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
이주 수요 급증→전셋값 상승→집값 상승 자극…내달 이주대책 발표
용적률 상향으로 기부채납·추가 분담금…지자체·주민 간 갈등 불가피
"이주대책 구체화·임대주택 공급·이주비 지원 주민 불편 최소화해야"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정부가 분당 샛별·양지마을 등 수도권 노후 아파트 13곳을 '1기 신도시 정비사업 선도지구'로 선정한 가운데 이주대책과 임대 수요 증가에 따른 임대시장 불안, 사업성 확보, 추가 분담금 등 남은 과제가 산적하다.
국토교통부는 27일 1기 신도시 13개 구역에서 모두 3만5987가구를 선도지구로 선정했다. 분당에선 ▲샛별마을(동성·라이프·우방·삼부·현대빌라) ▲양지마을(금호1·청구2·금호한양3·5·한양5·6·금호청구6) ▲시범단지(우성·현대·장안건영3) 등 3개 구역, 1만948가구가 선도지구로 지정됐다. 또 선도지구 수준의 지원을 받는 목련마을 빌라 단지까지 합치면 재건축 물량은 1만2055가구에 달한다.
일산에선 ▲백송마을(1·2·3·5단지) ▲후곡마을(3·4·10·15단지) ▲강촌마을(3·5·7·8단지) 등 3개 구역, 8912가구가 선도지구로 지정됐다. 또 연립주택 단지인 정발마을 2·3단지 262가구까지 포함하면 총 9174가구다.
평촌에선 ▲꿈마을(금호·한신·라이프·현대) ▲샘마을(임광·우방·쌍용·대우·한양) ▲꿈마을(우성·건영5·동아·건영3) 등 3개 구역, 5460가구가 선도지구가 됐다. 중동에선 ▲반달마을A(삼익·동아·선경·건영) ▲은하마을(대우동부·효성쌍용·주공1·2) 등 5957가구가, 산본에선 ▲자이백합·삼성장미·산본주공11(2758가구) ▲한양백두·동성백두·극동백두(1862가구) 등 4620가구가 각각 지정됐다.
선도지구로 선정된 구역은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노후계획도시특별법)에 따라 즉시 특별정비계획 수립에 착수해 내년에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된다. 정부는 오는 2026년 시행계획 및 관리처분계획 수립과 이주를 거쳐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를 목표로 추진한다. 최소 8~10년 넘게 걸리는 재건축 과정을 최대한 앞당겨 6년 안에 마무리 짓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실제 1기 신도시 재건축까지 풀어야 과제가 적지 않다. 앞서 정부는 재건축을 최대한 빠르게 추진하기 위해 '특별정비계획 수립 패스트트랙안'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지자체가 직접 계획을 수립하고, 주민 등 소유자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받아 계획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주민 과반 동의를 받아 예비사업시행자로 지정돼 사업 진행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다. 특히 1기 신도시 단지들은 선도지구로 선정되기 위해 추가 공공기여와 임대주택 비율을 최대한 높게 제안했다. 용적률 상향에 따른 기부채납(공공기여) 문제를 두고 지자체와 주민 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고, 관리처분계획 인가 단계에서는 주민 간 갈등도 불거질 수 있다.
또 용적률 상향에 따른 추가 분담금 역시 문제다. 현재 재정비 기준 용적률(아파트 기준)은 ▲분당 326% ▲일산 300% ▲평촌 330% ▲산본 330% ▲중동 350%다. 단지별로 이해관계가 다르고, 무엇보다 사업성에 따라 추가 분담금 문제가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이주대책 문제 풀어야 할 과제다. 정부의 계획대로 2030년에 입주하려면 선도지구 주민들은 2027년 이전에 이주해야 한다. 정부는 이주민 전용 단지나 주택을 추가 공급하지 않기로 했다. 내달 선도지구를 포함한 1기 신도시 재건축 이주대책을 별도로 발표할 예정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노후계획도시 정비와 관련해 오늘 1기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를 선정하는 등 국민과의 약속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있다"며 "다음 달에는 유휴부지 개발, 영구임대주택 순환정비 등 이주 대책과 광역교통 개선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일각에선 1기 신도시 재건축 추진에 따른 이주 수요 급증으로 주변 지역의 전·월셋값 상승 등 임대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통상 재건축을 하면 이주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변 지역의 전셋값을 상승하고, 결국 집값 상승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이주 대책과 광역 교통 개선 방안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는다면 주민의 생활 불편과 지역 내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주가 예상되는 시점에 수도권 신축 아파트 공급도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비아파트 비선호 현상을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전셋값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지역별 특성에 따른 복합 개발 도입, 스마트 기술 적용을 통한 비용 절감 등 사업성 개선을 위한 다양한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실질적인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이주대책을 구체화하고 임대주택 공급 및 이주비 지원 등을 강화해 주민 불편을 최소화해야 하며, 수도권 외 지역에도 정비사업을 병행 추진해 수도권 집중화를 완화하고 전국적인 균형 발전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