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수원 제치고 최다 우승팀 등극
'리그 우승' 울산은 2관왕 좌절돼
예년과 다르게 진행된 국내 컵대회
[서울=뉴시스] 김진엽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 포항스틸러스가 연장 접전 끝에 '라이벌' K리그1 울산 HD에 역전승을 거두면서 코리아컵 최다 우승팀이 됐다.
포항은 30일 오후 3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의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전에서 정재희, 김인성, 강현제의 연속골에 힘입어 3-1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포항은 컵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전남드래곤즈(2006~2007년), 수원삼성(2009~2010년) 그리고 본인들이 기록한 2012~2013년에 이어 네 번째 코리아컵 2연패를 작성했다.
또 코리아컵 단독 최다 우승팀으로도 올라섰다.
포항은 지난 시즌 결승에서 전북을 꺾고 통산 5회 우승을 달성하며 전북, K리그2 수원삼성과 함께 최다 우승 공동 1위에 올랐다.
그리고 이날 동해안더비 라이벌인 울산을 꺾고 통산 6회 우승으로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아울러 코리아컵 우승을 하지한 포항은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2(ACL2) 티켓까지 획득했다.
이날 결승골을 기록한 김인성은 코리아컵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반면 울산은 이날 경기서 2관왕(더블)을 노렸으나 좌절됐다.
울산은 이번 시즌 리그 우승을 차지하면서 구단 역사상 최초로 리그 3연패를 달성했다.
기세를 살려, 2017년 이후 7년 칸에 코리아컵 우승까지 노렸다.
만약 울산이 코리아컵 정상에 올랐다면, 지난 2013년 포항, 2020년 K리그1 전북현대에 이어 역대 3번째로 2관왕(더블)을 달성한 구단이 될 수 있었으나 실패했다.
울산은 주민규, 윤일록, 이청용, 김민혁, 루빅손, 고승범, 보야니치, 김영권, 이명재, 임종은 그리고 조현우를 출격시킨다.
이에 맞서는 포항은 홍윤상, 정재희, 조르지, 한찬희, 오베르단, 완델손, 이태석, 신광훈, 아스프로, 전민광 그리고 윤평국을 선발로 내세웠다.
초반 분위기는 울산이 주도했다. 보야니치, 김민혁 등을 앞세워 연거푸 상대 골망을 노렸다.
포항도 득점 기회를 노렸다. 전반 10분 조르지가 슈팅했으나 울산 수문장 조현우의 선방에 막혔다.
치열한 공방전 끝에 울산이 선제골을 터트렸다.
전반 37분 이청용이 상대 박스 안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주민규가 헤더로 마무리했다.
리드를 잡은 울산은 후반전 중반까지 상대를 압박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 두 번째 득점은 포항에서 나왔다.
후반 23분 정재희가 상대 페널티박스 앞쪽에서 드리블 돌파 후 왼발 슈팅을 때렸다.
이 공은 이청용에게 맞고 굴절된 이후 울산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 양 팀은 교체 카드로 분위기를 전환했다.
울산은 후반 32분 이청용, 주민규를 빼고 김지현, 야고를 투입하면서 추가골을 정조준했다.
포항은 후반 37분 정재희를 빼고 김인성을 투입하면서 득점을 노렸다.
하지만 두 팀은 정규시간 90분 안에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경기는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포항이 역전승을 거뒀다.
연장 후반 6분 김종우가 울산의 페널티박스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김인성이 헤더로 마무리하면서 경기를 뒤집었다.
울산은 연장 후반 10분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이명재의 크로스를 김민준이 왼발 발리슛으로 마무리했으나 영점이 정확하지 않았다.
포항은 경기 종료 직전 쐐기골까지 터트렸다.
골키퍼 윤평국의 롱볼을 받은 강현제가 드리블 돌파로 상대 진영까지 전진한 뒤, 정확한 오른발 슈팅으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한편 이번 시즌 코리아컵은 기존과는 다르게 진행됐다.
코리아컵을 여는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월 FA컵이었던 이 대회 명칭을 코리아컵으로 변경했다.
FA컵은 프로와 아마추어를 망라해 그 나라 성인 축구 최강팀을 가리는 토너먼트 대회다.
이 때문에 프랑스의 '쿠프 드 프랑스'(프랑스컵), 이탈리아의 '코파 이탈리아'(이탈리아컵), 스페인의 '코파 델 레이'(국왕컵)처럼 대부분 국호나 국가 권위를 대표하는 상징을 대회 명칭으로 쓰고 있다.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는 FA컵(The FA Cup)이 대회 이름이다.
축구협회는 지난 1996년 대회를 창설하면서 FA컵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이는 잉글랜드의 FA컵과 같아 혼란을 가져왔고 한국 축구대회라는 정체성이 드러나지 않았다.
이에 한국 축구를 대표한다는 의미와 대외적인 상징성을 고려해 코리아컵으로 명칭을 변경한 바 있다.
대회 방식도 바뀌었다. 그간 준결승은 단판, 결승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열렸지만 올해부터는 준결승은 홈 앤드 어웨이, 결승전은 단판 승부로 진행됐다.
결승전 장소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이었다.
잉글랜드 FA컵이 잉글랜드 축구의 성지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치러지는 것처럼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경기장에서 치른다는 전통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라고 축구협회는 설명했다.
이에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홈구장으로 쓰는 FC서울 팬들이 아닌, 포항과 울산 팬들이 수놓았다.
2만7184명의 관중이 현장을 찾아 사상 첫 코리아컵 결승전을 함께 했다.
다양한 축구계 인사도 모습을 드러냈다.
정몽규 축구협회장, 홍명보 현 한국 남자 대표팀 감독뿐 아니라,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 의사를 밝힌 허정무 전 프로축구 K리그1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 등이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