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증죄·증거인멸죄 '국가 사법권 훼손' 범행
잘못된 판단 유도 행위…지난해 51.2% 실형
위증교사 가중요소…재판 영향 無 감경요소
[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공직선거법 위반에 이어 위증교사까지 유죄가 선고될 경우 이 대표의 리더십에 치명타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한 대권가도에도 암운이 드리워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위증과 증거인멸 범행을 저지른 피고인 중 절반은 실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나타나 이 대표의 위증 교사 재판 결과에 국민과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대법원 '2024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1심 법원에서 위증(교사 포함)과 증거인멸 혐의로 선고한 총 592건 중 114건(51.2%, 집행유예 189건 포함)에 대해 징역형이 선고됐다.
형법 152조에 규정된 위증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된다. 양형기준에 따르면 위증의 기본 형량은 6월~1년6개월이다.
이중 형량의 상향을 고려하는 가중요소는 ▲경제적 대가 수수 ▲위증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 ▲피지휘자에 대한 교사 ▲동종누범(증거인멸, 범인은닉, 무고 등) ▲수회 위증한 경우 등이 있다.
형량 감형에 참작되는 감경요소는 ▲우발적 범행 ▲타인의 강압이나 위협 등에 의한 범행 가담 ▲심신미약 ▲자수·자백 ▲ 미필적 고의 ▲진지한 반성 ▲형사처벌 전력 없음 ▲처벌불원 등이 있다.
위증과 증거인멸에 대한 작년 1심 재판의 절반이 실형을 선고된 가운데 이 재판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오는 25일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와 위증 혐의로 기소된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 김진성씨의 선고기일을 진행한다.
재판장은 검사와 변호인, 피고인의 출석 여부를 확인한 뒤 검사의 공소사실과 피고인 측 주장을 간단히 정리하고, 각 공소사실에 대한 유무죄 판단 이유를 설명한다. 이후 양형 사유를 설명한 후 주문을 낭독한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위증을 교사한 사실이 실제 있었는지 등 사실관계를 어떻게 판단했는지 우선 설명한 뒤, 위증의 고의와 교사의 고의 등 법리를 어떻게 해석했는지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가 받는 위증죄는 증거인멸죄와 함께 보호법익이 '국가의 사법권'이다. 보호법익은 형법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 또는 가치를 뜻하는 것으로 두 혐의 모두 국가의 사법권을 훼손한 범행으로 묶이는 것이다.
우리 법원은 다른 범행에 비해 국가의 사법권을 훼손한 범행에 대해 실형을 선고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관계를 왜곡해 재판장으로 하여금 잘못된 판단을 하도록 유도하는 등 사법질서를 교란하게 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대표 재판에서는 가중과 감형 요소 가운데 어느 쪽을 더 반영하느냐가 실형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위증을 교사한 부분과 재판 과정에서 줄곧 혐의를 부인해온 부분 등은 가중요소로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위증교사가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부분은 감경요소로 참작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위증을 해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 검찰이 녹음 파일을 악의적으로 짜깁기했다는 등 조작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위증교사를 했다고 하더라도 '실패한 위증교사'여서 유죄가 인정될 수 없다고도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직선거법 위반은 유권자에 대한 거짓말에 해당하고, 위증교사는 사법부에 대한 거짓말에 해당한다"며 "실패한 위증교사라고 주장한다고 하더라도 거짓말을 교사했다는 사실만 인정된다면 위증의 결론과는 상관없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 대표는 과거 검사 사칭으로 벌금 150만원을 확정받았으나 2018년 경기지사 선거방송 토론회에서 "누명을 썼다"며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김씨에게 거짓 증언을 요구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 사칭 사건은 이 대표가 변호사 시절이던 2002년 최철호 전 KBS PD 등과 함께 '분당 파크뷰 특혜 분양'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검사를 사칭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벌금형을 확정받았다는 것이 골자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누명을 썼다"고 주장하기 위해 2018년 12월 김씨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김병량 전 성남시장과 KBS가 나를 검사 사칭 사건의 주범으로 몰기로 했다"는 증언을 요구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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