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 개최
"日, 장애인 권리 증진 위한 국제적 노력에 역행"
12년 전 '집행유예 선고' 지목…이의신청 기각
입국 거부 당한 뒤 저녁 항공편으로 국내 송환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인권 단체들이 25일 일본 정부가 박경석 전장연 대표의 입국을 거부한 데 대해 국제 인권 규범을 심각하게 위반한 행위라며 반발했다. 박 대표는 국제 인권단체인 일본 앰네스티의 초청으로 출국했지만 국내 집시법 위반 이력을 이유로 도쿄 나리타 공항에서 지난 22일 송환 조치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등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의 이번 결정은 정당한 인권 활동을 억압하는 행위로 국제 인권 기준을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갑작스러운 입국 금지 조치는 장애인 권리 옹호 활동가를 겨냥한 차별적이고 부당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와 동행했던 명희수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캠페이너는 "집시의 자유는 국제적으로 보장된 기본권이며, 장애인 권리를 옹호하는 활동은 국경을 넘어 보호받아야 하는 정당한 행위"라면서 "일본 정부는 이번 사건을 통해 보편적 인권인 장애인 권리를 증진하려는 국제적 노력에 일본 정부가 역행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솔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도 "형사처벌이 인권 옹호를 위한 정당한 활동 중에 발생한 일이라면 이를 이유로 입국을 금지하는 것은 명백히 국제 규범을 위반하는 행위"라며 "일본 정부가 국제인권규범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출입국 정책을 검토해 차별과 억압의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조치를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입국 거부 과정에서 겪은 인권 침해 문제를 제기했다. 박 대표는 "당시 일본출입국관리사무소에 '제가 억류·구금된 것이냐'고 물었더니 '그렇지 않다'고 답하면서도, 화장실 외에 밖으로 돌아다니는 것을 금지하고 2명 이상의 직원들이 붙어 이동을 제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입국심사원이 몽타주부터 시작해 최근 나온 기사 등 저에 대한 모든 자료를 갖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전장연에 따르면 박 대표 등 일본 특사단 일행은 지난 22일 오전 11시께 일본 도쿄 나리타 공항에 도착한 후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으로부터 입국 금지 통보를 받았다.
일본 정부는 박 대표가 2012년 국내에서 집시법 위반으로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받은 사실을 문제 삼으며 입국을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 대표는 2010년 현병철 당시 국가인권위원장 퇴진과 장애인 활동 지원 대상 제한 폐지 등을 요구하며 인권위 사무실을 점거한 행위로 2012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은 바 있다.
일본 출입국 관리 및 난민인정법에 따르면 '일본 또는 일본 이외 국가의 법령을 위반해 1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이에 상당하는 형에 처해진 사실이 있는 사람'은 일본에 상륙할 수 없다. 다만 법령은 '정치범죄로 형에 처해진 사람은 그러지 아니한다'는 예외 조항도 두고 있다.
박 대표는 당일 이의신청을 제출했지만, 일본 정부는 1시간 30여분만에 이를 기각했다. 박 대표는 저녁 항공편을 통해 국내로 송환됐다.
당초 박 대표는 국제 앰네스티 일본지부의 공식 초청을 받아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성명을 통해 "장애인의 권리와 인권을 옹호하는 활동은 국경을 넘어 보호받아야 하는 정당한 행위로, 이러한 활동을 억압하는 조치는 국제 인권 기준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