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자전거 음주사고…산재 인정될까[법대로]

기사등록 2024/11/30 09:00:00

최종수정 2024/11/30 09:17:03

회의 참석자와 저녁 식사 자리서 음주

이후 자전거로 퇴근하다 차 치여 사망

근로복지공단 "음주운전 기인해 사고"

法 "퇴근길 인정…음주 직접원인 아냐"

[서울=뉴시스] 법원 로고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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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태성 기자 = 업무상 회의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저녁을 먹고 귀가하는 건 퇴근에 해당할까. 이 자리에서 음주를 한 뒤 자전거를 타고 귀가하다 사망한 근로자에게 법원은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어떤 이유 때문일까?

A(45)씨는 지난 2021년 11월1일 회사 부근에서 자전거를 타고 귀가하다 횡단보도 앞에서 불상의 이유로 넘어졌다. 도로 위로 쓰러진 그는 지나가던 버스에 치이면서 사망했다.

사고 당일 A씨는 회사 관계자와 업무상 미팅을 하고, 이어 저녁 식사를 했다. 3시간여 동안 이어진 식사 자리에서 A씨는 술을 마셨다. 음주 상태로 자전거를 몰다 사고가 난 것이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고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공단은 식사가 업무와 관련된 공식 행사라고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으며 장시간 음주를 하는 행위로 출퇴근이 중단됐다고 봤다. 사고 역시 A씨의 음주 운전이 원인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A씨의 유족은 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건전성 지표 회의를 한 뒤 회의 참석자와 식사를 한 만큼 사적인 자리가 아니었고, A씨가 사고 직전까지 명확한 판단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음주로 인해 이 사고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최수진)는 지난 8일 A씨의 유족이 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여러 사실과 사정을 종합해 보면 이 사고가 출퇴근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회의가 끝난 시간은 저녁 식사를 할 무렵이었고 회의 참석자들과 회사 근처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 것은 통상적으로 어느 정도 업무 관련성이 유지되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한 함께 저녁 식사를 한 당사자의 진술을 보면 식사 자리에서 업무와 관련된 이야기도 일부 이뤄졌고, 업무상 목적으로만 법인카드 소지가 가능했던 신분의 A씨가 저녁 식사 비용을 회사의 법인카드로 결제한 점 등도 고려됐다.

A씨의 사망이 범죄행위로 인한 것인지 여부에 대해선 "사고 발생에 범죄 행위나 업무상 과실이 일부 있다 하더라도 범죄행위가 사망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A씨가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약 1시간 동안 전기자전거를 운전해 이동했다는 점, 사고 당시 영상에서 A씨가 횡단보도 신호 대기를 위해 정지하기 전까지 심하게 비틀거리거나 중심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오히려 이 사고는 A씨가 평소 전기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하면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었던 위험이 현실화한 것이라고 보인다. 전기자전거를 이용한 퇴근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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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자전거 음주사고…산재 인정될까[법대로]

기사등록 2024/11/30 09:00:00 최초수정 2024/11/30 09: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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