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서 예산안 자동부의 폐지안 등 야 주도 처리
여당, 일방 법안 처리 반대에도 야당 수적 우위에 밀려
[서울=뉴시스] 김지은 이승재 정금민 한은진 한재혁 기자 = 대통령이나 친인척을 대상으로 한 수사에서 여당을 배제한 채 상설특검 후보를 추천하는 국회 규칙 개정안이 28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쌀값이 급락한 경우 초과 생산량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규정한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국회 문턱을 넘었다.
여당은 야당이 강행 처리한 법안들에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보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상설특검 규칙 개정안에 대해서는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상설특검 후보 추천 규칙 개정안(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규칙안)을 표결에 부쳐 재석 281명 가운데 찬성 179표, 반대 102표로 가결시켰다.
규칙 개정안은 대통령과 그 가족이 연루된 수사의 경우 7명으로 구성되는 상설특검 후보추천위원회에서 국회가 추천하는 4명 중 여당 추천 몫 2명을 제외하는 내용이다.
규칙 개정안이 통과되면 민주당이 2명을 추천하고, 나머지 2명은 그다음으로 소속 의원 수가 많은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이 한다. 진보당은 개혁신당과 소속 의원 수가 3명으로 같지만 선수(選數)가 앞선 국회의원이 있어 추천권을 갖게 된다.
후보추천위가 특검 후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은 추천일로부터 3일 이내에 이 중 1명을 임명해야 한다. 다만 임명하지 않았을 때 대안 조항이 없어 윤석열 대통령이 상설특검 임명을 미룰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은 앞서 두 차례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이 모두 윤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에 가로막히자, 대통령의 거부권 대상이 아닌 상설 특검을 꺼내 들었다.
지난달 김 여사 관련 의혹 수사를 위한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상설특검 후보추천위에 여당이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규칙 개정안을 발의했다. 야당 주도로 '김건희 상설특검'을 가동하기 위한 밑 작업이다.
민주당이 제출한 상설특검 수사 요구안에는 김 여사 관련 의혹 중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등 세 가지가 우선 담겼다. 지도부는 수사 대상에 '명태균 국정농단 게이트' 의혹 등을 추가하고 다음 달 본회의에서 상설특검 수사 요구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상설특검 후보 추천 규칙 개정안을 처리한 것을 두고 "민주당이 상설특검 사유화를 공식화했다"며 "다수 의석을 악용한 입법 폭주는 헌정사에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회는 같은 날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쳐 재석 254명 중 찬성 173명, 반대 80명, 기권 1명으로 가결시켰다.
양곡관리법과 함께 민주당이 '농업 관련 4법'으로 규정했던 농수산물 유통·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 농어업재해대책법 일부개정법률안, 농어업재해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 등도 야당 주도로 통과됐다.
여당 의원들은 야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에 반발했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은 반대토론에서 "민주당은 오직 자신들만이 정답이라는 잘못된 생각과 착각, 오만함으로 민주당 안을 졸속으로 급하게 통과시켰다"고 주장했다.
이날 야당은 국정감사·조사 때만 할 수 있는 동행명령장 발부를 국회 안건 심사 회의나 청문회에서도 가능하도록 규정한 국회 증감법 개정안(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동행명령 의결 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개정안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반발했지만 표결을 뒤집지는 못했다.
또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및 세입 부수법안들이 법정 기한인 11월30일까지 심사를 마치지 못하더라도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지 않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도 가결됐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법 개정안과 양곡관리법 등 상임위에서 충분히 논의하지 않은 그리고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한 법안들이 본회의에 상정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 법들은 위헌적 요소를 담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재의요구를 건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상설특검 규칙 개정안에 대해서는 "규칙이기 때문에 재의요구할 사항은 아니다"라며 "바로 권한쟁의 및 헌법소원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헌법재판소가 정상화돼야 권한쟁의심판이 이뤄질 것인데, 헌법재판관 협상 진행 상황은 어떤가'라는 질문에는 "유력 검토 명단까지 나오지 않았나. 거의 다 와 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