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협상, 마지막날까지 안갯속…'산유국 반대' 넘어설까

기사등록 2024/12/01 09:00:00

최종수정 2024/12/01 09:38:18

오늘로 플라스틱 협약 5차 협상 종료…각국 이견 여전

중재안 네차례나 냈지만 유의미한 협상 진전은 '글쎄'

'생산감축' 선언적 수준 합의만 이루나…불발 가능성도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국제플라스틱협약 제5차 협상회의를 하루 앞둔 24일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가 부산 해운대 백사장에서 플라스틱 종식을 뜻하는 'END PLASTIC'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환경운동연합 제공) 2024.11.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국제플라스틱협약 제5차 협상회의를 하루 앞둔 24일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가 부산 해운대 백사장에서 플라스틱 종식을 뜻하는 'END PLASTIC'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환경운동연합 제공) 2024.11.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성소의 기자 = 국제 플라스틱 협약 마련을 위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의 협상 마지막날이 도래했지만 협상은 여전히 '안갯속'인 상황이다. 각국의 이견을 좁힐 중재안이 네 차례나 나왔으나 생산 감축을 두고 국가 간 입장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에 관해선 선언적 수준으로만 합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이 역시 산유국들의 반대를 넘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이번 협상기간 동안 협약 성안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게 나온다.

1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일주일 간 진행된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INC는 이날로 종료된다.

부산에서 열린 이번 회의는 플라스틱 오염 해결을 위해 전(全) 주기에 걸친 구속력 있는 협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각국 정부대표단은 지난 2년 간 논의를 이어왔고 계획대로면 그 결과를 이날까지 협약문 형태로 도출해야 한다.

하지만 핵심 쟁점으로 꼽히는 1차 플라스틱 폴리머(원료물질) 감축에 대해 국가 간 입장이 갈리고 있어, 마지막날까지도 협상 결과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뉴시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플라스틱 오염 국제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 개막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환경부 제공) 2024.11.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플라스틱 오염 국제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 개막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환경부 제공) 2024.11.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첫 출발은 나름 좋았다.

5차 INC 시작날 각국 대표단은 논쟁 끝에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 INC 의장이 제시한 '3차 비공식 문서(Non-paper)'를 토대로 협상하기로 합의했다.

비공식 문서는 발디비에소 의장이 협약 초안에 담긴 수많은 쟁점들을 추리고 추려 중재안 성격으로 낸 문서인데, 당초 산유국 등 플라스틱 생산국들은 3차 문서에 생산에 관한 언급이 있다는 이유로 이에 기반해 논의하는 것조차 거부해왔다.

그러나 산유국들과 연합을 이루던 중국이 입장을 바꾸면서 산유국들도 이 문서 바탕의 협상을 진행하는 데에는 일단 동의했다.

하지만 그 이후 협상은 지지부진하게 전개되고 있다.

플라스틱 협약은 생산·공급 문제부터 화학물질 규제, 제품 디자인·설계, 재활용·수리, 자금 지원 등 폭넓은 주제를 다룬다. 그 중에서도 1차 폴리머 생산에 대해 강력한 규제를 원하는 유럽연합(EU)의 입장과 이에 반대하는 중동 산유국 및 러시아의 입장이 팽팽하게 부딪히면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산유국 등은 생산뿐 아니라 플라스틱 제품에 사용되는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규제 등도 협약에 담기지 않길 바라고 있는데,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회의를 고의로 지연시키는 전략도 마다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뉴시스]원동화 기자 = 23일 16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플뿌리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 뽑는 연대)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를 중심으로 시민 1000여 명(주최추산)과 함께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위한 1123 시민행진'을 진행했다. (사진=그린피스 제공) 2024.11.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원동화 기자 = 23일 16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플뿌리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 뽑는 연대)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를 중심으로 시민 1000여 명(주최추산)과 함께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위한 1123 시민행진'을 진행했다. (사진=그린피스 제공) 2024.11.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모든 논의가 답보 상태였던 것은 아니다. 인체와 환경에 해가 될 수 있는 '우려 화학물질' 등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절충안을 제시하면서 논의에 일부 진전이 있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국 정부는 우려 화학물질을 식별할 기준을 우선 제시하고 이에 따른 규제는 국가별 자율에 맡기도록 하자고 제안했는데, 다수국들이 이 안을 지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협약의 최종 운명을 가를 생산 감축에 관한 논의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이 상황을 타개하고자 발디비에소 의장이 협상 종료를 이틀 앞두고 낸 네 번째 중재안(비공식 문서) 역시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재안에는 생산 관련 조항을 협약문에서 아예 빼도록 하는 선택지(Option1)와 1차 당사국총회에서 생산 감축 목표를 결정하도록 하는 선택지(Option2)가 모두 제시돼있다.

생산 감축에 대해 가능성을 아예 닫아놓는 방안과 열어놓는 안 모두를 '옵션'으로 내놓은 것이다. 구속력 있는 감축 목표를 설정하길 원하는 우호국연합(HAC) 입장과 이에 반대하는 산유국, 러시아 등 입장을 모두 반영한 안이다.

하지만 양 극단의 입장을 나란히 제시한 의장의 네 번째 중재안 역시 일부 국가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고 한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 회의가 개막한 2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 회의실에서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가운데) 의장 등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12월1일까지 열리는 INC-5 회의에는 170여개 유엔 회원국 정부대표단과 유관 국제기구, 환경전문가 등 4000여 명이 참석해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 논의하고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2024.11.25. yulnet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 회의가 개막한 2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 회의실에서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가운데) 의장 등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12월1일까지 열리는 INC-5 회의에는 170여개 유엔 회원국 정부대표단과 유관 국제기구, 환경전문가 등 4000여 명이 참석해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 논의하고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2024.11.25. [email protected]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의장이 생산 감축과 관련해 제시한 두 개 선택지 외에 '제3의 선택지'가 채택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5차 INC 관계자에 따르면 각국 대표단은 발디비에소 의장이 제시한 틀 안에서만 협상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국가가 또다른 절충안을 제시해서 이를 기반으로 협상을 벌일 수 있다는 얘기다. 

협약 성안을 바라는 국가 입장에선 선언적 수준의 절충안을 제안해 합의를 유도하려 할 수도 있다.

절충안은 발디비에소 의장이 내놓은 3차 중재안(비공식 문서)에 담긴 수준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3차 문서에서는 생산 감축과 관련해 '전 주기에 걸쳐 지속 가능한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 수준을 달성하기 위해 1차 폴리머 공급을 관리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정도로만 언급돼있다.

다만 산유국들과 러시아는 '생산'에 관해 3차 문서 수준으로 합의하는 것도 지금껏 거부해왔기 때문에 협상 타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 회의 개막식이 열린 2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각 나라별 참가자들이 행사진행을 지켜보고 있다. 12월1일까지 열리는 INC-5 회의에는 170여개 유엔 회원국 정부대표단과 유관 국제기구, 환경전문가 등 4000여 명이 참석해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 논의하고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2024.11.25. yulnet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 회의 개막식이 열린 2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각 나라별 참가자들이 행사진행을 지켜보고 있다. 12월1일까지 열리는 INC-5 회의에는 170여개 유엔 회원국 정부대표단과 유관 국제기구, 환경전문가 등 4000여 명이 참석해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 논의하고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2024.11.25. [email protected]


일각에선 산유국들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다른 의제에서 이들 국가의 요구를 들어주는 협상 시나리오도 예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협약에서 결정된 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별도 기금을 조성하자는 산유국들의 주장을 수용하고, 생산 감축에 관해선 '선언적' 수준으로만 협약문에 담는 식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협약문이 만들어진다 해도 생산 감축에 대해선 상당히 약한 수준의 문구만 담기게 되는 것이라 한계가 예상된다. 시민단체들은 생산 감축이 빠진, '약한 협약'을 만들 바에 협약이 성안되지 않는 게 낫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레이엄 포브스 그린피스 글로벌 플라스틱 캠페인 리더는 "새롭게 제안된 중재안은 협약 성안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각국 정부 대표단은 형식적인 협약을 거부하고,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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