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영풍 회계 감리 착수…MBK의 고려아연 인수, 부작용 우려"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 중인 영풍에 대해 회계감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또 MBK파트너스가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인수를 추진 중인 건에 대해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 부작용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복현 원장은 28일 오전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간담회를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나 "영풍 측에서 환경오염 이슈 관련 손상차손 미인식 등 회계상 문제점이 발견됐다"며 "이번주부터 감리 전환해 현장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 10월15일 고려아연과 영풍에 대해 회계심사에 착수한 바 있다. 통상 회계심사는 3~4개월이 소요되며 회계 위반 혐의가 발견되면 강제성 있는 감리조사로 전환된다. 영풍은 심사 약 한달 반 만에 감리 전환됐다.

이 원장은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가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건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특정 산업은 20~30년 정도 길게 보고 해야 하는데 실제로 5~10년 안에 사업을 정리해야 하는 형태의 구조를 가진 금융자본이 우리 산업자본을 지배하게 됐을 때 주요 사업 부문 분리 매각 등으로 중장기적으로 주주 가치 훼손이 있을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려아연과 영풍 양사에 대한 불공정거래 조사 진행 상황에 대해 "시장 신뢰와 질서를 확립하는 게 저희 목적.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달 8일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관련해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를 지시했다.

이날 이 원장은 상법상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 도입보다 자본시장법을 통한 주주 보호 원칙을 두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이 원장은 "상장법인이 2400여개 정도기 때문에 이들에 상장 법인에 대한 규율 체계를 두는 게 합리적"이라며 "상법을 개정하게 되면 100만개 넘는 기업들 모두에게 적용되는 방식으로 법을 개정하는게 적절한지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돌이켜 보면 상장법인의 합병, 물적분할이 이 논의(상법 개정 등)의 발단이 됐다"며 "구체적으로 합병·분할, 주식의 포괄적 교환 등에서 적정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방식으로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는게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사후 공시 ▲평가 적정성을 입증할 자료 보관 의무 ▲물적분하리 모회사 주주들이 상장 차익을 공유받을 수 있는 장치 마련 ▲회계법인에  공정한 평가 의무 부여 등 방안을 거론했다.

이 원장은 "상대적으로 충실 의무의 경우 배임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제가 말씀드린 주주 보호 원칙은 절차를 지키기만 하면 이사회 면책이 보장된다"며 "기업 쪽에서도 (주주 보호) 노력을 많이 해주셔야 과도한 입법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 상황이 엄중하고 이해관계자 합의가 어려운 상황에서 소모적인 방식으로 논쟁하기보다 맞춤형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