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피라미드 꼭대기 들개는 '로마 신화 태양신'

기사등록 2024/11/28 11:27:20

최종수정 2024/11/28 14:06:16

패러모터 조종사가 촬영한 동영상에 등장한 아폴로

왕이나 파라오인 양 당당하게 경치 둘러 보는 모습

"이집트 죽음의 신 아누비스처럼 생겼다"는 평 받아

[서울=뉴시스]미국 패러모터 조종사가 촬영한 피라미드 정상의 들개 아폴로 모습. (출처=동영상에서 캡처) 2024.11.28.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미국 패러모터 조종사가 촬영한 피라미드 정상의 들개 아폴로 모습. (출처=동영상에서 캡처) 2024.11.28.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이집트 피라미드 정상에서 유유히 서 있는 들개의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이 공개돼 큰 인기를 끌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NYT는 동영상은 진짜지만 원래 촬영한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 자신이 촬영한 것처럼 공개한 것으로 전했다.

이집트 수도 카이로 인근 기자 피라미드군 주변을 떠는 아폴로라는 이름의 어린 개가 동영상의 주인공이다.

피라미드 인근에 거주하는 알렉스 랭이라는 패러모터 조종사가 지난달 14일 새벽에 촬영한 동영상에 아폴로의 모습이 포착됐다.

랭은 아폴로는 사람들은 오르지 못하도록 금지된 약 187m 높이의 피라미드 정상에 “왕이나 파라오인 마냥 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고 했다.

랭이 촬영한 짤막한 동영상은 그날 밤에 인스타그램 등에서 조회수 2800만을 넘겼다. 동영상을 본 사람들이 재칼의 머리 형상을 한 고대 이집트 죽음의 신 아누비스처럼 귀가 쫑긋하게 서 있다며 즐거워했다.

그러나 아메리칸 카이로 동물 구호 재단의 비키 미셸 브라운 대표는 “틀렸다. 다른 신이다. 기자 피라미드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아폴로(그리스 로마 신화의 태양신)라고 부른다”고 했다.

브라운의 파트너인 이브라힘 엘벤더리가 동영상의 개가 아폴로임을 즉시 알아챘다. 구호 재단이 지난 3년 동안 먹이고 보살핀 개였기 때문이다. 아폴로의 어미와 형제들 9마리도 함께 돌봐왔다. 이 무리는 카프레 피라미드 한 쪽 구석 주변에서 다른 10여 마리의 들개들과 함께 자유롭게 지내왔다. 잡으려 할 때마다 피라미드 꼭대기로 도망치는 아폴로를 빼고는 모두 예방주사도 맞고 중성화수술도 받았다.

아폴로를 촬영한 랭은 정신이 팔려 패러모터의 연료가 바닥나는 것도 몰랐다고 했다. 피라미드 뒤 편 사하라 사막에 내려 원래 착륙 예정지까지 걸어온 뒤에야 주변 사람들에게 아폴로를 촬영한 동영상을 보여줬다고 했다.

동영상을 본 사람 중 한 명이 자칭 인플루언서인 마샬 모셔였다. 랭이 아닌 자신이 촬영한 것처럼 동영상을 편집하고 자신이 촬영한 것이라는 설명을 달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동영상이 유명해지자 모셔는 전 세계 신문과 방송 인터뷰에 응하면서도 아폴로를 직접 촬영한 것처럼 말했다.

모셔는 결국 랭에게 문자로 사과 비슷한 글을 보냈다. “몇 년이나 유명 동영상이 터지기를 기다려 눈이 멀었다”는 내용이었다. 랭에게 저작권료로 몇 백 달러를 줬다고 했고 랭도 이를 확인했다.

랭은 모셔의 잘못을 털어버리기로 했다. “돈을 바라거나 유명해지고 싶어서 한 일이 아니다. 아폴로처럼 모두의 위에 서서 경치나 감상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집트 농업장관이 5년 전 이집트 전역에 1500만 마리의 들개가 있다고 밝혔다. 이들에게 매년 20만 명이 물리는 사고가 발생한다고 했다.

카이로에서는 들개를 발라디라고 부른다. 아랍어로 “토종”이라는 뜻이다. 토종 들개들은 파라오가 키우던 하운드 종 살루키와 토착 가나안 종의 믹스견이다.

이슬람도 16세기까지는 개와 잘 지내

카이로에서 사람과 들개들은 악연의 역사가 있다. 예일대 역사학 자 앨런 미하일 교수에 따르면 이슬람교에서 개가 부정한 동물로 취급된다는 상식과 달리 인간과 개가 매우 잘 지냈다고 했다. 1500년대에는 개가 쓰레기를 먹어치우는 이로운 동물로 간주돼 법적 보호를 받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18세기 들어 나폴레옹이 이집트를 점령한 3년 사이에 인식이 바뀌었다. 카이로의 구불구불한 골목마다 배회하는 들개들이 성가셨던 프랑스군이 1978년 11월30일 들개를 사냥하고 독이든 고기를 거리에 뿌렸다. 다음날 아침 카이로 골목에 들개 시신이 넘쳐났다.

최근까지 이집트 당국은 야간에 독극물을 거리에 뿌려 들개들을 줄였다. 당국의 단속은 줄었지만 카이로에서는 여전히 개를 독살하는 것이 합법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브라운은 현재 266 마리의 들개를 돌보고 있다. 해외 입양도 많이 했다. 최근 아폴로를 입양해달라는 주문이 빗발치지만 모두 거절했다고 했다.

그는 “아폴로의 집은 피라미드다. 아폴로를 애완견으로 만드는 건 옳지 않다”면서 “아폴로가 아닌 피라미드 주변 들개를 입양하기를 원한다면 아주 쉽게 입양할 수 있는 강아지를 보내줄 수 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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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피라미드 꼭대기 들개는 '로마 신화 태양신'

기사등록 2024/11/28 11:27:20 최초수정 2024/11/28 14: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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