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한재혁 기자 = '민생 살피겠습니다. 경제 살피겠습니다.'
25일 오전 9시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를 앞두고 국회 본관 228호 국민의힘 회의실에는 새로운 백드롭이 붙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부터 민생경제특별위원회를 직접 이끌기로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재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자, 정부여당은 역으로 민생 행보를 강조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날 회의 시작 40분이 지난 후 낯부끄러운 장면이 연출됐다. 김민전 최고위원이 이른바 '당원게시판 논란'을 공개적으로 언급, 한 대표가 이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공개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이후에도 고성은 오갔고, 한 대표를 비롯한 당내 인사들의 백브리핑엔 상대 계파를 향한 불만이 담겼다.
김 최고위원은 "이번 의혹이 제기되자 일부 최고위원 등 당직자가 '8 동훈이 있다'는 이야기를 언론에서 하고 있다"며 "어떻게 8 동훈이 있다고 알게 됐는지, 그 자료를 일부 최고위원은 보는데 왜 저희는 못 보는지를 저희도 같이 공유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에서 '한동훈 대표 사퇴'와 같은 글을 쓰는 사람들을 고발한다는 기사가 나왔다"며 "만약 고발하신다고 하면 저한테 한 대표가 사퇴하라고 하는 문자가 무수히 많이 와 있다. 저한테 문자 폭탄을 보낸 그 번호들도 다 따서 드릴 테니 같이 고발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김 최고위원이 발언을 마치자 "발언하실 때는 사실관계를 좀 확인하고 말씀하면 좋겠다"며 "그런 고발을 준비하는 사람이 없다. 그게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이날 공개석상에서 이뤄진 충돌은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여당의 계파 갈등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4·10 총선 참패 후에도 계속된 계파 갈등은 당정 지지율 동반 하락으로 돌아왔다.
쇄신과 민생행보에 속도를 내야 할 지금도 친윤계니 친한계니 하면서 충돌은 계속되고 있다. 오히려 커지는 분위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법리스크에 대한 반사이익만 기대하고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국민의힘이 야당을 향해 공세를 펴려면 먼저 자기 팔에 곪은 부위를 도려내야 한다. 수술용 메스를 들고 스스로 염증을 긁어내겠다는 각오가 없는 정당이라면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 국민을 결집하는 공당으로 나아가려면 지도부의 쇄신 의지와 실천이 절실한 때다. 지금 계파 갈등이나 하고 있을 한가한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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