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제대회 잔혹사' 퇴보한 한국 야구…이대로 안 된다

기사등록 2024/11/27 08:30:00

[서울=뉴시스]박윤서 기자 = 최근 몇 년간 국제대회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남긴 한국 야구 대표팀은 잔혹사를 겪고 있다.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도 초라한 성적표를 받으며 명예 회복에 실패했다. 이대로 가면 다음 국제대회도 실망감만 가득할 뿐이다.

한국은 2015년 초대 대회에서 챔피언에 등극했고, 4년 뒤 열린 두 번째 대회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하는 성과를 냈다.

올해 9년 만에 우승 탈환에 나선 한국은 슈퍼라운드(4강) 진출을 첫 번째 목표로 내세웠다.

일본, 대만, 쿠바, 도미니카공화국, 호주와 조별리그에서 경쟁해 조 2위 안에 들어야 하는 쉽지 않은 조건이었으나 빅리거들이 출전하지 않는 대회이고, 강력한 불펜진을 앞세워 충분히 4강행을 노려볼 만했다.

그러나 첫판부터 대만에 3-6으로 져 미끄러진 한국은 쿠바와 2차전에서 8-4 승리를 거뒀지만, 한일전에서 3-6으로 패하며 탈락 위기에 처했다.

한국은 나머지 2경기를 전부 이겼으나 5전 전승을 기록한 일본과 4승 1패의 대만에 밀려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인 건 이번 대회뿐만이 아니다. 야구 국제대회 중 최대 규모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준우승(2009년)과 4강(2006년), 프리미어12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기록했던 영광의 시대는 옛이야기다.

2013, 2017, 2023 WBC 3개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은 한국 야구를 충격에 빠뜨렸다. 3개 대회 첫 경기에서 한 수 아래 평가를 받았던 네덜란드(0-5), 이스라엘(1-2), 호주(7-8)에 전부 패해 자멸의 길로 들어섰다. 한국 야구가 퇴보했다는 평가도 피할 수 없었다.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참가한 6개 국 중 겨우 4위에 그치며 노메달 굴욕을 당했다.

한국은 지난해 벌어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수확했지만, 최근 국제대회에서 겪은 참사의 아픔을 지우기엔 부족했다.

사회인 야구 선수를 아시안게임에 내보내는 일본과 매치업은 같은 조건의 대결이라 볼 수 없고, 일본과 대만을 제외하면 약체들이 즐비하다.

올해 열린 프리미어12는 한국 야구가 자존심을 살리고 희망을 쏘아 올릴 기회였지만, 또 조기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었다.

반면 조별리그에서 한국을 잡은 대만은 이번 대회 결승에서 국제대회 27연승을 질주하던 일본까지 꺾는 대이변을 연출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미래를 내다보고 적극적으로 유망주들을 해외로 보내 육성한 대만의 전략이 통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만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7명의 마이너리거를 발탁해 국제 경쟁력을 쌓게 했고, 투수 린위민(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트리플A)과 포수 린자정(애리조나 더블A)은 이번 프리미어12 결승에서 배터리 호흡을 맞춰 4이닝 무실점을 합작해 우승에 기여했다.

한국은 KBO리그에서 뛰는 젊은 선수들을 위주로 대표팀 명단을 구성해 최선의 라인업을 내세웠지만, 세대 교체에 물음표가 붙었다. 부상과 기초군사훈련으로 빠진 원태인, 구자욱(이상 삼성 라이온즈), 문동주, 노시환(이상 한화 이글스), 강백호(KT 위즈), 김혜성(키움 히어로즈)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했다.

핵심 선수들과 이들의 자리를 대체하려는 자들의 개인 기량 차이는 컸다. 태극마크를 달 만한 특급 선발 투수들이 리그 내 부족한 것이 현실이고, 토종 거포 가뭄 시대도 심각하다. 대표팀을 지휘한 류중일 감독은 "더 강한 선발진이 필요하다"고 짚은 바 있다.

일본은 거포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스), 오카모토 가즈마(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선발진의 한 축인 이토 히로미, 혼혈 외야수 만나미 츄세이(이상 니혼햄 파이터스)가 빠졌음에도 대회 8연승 행진을 벌이는 동안 이들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았다.

한국은 당장 다음 국제대회인 2026 WBC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1라운드 탈락 징크스 탈출이 시급한 한국 야구에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선발 투수의 국제대회 부진과 유망주들의 더딘 성장, 전반적으로 부족한 국제 경쟁력 등 한국 야구의 참담한 현주소다. 대회가 끝난 뒤 떠안은 과제들을 또다시 풀지 못할 경우 재차 '우물 안 개구리'라는 지적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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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4/11/27 08:3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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