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센트, 전면적 관세 부과를 '과격주의'라 표현
시장, 트럼프 정책이 온건하게 조정될 것으로 기대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점진적 관세 정책'을 선호하는 억만장자 월가 펀드매니저 스콧 베센트(62)가 차기 트럼프 행정부 재무 장관으로 지명되자 달러 가치는 후퇴하고 국채 수익률(금리)은 하락하는 등 시장이 요동쳤다.
25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오후 5시께(한국시간 26일 오전 7시) 전장 대비 0.8% 하락한 106.59를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2022년 10월 말 이후 2년 만에 107을 돌파하며 연일 상승세를 이어왔으나, 이날 다시 106대로 내려앉았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서 유로화는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런던 시간으로 이날 오후 2시25분께 유로화는 전장 대비 1%가량 상승한 1.0517달러에 거래됐다.
이밖에 엔화와 파운드화 등도 달러 대비 가치를 끌어올렸다.
국채 수익률은 하락세(국채가격 상승)로 돌아섰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4.285%로, 전 거래일(4.4110%) 대비 소폭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전날(24일) 베센트를 차기 재무 장관으로 결정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헤지펀드인 키 스퀘어 캐피털 매니지먼트 설립자인 베센트는 트럼프 당선인의 극단적 관세 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최근 FT와 CNBC 인터뷰에서 관세 부과로 발생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 역풍을 억제하기 위해 관세에 대해 '점진적·단계적 접근 방식'을 지지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특히 그는 지난달 전면적인 관세 부과를 '과격주의'(maximalism·타협을 배제하고 최대한을 요구하는 주의)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입장을 견지한 베센트가 재무장관으로 지명되자, 투자자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이 온건하게 조정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재무장관은 경제 및 재정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에게 조언하는 핵심 각료다.
베센트는 트럼프 당선인이 규제 완화와 감세, 현 행정부에서 발생한 부채 부담 해결 관련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고도 주장해 왔는데, 이 같은 '재정 매파'적 발언들을 미국 재정 기반의 견고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투자자들은 해석하고 있다.
UBS 글로벌 자산 관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폴 도너번은 "내각 회의에 지속적으로 무역 세금에 반대하는 중요한 옹호자가 적어도 한 명이라도 있는 것은 시장에 긍정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그룹 매쿼리의 글로벌 외환 및 금리 전략가인 티에리 위즈먼은 트럼프 당선인이 재무장관으로 베센트를 선택한 것에 대해 "트럼프가 징벌적 측면이 아닌 거래적 측면으로 관세를 사용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너럴리 자산운용의 리서치 책임자 빈센트 차이누도 베센트 지명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를 포함한 인플레이션 정책 전면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는 신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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