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던 중 갑자기 쓰러져…"사인 규명해야"
부검의·시설 없는 제주, 주1회 출장식 부검
12월4일 예정…임시 마련된 납골당서 진행
국감서 지적…국과수 "충원은 내부 협의 중"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제주에 도착한 항공기에서 쓰러져 숨진 50대에 대한 경찰 조사와 장례 절차가 일주일간 지연될 전망이다.
부검 여건이 열악한 제주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출장오는 부검의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28일 제주서부경찰서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등에 따르면 전날 항공기에서 내리던 중 갑자기 쓰러져 숨진 A(50대)씨에 대한 부검이 내달 4일 이뤄질 예정이다.
A씨는 전날 오후 1시25분께 국내선 여객기를 타고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한 이후 기내에서 나오던 중 파악되지 않은 원인으로 쓰러졌다. 이후 심정지 상태로 구급대에 의해 제주시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인 경찰은 현재까지 외부적인 요인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을 진행해야 하지만 제주에는 부검의가 없어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제주 경찰 관계자는 "특별한 외상이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쓰러졌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부검을 해보고 사망 원인을 파악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검의 부재로 인해 제주에서는 매주 수요일마다 타 지역 부검의가 출장을 오고 있는 실정이다. 기상 악화가 잦은 겨울철, 항공기와 여객선 결항 사태가 벌어지면 부검은 더욱 늦춰진다.
부검의가 다녀간 27일 사건이 발생하면서 A씨의 부검은 다음주 수요일인 12월4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이 기간 시신은 장례식장에 안치된다. 부검이 끝나기 전까지 장례는 치를 수 없다. 부검은 국과수 법의관 또는 수사기관과 위수탁 계약을 맺은 민간 의사가 할 수 있다.
약 30년간 제주 부검은 민간 부검의로 위촉된 제주대학교 법의학교수가 교내 실험실에서 진행해 왔다. 하지만 올해 4월부터 해당 교수가 자리를 비우게 되면서 8개월째 부검 인력과 장소에 제약이 생겼다.
지난 4월부터 6월까지는 임시로나마 제주시 한 종합병원에서 부검이 이뤄졌다. 7월부터는 제주도의 협조로 제주시 소재 납골당에서 실시되고 있다. 이 마저도 긴급히 마련된 공간이다.
제주는 전국 유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출장소'가 운영되고 있다. 2019년 문을 열었지만 부검의가 배치되지 않았고 부검실도 마련되지 않았다. 화재 감식, 교통사고 조사, 약물 검사 등만 가능하다.
반면 서울·대전·대구·부산·광주 등에는 국과수 '지방연구소'가 차려져 있어 즉각적인 부검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국과수 본원 관계자는 "현재 내부 협의 중이므로 부검의 채용 계획 및 충원에 대해 확답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부검은 시신이 부패하거나 사인이 불분명할 경우 또는 각종 사고사·범죄에 의한 사망 등이 의심스러울 때 진행된다. 자살, 병사(지병에 의한 사망) 등이 명확한 경우를 제외하고 부검을 통해 범죄 혐의점이 가려진다.
제주 부검의 부재 문제는 국정감사에서도 언급됐다.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은 지난달 23일 제주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제주경찰청 국감에서 "제주도에 시신을 부검하는 부검의가 전혀 없고 (부검을)할 수 있는 시설도 없는 걸로 알고 있다"며 "국과수에서 일주일에 한 번 지원을 나온다. 부검 시간이 늦어지고 장례절차도 늦어지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이달희 의원도 "부검의 관련해서 제주도에 상주할 수 있게 국과수에 사전적으로 파견 요청을 해달라"며 "아니면 다른 병원과 협의해서 부검 인력을 충원시키고 비용을 대는 방식으로 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더불어민주당(제주 서귀포시) 위성곤 의원은 지난 8월7일 이봉우 국과수 원장과 면담을 갖고 제주 지역 열악한 부검 환경 개선을 위한 국과수 제주연구소 신설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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