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검찰 특활비 사용처 공개 범위·시기 타협점 찾아야

기사등록 2024/12/02 11:39:23

최종수정 2024/12/02 12:00:16

야당, 검찰 특활비·특경비 전액 삭감

마약·딥페이크 수사 타격 예상

본질은 국가 예산 올바른 사용…건설적 논의해야


[서울=뉴시스]박선정 기자 = 그간 수사 기밀성 유지를 이유로 보호받던 검찰의 특수활동비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입증 안 된 예산은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야당이 특활비는 물론 특정업무경비(특경비)까지 전부 삭감한 예산안을 본회의에 넘긴 것이다. 당장 내년도 수사 예산 600억원 상당이 줄어들 전망인 가운데 민생 수사에 직접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전체 회의를 열고 검찰 특활비 80억900만원과 특경비 506억9100만원을 전액 삭감한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민주당이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한 내용 그대로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야당의 특활비 삭감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에 대한 분풀이라며 반발했으나 민주당 측은 검찰이 소명하지 않은 예산을 깜깜이로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내년도 검찰 예산은 여야 합의 없이 본회의에 올라가게 됐다.

검찰 특활비를 둘러싸고 여야가 예산심의에서 팽팽히 맞서는 모양새는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여야는 공수를 교대해가며 예산 집행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검찰을 압박해왔다. 검찰은 줄곧 수사 기밀 유출의 위험성을 이유로 용처를 공개하지 않았고, 이에 특활비는 2017년 179억원에서 142억원(2018년)→116억원(2019년)→94억원(2020년)→84억원(2021년)→80억(2022년)→80억(2023년)→72억(2024년)으로 계속해서 감소했다.

검찰은 수사 기관의 특성상 특활비 사용처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비밀에 부쳐야 하는 정보원의 신원이나 수사 기법이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야당은 기밀 수사에만 활용돼야 할 특활비가 자의적인 격려금이나 수사와 상관없는 부서에 지급되고, 공기청정기 렌탈 비용으로 사용되는 등 오·남용 사례가 발견된 만큼 이를 통제할 필요성은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부 오·남용 사례가 특활비 전체의 문제라고는 볼 수는 없다. 특활비 대부분은 압수수색 현장이나 비밀 수사에 요긴하게 쓰인다. 다크웹 등을 이용한 마약 거래, 성범죄물 유통 사건을 수사하다 보면 위장 거래가 필요한 경우가 있는데, 여기에 들어간 현금을 모두 증빙하기란 어려운 실정이다.

입장 차이를 좁힐 수 없다며 국회와 검찰 모두 굽히지 않은 결과 수사 예산은 대폭 삭감될 기로에 놓였고,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게 됐다. 특활비를 둘러싼 갈등을 해소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우선 검찰은 지나친 비밀주의를 내려놓고 공개 여부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이다. 미국은 정보자유법에 따라 국가 기밀이라도 국민의 청구가 있거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비밀에서 자동 해제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한다.

검찰의 수사 활동이란 명목으로 그 어느 것도 절대 공개할 수 없다는 논리만 내세워서는 야당도, 국민도 설득할 수 없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과 관련된 내역이라면 그 기밀성이 언제쯤 어떤 방식으로 해소될지 파악해서 공개 범위와 시기를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국회도 무조건 전부 공개라는 입장만 고수한다면, 예산 편성 권한을 남용하는 행태로 비춰질 수 있다. 대법원에서도 검찰 특활비의 기밀성을 인정한 만큼 이를 존중해야 할 필요도 있다. 특활비에 한해 새로운 사후 통제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본질은 국가 예산의 올바른 사용에 있다. 국회와 검찰이 소모적인 논쟁을 멈추고 민생 수사를 위한 건설적인 방안을 도출 해내길 바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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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검찰 특활비 사용처 공개 범위·시기 타협점 찾아야

기사등록 2024/12/02 11:39:23 최초수정 2024/12/02 12: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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