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김범수 첫 증인신문…"하이브의 SM 공개매수 저지 언급 없어"

[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을 지시·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과 관련한 첫 증인신문이 29일 진행됐다.

증인으로 채택된 김기홍 전 카카오 CFO(최고재무책임자)는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에서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저지하라는 언급이 없었다"고 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 심리로 이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에 대한 17차 공판기일이 열렸다.

증인으로 법정에 선 김 전 CFO는 "배재현 카카오투자총괄대표가 투심위에서 '하이브의 SM엔터 공개매수가 실패할 것이다'라고 계속 얘기했다"면서도 "투심위에서 하이브 공개매수 저지와 관련한 얘기들이 나온 적은 전혀 없다"고 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 2월 16∼17일과 27∼28일 사이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려 SM엔터 주식을 총 553회에 걸쳐 2400억원 상당을 투입해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고정해 시세를 조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그렇다면) 김 위원장이 2월15일 투심위에서 평화적으로 가져오라는 말을 했냐'고 묻자 "'가져오라'는 워딩(말)은 기억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인수와 별개로 진행을 평화적으로 하라는 뜻으로 이해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지난해 2월15일 투심위에서 '평화적으로 가져오라'고 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하이브와 대외적으로 다투지 않으면서도 SM엔터를 인수하라는 뜻을 내비쳤다고 보는 것이다.

김 위원장 측 변호인의 반대 신문도 이러한 내용을 따지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김 위원장 변호인도 "투심위에서 공개매수 저지 같은 표현이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은 게 맞냐"고 물었고 김 전 CFO는 언급된 적 없다고 말했다.

그는 "12만원이라는 주가에 대해서도 언급된 적이 없다"고 부연했다.

변호인이 "증인은 2월10일 및 2월15일 투심위에서 김 위원장이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이해했냐"고 묻자 김 전 CFO는 "그렇다"며 "김 위원장이 2월15일 대항공개매수 방안 등이 포함된 안건을 승인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 위원장 측은 지난 9월11일 첫 공판에서 "지분 경쟁 상황에서 기업의 경영상 필요성에 따라 이뤄진 주식 매입"이라며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당시 변호인은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시세조종이 성립하기 위해선 해당 주식의 주가 및 거래량 동향 등 간접 사실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하며, 정상적 수요·공급에 따라 시장에서 형성된 시세 외 다른 요인으로 인위적 조작을 해 시세를 고정·인상 시키려는 의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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