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한동훈 죽이기가 아니라 한동훈을 살리는 얘기"
친한 "용산도 한동훈 욕…전수조사 결과 공동 검증하자"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국민의힘 친윤계와 친한계가 한동훈 대표 가족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글이 작성됐다는 이른바 '당원 게시판' 논란을 두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친윤계는 한 대표를 향해 가족 개입 여부 등을 직접 밝혀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친윤계는 명의 도용과 업무방해, 명예훼손 문제 등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한 대표와 친한계는 친윤계의 공세가 진상 규명 보다는 '한동훈 흔들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당 법률자문위원회의 전수조사 결과를 신뢰하지 못한다면 공동으로 검증을 하고 경찰 수사결과가 나오기까지 민생 행보에 집중하자는 역제안도 내놓고 있다.
김민전 최고위원이 공개 회의에서 '8동훈'이라는 표현을 쓰자 친한계에선 '잠민전'이라는 표현을 쓰며 감정싸움까지 벌어지고 있다. 친한계에서는 한동훈 대표와 당원 게시판 논란을 두고 공개 충돌한 김민전 최고위원을 향해 오는 28일 최고위원회까지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친윤계인 강명구 의원은 27일 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과 인터뷰에서 '한동훈 죽이기'라는 한 대표와 친한계의 반발에 대해 "한동훈 죽이기가 아니라 한동훈을 살리는 얘기를 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당원 게시판의 핵심은 한 대표가 썼느냐 안 했느냐 가족 명의가 도용됐느냐 아니냐 가족들이 썼느냐 안 썼느냐 문제다. 밝히면 그냥 끝날 문제"라며 "이 문제를 계파 갈등으로 몰고 가는 것 자체가 거꾸로 해당 행위다. 계파갈등으로 몰고 가면 더 크게 문제가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윤계 일각에서는 한 대표 가족 이름으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글 중 일부가 포털의 뉴스 댓글에서도 똑같이 발견됐다는 보도를 두고 사안이 커지고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친한계인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한 대표와 가족들이 대통령 부부를 비난하는 글을 썼다는 건데 반대의 경우도 엄청나게 많다"며 "용산 고위 관계자가 의원들이나 기자들하고 통화할 때 한 대표에 대해서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받아쳤다.
이어 "김건희 여사 고모라는 분이 지난 5일 (당원 게시판 의혹을 제기한 유튜브를 보고) 한 대표와 가족이 공작을 했다고 사실로 단정을 해버리면서 한 대표 집안에 대해서 '벼락 맞아 뒈질 집안이다'는 표현을 페이스북에 썼다"며 "다 알고 있지만 이런 걸 가지고 문제 안 삼는다"고 했다.
신 부총장은 '한 대표 가족 개입 논란'에 대해 "전수조사 결과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친윤 의원들이 와서 같이 검증하자"며 "이런 제안도 못 받으면 그냥 진실 규명, 사실 확인은 별 관심 없고 그냥 한동훈 까고 싶어서 한다는 자백밖에 안 된다"고 제안했다.
신 부총장은 뉴시스에 "전수조사 결과가 맞다면 경찰 수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공세를 멈추고 민생에 집중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친한계인 주진우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민의힘 법률자문위는 한 대표 가족 명의로 당원게시판에 올라온 게시물 1068개를 전수조사한 결과 문제 소지가 있는 글은 12건에 불과하다고 결론내렸다. 다만 친윤계에서는 법률자문위 전수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도부간 서로를 공격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앞서 김민전 최고위원은 지난 25일 당 최고위원회의 공개 발언에서 “의혹이 제기되니까 일부 최고위원 등 일부 당직자가 ‘(한 대표와 동명이인인) 8동훈이 있다’고 언론에서 이야기하고 있다”며 “어떻게 8동훈이 있는지를 알게 됐는지 정말 궁금하다”고 말했다. 한 대표와 이름이 같은 당원이 8명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이에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지난 26일 유튜브 방송에서 “김민전 최고위원이 잠을 주무셨다고 해서 ‘잠민전’이라는 별칭이 온라인 상에서 떠돌아다니는 건 아는데, ‘8동훈’이라는 걸 왜”라며 “누군가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잠민전’이라는 얘기도 해도 되나”라고 했다. 김 최고위원이 지난 7월 국회 본회의 도중 의석에서 잠 든 모습이 카메라에 찍혀 논란이 된 적이 있는 것을 거론한 것이다.
비윤계인 안철수 의원은 이날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당원 게시판 논란에 대해 "너무 오래 끌었다. 가래로 막을 일을 포클레인으로도 못 막는 불행한 상황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대표가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가지고 지금까지 알아낸 사실관계를 명백하게 정직하게 객관적으로 밝히고 거기에 따라서 적절한 설명과 조치를 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 방법"이라고 했다.
안 의원은 친한계의 대응에 대해 "법에 저촉 안 되는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 이런 정도로 얘기하는 것은 굉장히 하책이라고 본다"며 "잘 아는 사람과 관련돼 있다면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하고 사과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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