2012년부터 2022년까지 베트남으로 45억 달러 이상을 불법으로 빼돌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베트남은 지난 10년 동안 2000건 이상의 사형을 선고했고 400명 이상에 대해 사형이 집행됐다.  사형이 가능한 범죄는 14가지로 통상적으로는 살인과 마약 밀매 사건에 주로 선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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