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부모연대, 발달장애 관련 예산 증액 요구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폭설이 내려 외출을 자제하라는 재난 문자가 빗발쳤던 지난 27일,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몰아치는 눈보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리에 나와 바닥에 엎드렸다. 이들은 국회 앞에서 3보를 걷고 바닥에 몸을 엎드리는 오체투지 형식의 투쟁을 이어갔다.
30일 기준으로 충북 청주 발달장애인 일가족 참사를 계기로 합동분향소를 설치한지 200일이 됐다. 지난 5월 충북 청주에서는 발달장애인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있었다. 그에 앞서 지난 2월에도 서울에서 발달장애인 가족이 사망했다.
평생 돌봄 굴레에 얽매여야 하는 발달장애인 가족의 고통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발달장애인 도전적 행동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발달장애인(지적+자폐)은 24만7910명으로 전체 등록 장애인의 9.4%인데 전체 10대 장애인 중 73.2%, 20대 장애인 중 62.9%, 9세 이하 장애인 중 58.3%가 발달장애인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88.2%가 56세까지 부모의 돌봄을 받으면서 생활하고, 어머니는 평균 82.23세까지 자녀를 돌본다.
이들이 자신들의 삶을 알리고 서로를 위로하기 위해 2022년 8월 시작한 '화요집회'도 지난 26일 100회를 맞았다.
그럼에도 이들이 오체투지를 내세워 거리로 나선 건 발달장애인 관련 예산 때문이다.
이들은 주거생활 서비스(장애인 자립지원사업) 117억원, 낮 시간 서비스(주간활동) 370억원, 자기주도급여형 일자리 58억원, 중복장애인 서비스 178억원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주간활동 이용 대기자가 현재도 3000명 이상이라 서비스 확대가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 통합교육을 위한 특수교육 교원 2만 명, 특수학교 행동중재 전담부서 교원 1000명 증원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 10월 인천에서는 12명의 특수교육 대상 학생을 담당하던 30대 특수교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를 위해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지난 19일 발달장애 예산확대를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고 이날 19명이 삭발투쟁에 나섰다. 20일부터는 매일 국회 앞에서 오체투지를 진행하고 있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과 김남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수석부회장은 26일부터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백선영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조직국장은 "오체투지라는 게 아주 천천히 갈 수 밖에 없는데, 장애인과 우리의 삶의 속도도 그렇다"며 "비장애인 중심에 재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의 속도를 약간 멈춘다는 의미도 있고 우리들의 절박한 요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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